1969년 11월 25일, 일본 문학계의 거장 미시마 유키오가 도쿄 이치가야의 육상자위대 동부방면총감부에서 할복 자살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었다. 사무라이 정신의 부활을 외치며 천황제 복귀를 주장했던 그는, 연설 실패 후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일본 사회에 깊은 파문을 일으켰고, 명예와 수치,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일본인들의 독특한 인식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할복이라는 극단적 선택은 단순한 자살이 아닌, 일본 문화의 깊은 층위에 자리한 죽음관을 드러내는 상징적 행위였다.
일본 자살 문화.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일본의 자살 문화는 사무라이 시대부터 이어져 온 역사적 맥락을 지닌다. 명예를 지키기 위한 할복, 주군을 따르는 순사, 책임을 지는 자결 등은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완성하는 독특한 철학을 담고 있다. 1990년대 버블 경제 붕괴 이후 급증한 중년 남성들의 자살은 이러한 전통적 죽음관이 현대적으로 변형된 모습이다. 실직과 파산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없게 된 가장들은 생명보험금으로라도 책임을 다하려 했다. 연간 3만 명을 넘나드는 자살자 수는 일본 사회가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 얼마나 독특한지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문화적 현상이었다.
2008년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Departures는 죽음을 정면으로 다루되, 전혀 다른 시선을 제시한다. 첼리스트였던 주인공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는 오케스트라 해체 후 고향으로 돌아가 '납관사'라는 낯선 직업을 갖게 된다. 시신을 정성껏 닦고 화장하며 관에 모시는 일본 전통 장례 의식을 수행하는 이 직업은 사회적 편견의 대상이다. 하지만 다이고는 차츰 죽음을 떠나보내는 일의 숭고함을 깨닫는다. 히로스에 료코가 연기한 아내 미카의 갈등과 이해 과정, 야마자키 츠토무가 보여준 사장의 따뜻한 인간미는 죽음을 둘러싼 인간 군상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Departures (2008), 다키타 요지로 감독. ⓒ Production Company
미시마의 극단적 자결과 Departures의 고요한 이별 의식은 죽음을 대하는 일본 문화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한쪽이 명예를 위해 스스로 생을 끊는 능동적 선택이라면, 다른 쪽은 타인의 죽음을 정성껏 배웅하는 수동적 수용이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죽음을 삶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한다는 점은 같다. 영화 속 납관 의식의 엄숙한 아름다움은 죽음이 단절이 아닌 전환임을 보여준다. 산 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는 매개자로서 납관사의 역할은, 역설적으로 삶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는 자살을 통해 삶의 의미를 완성하려 했던 이들과는 정반대의 접근이다.
2020년대에도 일본의 자살률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젊은 여성과 청소년의 자살이 급증했고, 고독사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그러나 동시에 Departures가 보여준 것처럼 죽음을 대하는 새로운 시선도 확산되고 있다. 자살 예방 상담 전화, 생명존중 캠페인, 유족 지원 프로그램 등은 죽음을 선택이 아닌 예방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현대 일본 사회는 전통적 죽음관과 생명 존중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가치관의 변화가 아니라 문명의 전환을 의미한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지만,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문화마다 다르다. 일본이 보여준 극단적 선택과 숭고한 의식은 모두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인간의 노력이다. Departures의 납관사가 시신을 정성껏 닦듯,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무엇을 닦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미시마가 할복으로 지키려 했던 가치와 다이고가 납관으로 발견한 가치 중,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답은 죽음이 아닌 삶에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생각하는 품위 있는 삶과 죽음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3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이는 단순한 가치관의 변화가 아니라 문명의 전환을 의미한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departures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