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5월 17일, 방콕 라차담넌 거리에는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수친다 크라프라윤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함성이 도심을 뒤덮었다. '블랙 메이'라 불리게 될 이 민주화 시위는 태국 현대사의 분수령이 됐다. 차분하던 분위기는 저녁 무렵 급변했다. 군인들이 실탄을 발포하기 시작했고, 평화로웠던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공식 집계로는 52명이 사망했지만, 실종자를 포함하면 희생자는 훨씬 많았다. 왕실이 중재에 나서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태국인들의 열망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태국 정치 위기와 적셔츠 시위, 2010년 4–5월. 방콕에서 탁신 지지 세력 '적셔츠'가 대규모 시위를 벌이다 군의 무력 진압으로 90명 이상이 사망한 사건. ⓒ AFP
태국의 민주화 과정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사뭇 달랐다. 왕실, 군부, 시민사회라는 삼각 구도 속에서 민주주의는 한 발짝 전진하다가도 쿠데타로 후퇴하기를 반복했다.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19번의 쿠데타가 발생했고, 그때마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블랙 메이 사건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서 시민 권력이 군부를 압도한 첫 사례였다. 하지만 2006년 탁신 친나왓 총리의 쿠데타, 2014년 프라윳 찬오차의 군사 쿠데타로 민주주의는 다시 위기에 빠졌다. 태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전진과 후퇴, 희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논타왓 넘벤차폴 감독의 다큐멘터리 Boundary는 태국-캄보디아 국경 지대의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둘러싼 영토 분쟁을 다룬다.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불거진 양국를 둘러싼 갈등은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며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감독은 국경 지대 주민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총성이 울리면 숨고, 포격이 멈추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국가가 그은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분열시키는지, 영화는 조용히 관찰한다. 내레이션 없이 진행되는 영화는 관객에게 스스로 판단할 여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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