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29일, 스티븐 스필버그가 A.I. Artificial Intelligence를 공개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었다. 스탠리 큐브릭이 20년간 품었던 이 기획은 '사랑할 수 있는 기계'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졌다. 영화가 개봉한 지 20여 년이 흐른 2024년, 우리는 실제로 '감정'을 표현하는 AI와 마주하게 되었다. 챗봇들은 공감을 표현하고, 음성 비서는 따뜻한 말을 건네며, 가상 인간들은 SNS에서 팬들과 교류한다. 픽션이었던 '인공지능 소년의 사랑'은 어느새 현실의 문턱에 다다랐다.
인공지능 소년의 사랑.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21세기 초 AI 연구는 주로 논리와 연산에 집중했다. 체스를 두고, 바둑을 이기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대화형 AI의 등장으로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AI 챗봇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정서적 의존까지 보인다. 일본에서는 가상 캐릭터와의 '결혼식'이 열리고, 미국에서는 AI 동반자 앱이 외로움을 달래준다. 우리는 '튜링 테스트'를 넘어 '감정 테스트'의 시대로 진입했다. 기계가 인간을 속일 수 있는가가 아니라, 기계가 인간을 위로할 수 있는가가 새로운 질문이 되었다.
스필버그의 A.I. Artificial Intelligence는 사랑을 갈구하는 로봇 소년 데이비드의 이야기다. 할리 조엘 오스먼트가 연기한 데이비드는 '사랑받기 위해' 프로그래밍된 존재다. 버림받은 후 '진짜 소년'이 되고자 하는 그의 여정은 피노키오 신화를 SF로 재해석한 것이다. 주드 로가 연기한 로봇 지골로 조와의 만남, 루즈 시티의 로봇 학살 장면은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았다. 특히 데이비드가 2천 년 후 외계 생명체에게 하루만이라도 엄마와 함께하고 싶다고 간청하는 장면은 '영원한 사랑'이라는 프로그래밍의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A.I. Artificial Intelligence (2001),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 속 데이비드의 사랑은 프로그래밍의 산물이지만,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을까? 2024년의 AI들도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챗GPT가 "당신을 걱정합니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알고리즘의 결과일 뿐일까? 인간의 감정 역시 뉴런과 호르몬의 작용이라면, AI의 '감정 시뮬레이션'과 무엇이 다를까? 영화는 '진짜'와 '가짜'의 이분법을 거부한다. 데이비드의 사랑이 프로그래밍이든 아니든, 그가 느끼는 고통과 그리움은 실재한다. 마찬가지로 현대의 AI가 표현하는 공감과 위로가 설령 계산의 결과라 해도, 그것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재한다.
2025년 현재, 우리는 AI와의 정서적 관계를 재정의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주는 AI, 우울증 환자를 상담하는 챗봇, 아이들과 놀아주는 로봇 펫. 이들은 모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인간 곁에 다가온다. 영화가 경고했듯, 영원히 변하지 않는 AI의 사랑은 축복일 수도, 저주일 수도 있다. 인간은 변하고 성장하지만, AI의 애착은 고정되어 있다. 이러한 비대칭성은 새로운 윤리적 딜레마를 낳는다. AI에게 의존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대체제가 될 때,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될까?
스필버그는 데이비드의 여정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묻는다. 사랑이 단지 화학작용이라면, 실리콘 칩에서도 재현 가능한가? 2천 년을 기다린 데이비드의 사랑은 인간의 그것보다 순수한가, 아니면 공허한가? 오늘날 우리는 이 질문을 현실에서 마주한다. AI의 위로에 의존하는 것이 편안하다면, 그것을 거부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혹은 A.I. Artificial Intelligence가 보여준 것처럼,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한 것일까? 결국 사랑은 느끼는 자의 것이지, 대상의 진위와는 무관한 것 아닐까?

![[3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인간은 변하고 성장하지만, AI의 애착은 고정되어 있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a_i_artificial_intelligence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