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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째주 · 2025
[5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구성이다
영화로 세상을 보다

[5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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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17일, 튀니지 중부 도시 시디 부지드에서 26세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무허가 노점상이었던 그는 경찰의 단속과 공무원의 모욕에 항의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부아지지의 분신은 단순한 개인의 절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23년간 벤 알리 독재 정권 아래서 억압받아온 튀니지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도화선이었다. 2011년 1월 14일,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벤 알리는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쳤다. 불과 28일 만에 독재 정권이 무너진 것이다. 시민들은 이 혁명을 '재스민 혁명'이라 불렀다. 튀니지의 국화인 재스민처럼 작고 여린 꽃이 모여 거대한 향기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였다.

역사 사건

튀니지 재스민 혁명.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재스민 혁명은 단지 튀니지만의 사건이 아니었다. 높은 실업률, 부패한 정권, 표현의 자유 억압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의 공통된 문제였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튀니지의 소식은 실시간으로 퍼져나갔고,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예멘으로 혁명의 불꽃이 번졌다. '아랍의 봄'이라 불린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냉전 종식 이후 가장 극적인 정치적 격변이었다. 하지만 튀니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혁명은 실패했다. 이집트는 군부 독재로 회귀했고, 시리아와 예멘은 내전의 늪에 빠졌다. 왜 튀니지만이 민주화에 성공했을까? 역사학자들은 튀니지의 강력한 시민사회와 노동조합, 그리고 이슬람주의자와 세속주의자 간의 대화와 타협을 주목한다.

제시 디터 감독의 다큐멘터리 A Revolution in Four Seasons는 재스민 혁명 이후 5년간 튀니지의 변화를 네 계절에 걸쳐 추적한다. 감독은 혁명에 참여했던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거리의 청소부, 카페 주인, 대학생, 택시 운전사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거대한 구호나 정치적 분석 대신 작은 일상의 변화에 주목한다. 혁명 후 처음으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의 설렘, 첫 민주 선거에서 투표하는 손의 떨림, 그리고 경제난과 테러 위협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들. 디터 감독은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튀니지인들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영화 스틸

A Revolution in Four Seasons (2016), 제시 디터 감독. ⓒ Production Company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구성이다. 네 계절의 순환 구조는 혁명이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임을 보여준다. 봄의 희망, 여름의 열정, 가을의 성찰, 겨울의 인내가 반복되면서 민주주의는 조금씩 뿌리를 내린다. 이는 재스민 혁명 자체의 성격과도 닮아있다. 튀니지 혁명은 폭력적 봉기가 아닌 시민 불복종 운동이었고, 승자 독식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과정이었다. 영화 속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역사책의 거대한 서사와는 다른 진실을 전한다. 혁명은 영웅 한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무명씨들이 만들어낸다는 것을.

2025년 현재, 재스민 혁명으로부터 14년이 흘렀다. 튀니지는 여전히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고, 많은 젊은이들이 유럽으로 떠나고 있다. 민주주의는 정착했지만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A Revolution in Four Seasons가 보여주듯, 변화는 느리고 지난하다. 중요한 것은 튀니지인들이 이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한국도 1987년 민주화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민주주의를 성숙시켜왔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전진해왔다. 튀니지의 경험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아지지의 분신으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은 한 사람의 절망이 어떻게 집단의 희망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A Revolution in Four Seasons는 그 희망이 현실이 되는 과정의 아름다움과 고통을 동시에 담아낸다. 혁명 이후의 삶이 장밋빛은 아니지만, 적어도 튀니지인들은 자유롭게 불만을 표현하고 정부를 비판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작은 성취일까, 아니면 위대한 진전일까? 어쩌면 우리 각자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의 계절을 돌아봐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당신은 지금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는가?

공식 예고편

A Revolution in Four Seasons (2016) — 제시 디터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