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1일, 코트디부아르의 최대 도시 아비장에서 로랑 그바그보가 체포됐다. 프랑스군과 유엔 평화유지군의 지원을 받은 알라산 와타라의 군대가 대통령 관저를 포위한 지 열흘 만이었다. 2010년 11월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권력을 고수하려던 그바그보의 몰락은, 약 3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5개월간의 유혈 사태를 끝내는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권력 투쟁의 종결이 아니었다.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쌓여온 종족 갈등과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신식민주의적 개입이 폭발한 비극의 정점이었다.
코트디부아르 내전, 2002–2011년. 종교·민족 갈등으로 두 차례 내전이 벌어져 수천 명이 사망하고 100만 명이 난민이 된 코트디부아르. ⓒ UNHCR
코트디부아르는 한때 '서아프리카의 기적'으로 불렸다. 코코아와 커피 수출을 통해 이룩한 경제 성장은 주변국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경제가 악화되자, 잠재돼 있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북부의 무슬림과 남부의 기독교인, 토착민과 이주민 사이의 긴장은 정치인들에 의해 교묘하게 이용됐다. '이부아리테'(Ivoirité)라는 배타적 민족주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수십 년간 함께 살아온 이웃들이 적이 됐다. 2002년부터 시작된 내전은 나라를 둘로 갈라놓았고, 평화협정과 선거는 오히려 새로운 폭력의 빌미가 됐다.
필리프 라코트 감독의 Run은 바로 이 상처 입은 땅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2014년 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 작품은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한 청년의 여정을 따라간다. 주인공 런은 정치적 암살에 연루돼 도망자 신세가 된다. 아비장의 빈민가에서 시작된 그의 도주는 열대우림을 거쳐 신성한 숲까지 이어진다. 라코트는 핸드헬드 카메라와 자연광을 활용해 런의 숨 가쁜 질주를 생생하게 포착한다. 신인 배우 압둘라예 아수에의 연기는 날것 그대로의 두려움과 생존 본능을 전달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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