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5월, 미 해병대는 애리조나주 나바호 보호구역에서 29명의 젊은이를 모집했다. 필립 존스턴이라는 토목기사가 제안한 혁신적 아이디어였다. 나바호어를 군사 암호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일본군은 미군의 모든 암호를 해독하고 있었고, 태평양 전선은 정보전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나바호어는 문자가 없는 구전 언어였고, 부족 외에는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 체스터 네즈, 로이드 올리버 같은 젊은이들은 캘리포니아 캠프 펜들턴으로 향했다. 그들은 420개의 군사 용어를 나바호어로 번역했다. 전투기는 '다-헤-티-히'(벌새), 폭격기는 '제이-쇼'(큰까마귀)가 됐다.
나바호 코드토커, 1942–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선에서 나바호 언어를 암호로 사용해 일본군의 해독을 막은 미 해병대 원주민 통신병. ⓒ U.S. Marine Corps
나바호 암호병의 활약은 단순한 언어 번역을 넘어섰다. 이오지마, 사이판, 오키나와 전투에서 그들은 최전선에 투입됐다. 일본군은 단 하나의 메시지도 해독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어린 시절 백인 학교에서 나바호어 사용을 금지당했던 세대였다. '문명화' 정책으로 모국어를 잃어가던 그들이, 바로 그 언어로 미국을 구하게 된 것이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들의 존재는 1968년까지 군사기밀로 분류됐다. 400여 명이 참전했고, 13명이 전사했다. 하지만 귀국 후에도 원주민 차별은 계속됐다. 투표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던 그들의 희생은 오랫동안 침묵 속에 묻혀 있었다.
존 우(오우삼) 감독의 Windtalkers는 이 역사를 할리우드식 전쟁 서사로 재구성한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한 조 엔더스 상사는 나바호 암호병 벤 야지(아담 비치)를 보호하는 임무를 받는다. 영화는 사이판 전투를 중심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그린다. 엔더스는 암호병이 적에게 생포될 경우 사살하라는 비밀 명령을 받고 있다. 전형적인 우 감독의 스타일로, 슬로모션과 비둘기, 이중 권총 액션이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의 진짜 긴장은 보호자와 피보호자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서 발생한다. 벤 야지는 동료이자 친구인 동시에, 필요하다면 제거해야 할 '자산'이기도 하다.

![[6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와 역사의 교차점은 '도구화된 인간'이라는 주제에 있다](/api/image?url=https%3A%2F%2Fcdn.asia24.co.kr%2Fimages%2Ftmdb%2F096711c21bb8e03d82fb164350890c4f.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