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1월 23일, 스위스의 해양학자 자크 피카르와 미 해군 중위 돈 월시는 인류 역사상 가장 깊은 곳으로의 여정에 나섰다. 그들이 탑승한 심해 잠수정 트리에스테호는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으로 향했고, 5시간에 걸친 하강 끝에 수심 10,916미터에 도달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완전한 어둠뿐이었지만, 놀랍게도 그곳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했다. 가자미와 유사한 물고기가 해저를 가로질러 헤엄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 20분간의 탐사는 인류가 지구상에서 가장 미지의 영역인 심해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마리아나 해구 심해 탐사, 1960년. 자크 피카르와 돈 월시가 트리에스테호를 타고 수심 10,916m 마리아나 해구 바닥에 도달한 인류 최초의 심해 탐사. ⓒ U.S. Navy
트리에스테호의 성공은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선 의미를 지녔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 우주 경쟁에 가려져 있던 또 다른 프론티어가 바로 심해였다. 미국과 소련은 핵잠수함 개발에 열을 올리며 해저를 군사적 요충지로 인식했지만, 피카르와 월시의 탐사는 심해가 단순한 전략적 공간이 아닌 생명이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임을 증명했다. 그들의 발견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고, 이는 외계 생명체 탐사에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심해는 더 이상 죽음의 공간이 아닌, 미지의 생명이 숨 쉬는 신비로운 영역으로 재정의됐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1989년 작품 The Abyss는 심해라는 극한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인간 드라마를 그린다. 석유 시추선 직원들이 침몰한 핵잠수함 수색 작업에 투입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심해에서 마주한 미지의 존재와의 조우로 이어진다. 에드 해리스가 연기한 주인공 버드는 냉철한 리더십과 인간적 갈등을 동시에 보여주며, 메리 엘리자베스 매스트란토니오가 맡은 전처 린지는 과학자로서의 호기심과 두려움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간다. 특히 마이클 빈이 연기한 코피 중위의 광기 어린 모습은 극한의 압력이 인간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