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에서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학살 중 하나가 시작됐다. 수단 정부가 지원하는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가 흑인계 농민들의 마을을 습격하며 조직적인 살육을 자행했다. 유엔은 2008년까지 약 30만 명이 사망하고 270만 명이 난민이 된 것으로 추산했다.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은 이 학살을 부인했지만, 국제형사재판소는 2009년 그에게 집단학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21세기에 벌어진 이 참극은 르완다 학살 이후 국제사회가 "다시는 안 된다"고 맹세한 지 불과 10년 만의 일이었다.
수단 다르푸르 학살, 2003년–현재. 수단 정부군과 잔자위드 민병대가 다르푸르에서 자행한 대량 학살로 약 30만 명이 사망했다. ⓒ USAID
다르푸르 학살의 본질은 단순한 종족 갈등이 아니었다. 표면적으로는 아랍계 유목민과 흑인계 농민 간의 충돌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석유 자원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수단 정부는 다르푸르의 풍부한 석유 매장량을 독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종족 간 갈등을 조장했다. 중국은 수단의 최대 석유 수입국으로서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 결의안에 반대했고, 서구 국가들은 말로만 개입을 외쳤을 뿐 실질적 행동은 주저했다. 국제사회의 침묵 속에서 다르푸르는 불타올랐고, 생존자들은 차드 국경의 난민캠프로 몰려들었다.
2007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The Devil Came on Horseback은 전직 미 해병대원 브라이언 스테이들의 눈으로 다르푸르 학살을 기록한다. 애니 순드버그와 리키 스턴이 공동 감독한 이 작품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아프리카연합 평화유지군 소속 군사 감시관으로 활동한 스테이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불타는 마을, 시신이 널브러진 들판, 공포에 질린 아이들의 얼굴. 스테이들의 카메라는 학살의 참상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그는 귀국 후 미 의회와 유엔에서 증언했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영화는 한 개인이 목격한 악의 실체와 그것을 막지 못한 무력감을 생생히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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