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의 평범한 아침이 시작됐다. 주부 모리타 시즈코는 새벽 5시에 일어나 가족의 아침을 준비했고, 여학생 사다코는 학교에 갈 준비를 했으며, 간호사 야마구치는 병원으로 출근했다. 오전 8시 15분, 원자폭탄이 투하되기 직전까지 히로시마는 여느 날과 다름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폭심지에서 불과 260미터 떨어진 은행에서 근무하던 여직원 아키야마는 그날도 평소처럼 8시 정각에 출근했다. 이들은 모두 평범한 히로시마 여성들이었고, 각자의 자리에서 전시 체제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던 사람들이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와 일상의 파괴, 1945년. 원폭 직전까지 평범한 일상을 살았던 히로시마 시민들의 전시 생활 기록. ⓒ Hiroshima Peace Memorial Museum
히로시마 원폭 투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순간이었지만, 그 전까지 히로시마는 군사 도시이면서도 수많은 시민이 거주하는 생활 공간이었다. 여성들은 전쟁 동원 체제 속에서 남편과 아들을 전선으로 보내고, 배급 줄에 서며, 방공 훈련에 참여했다. 그들에게 전쟁은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기 이전에 매일의 불편함과 불안으로 다가왔다. 죽순으로 만든 대용식, 몸뻬 바지, 천인침, 그리고 공습 경보 사이렌은 그들의 일상이었다. 정치적 프로파간다 속에서도 그들은 가족을 돌보고, 이웃과 교류하며, 작은 기쁨을 찾아가며 살았다.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의 In This Corner of the World는 히로시마 인근 쿠레에서 시집온 한 여성의 삶을 따라간다. 주인공 스즈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성으로, 전쟁 중에도 요리를 하고, 옷을 수선하며, 시댁 식구들과 부대끼며 산다. 논의 성우는 특별한 기교 없이 담담하게 스즈의 일상을 전달한다. 영화는 폭격과 기총소사, 원폭 투하라는 극적 순간들조차 스즈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부엌에서 밥을 짓다가 들리는 공습경보, 빨래를 널다가 목격하는 전투기, 그림을 그리다가 마주하는 버섯구름.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은 오히려 이런 일상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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