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6월 5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섯 명의 동성애자 남성에게서 발견된 희귀 폐렴 증상을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면역체계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였고, 의료진은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이것이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즉 AIDS가 공식적으로 의학계에 보고된 첫 순간이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잇따라 보고됐고, 1982년 CDC는 이 질병에 'AIDS'라는 공식 명칭을 부여했다. 초기에는 '동성애자의 암'이라는 편견 어린 이름으로 불렸고, 이는 곧 전 세계적인 공포와 차별의 시작을 알렸다.
미국 AIDS 위기와 차별, 1980–90년대. AIDS 환자의 사회적 낙인과 직장 내 차별이 횡행하던 시기. ⓒ ACT UP
1980년대 AIDS 위기는 단순한 의학적 재앙을 넘어 사회적 편견과 공포가 뒤엉킨 복합적 현상이었다. 레이건 행정부는 1987년까지 공식적으로 AIDS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았고,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죽어갔다. 병원은 AIDS 환자 치료를 거부했고, 장의사들은 시신 수습을 꺼렸다. 직장에서는 HIV 양성 판정을 받은 직원들이 즉시 해고됐고, 가족들조차 등을 돌렸다. 이 시기 AIDS는 질병이 아니라 도덕적 타락의 증거로 여겨졌고, 환자들은 이중의 고통 속에서 싸워야 했다. 과학적 무지와 종교적 편견, 정치적 무관심이 결합돼 수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비극적 시대였다.
조너선 드미 감독의 Philadelphia는 1993년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AIDS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톰 행크스가 연기한 앤드류 베켓은 필라델피아의 유능한 변호사였지만, HIV 양성 판정과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부당하게 해고된다.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조 밀러는 처음에는 동성애자의 편견을 가졌지만, 베켓의 변호를 맡으면서 점차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깨닫게 된다. 영화는 법정 드라마의 형식을 빌려 AIDS 환자가 겪는 차별과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마리아 칼라스의 '라 맘마 모르타'가 흐르는 장면에서 톰 행크스가 보여준 연기는 질병으로 쇠약해진 육체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의 영혼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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