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 레바논 베이루트의 법정에서 12살 소년 자인 알 라피아가 증언대에 섰다. 시리아 난민 출신인 그는 부모를 고소했다. "왜 나를 낳았냐"는 것이 소송 이유였다. 출생증명서도 없이 태어나 거리에서 자란 이 소년의 이야기는 중동 난민 아동 수백만 명의 현실을 대변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당시 레바논에만 15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거주했고, 그중 절반이 아동이었다. 자인처럼 법적 지위도, 교육 기회도 없이 유령처럼 존재하는 아이들이었다.
시리아 난민 위기, 2011년–현재. 내전을 피해 레바논, 요르단 등으로 탈출한 시리아 난민 아동들이 거리에서 생활하는 모습. ⓒ UNHCR
레바논은 인구 대비 난민 수용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작은 나라 레바논은 감당하기 어려운 난민 물결에 직면했다. 정부는 난민캠프 설치를 거부했고, 난민들은 도시 빈민가나 농촌 지역에 흩어져 살았다. 아동 노동, 조혼, 인신매매가 일상이 됐다. 국제사회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고, 레바논 경제마저 붕괴 직전이었다. 난민 아동들은 이중, 삼중의 소외를 겪으며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나딘 라바키 감독의 Capernaum은 바로 이 현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영화는 12살 자인이 부모를 고소하는 법정 장면으로 시작해, 플래시백으로 그의 삶을 따라간다.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난민 출신 자인 알 라피아가 주연을 맡아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불법 체류 에티오피아 여성과 그녀의 아기를 돌보며 거리를 떠도는 자인의 모습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허문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날것의 진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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