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3월 23일,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시에라리온에서 혁명연합전선(RUF)이 정부군을 공격하며 내전이 시작됐다. 찰스 테일러가 지원한 포데이 산코의 반군은 '부패한 정부 타도'를 외쳤지만, 그들의 진짜 목표는 다이아몬드 광산이었다. 11년간 지속된 이 전쟁은 7만 5천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수십만 명의 난민을 만들었다. 반군은 소년병을 징집하고 민간인의 팔을 자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세계는 이 잔혹한 현실을 '혈석'이라는 단어로 기억하게 됐다. 다이아몬드의 영롱한 빛 뒤에는 피와 눈물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시에라리온 내전과 분쟁 다이아몬드, 1991–2002년. RUF 반군이 다이아몬드 광산을 장악해 전쟁 자금으로 사용하며 민간인을 학살한 내전. ⓒ AFP
시에라리온 내전은 탈냉전 이후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자원 전쟁의 전형이었다. 다이아몬드 수출로 연간 3억 달러를 벌어들인 반군은 그 돈으로 무기를 구입했고, 다국적 기업들은 이 불법 다이아몬드를 정상 시장에 유통시켰다. 1999년 유엔은 시에라리온산 다이아몬드 금수조치를 내렸지만, 이미 수많은 혈석이 앤트워프와 텔아비브를 거쳐 세계 각지의 보석상으로 흘러들어간 뒤였다. 국제사회는 킴벌리 프로세스라는 인증제도를 만들어 혈석 유통을 막으려 했으나,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했다. 전쟁은 자원의 저주가 어떻게 한 나라를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비극적 사례였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Blood Diamond는 시에라리온 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대니 아처는 다이아몬드 밀수업자로, 자이먼 하운수가 연기한 솔로몬 반디는 가족을 찾는 어부다. 두 사람은 거대한 핑크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운명적으로 엮인다. 영화는 할리우드식 스릴러의 형식을 빌렸지만, 소년병 문제와 난민캠프의 참상, 다이아몬드 산업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특히 제니퍼 코넬리가 연기한 저널리스트 매디 보웬을 통해 서구 언론의 아프리카를 향한 시선도 비판적으로 다룬다.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과 전쟁의 잔혹함을 대비시키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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