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 지중해는 거대한 무덤이 됐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탈출한 3살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이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9월 2일,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해에만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으로 향했고, 3,771명이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었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우리가 해낼 수 있다"며 국경을 열었지만,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은 철조망을 세웠다. 유럽연합은 28개 회원국의 서로 다른 목소리 속에서 분열했고, 인간의 존엄성과 국가의 주권 사이에서 갈등했다.
유럽 난민 위기, 2015년. 시리아·아프가니스탄 등에서 100만 명 이상이 지중해와 발칸 루트를 통해 유럽으로 향한 대규모 난민 이동. ⓒ UNHCR
난민 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이동 문제가 아니었다. 시리아 내전, 리비아의 붕괴, 아프가니스탄 불안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더블린 조약으로 대표되는 EU의 난민 정책은 최초 도착국에 책임을 전가했고,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짊어졌다. 극우 정당들은 이슬람 공포증을 부추기며 지지율을 높였고, 브렉시트의 불씨가 됐다. 인도주의와 현실정치 사이에서 유럽은 정체성의 위기를 맞았다. 난민들은 숫자가 아닌 얼굴을 가진 인간이었지만, 정치적 수사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묻혔다.
중국의 현대미술가 아이 웨이웨이는 2017년 다큐멘터리 Human Flow를 발표했다. 23개국 40개 난민캠프를 1년간 촬영한 이 작품은 6,500만 명에 달하는 전 세계 난민의 현실을 담았다. 드론으로 촬영한 광활한 난민 행렬은 개미 떼처럼 보이지만,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이 드러난다. 감독은 난민들과 함께 걷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 케냐의 다다브 캠프, 그리스의 이도메니까지, 영화는 난민 위기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아이 웨이웨이 자신도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베를린에 거주하는 망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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