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12월 1일,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의 한 버스에서 42세의 재봉사 로자 파크스가 백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버스 기사 요구를 거부했다. 그녀의 체포는 381일간 지속된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의 도화선이 됐고, 이는 미국 공민권 운동의 전환점이 됐다. 당시 남부에서는 짐 크로 법에 의해 대중교통, 식당, 화장실 등 모든 공공시설이 인종별로 분리돼 있었다. 흑인들은 버스 앞자리에 앉을 수 없었고, 백인 전용 구역의 식당에서 식사할 수 없었으며, 백인 전용 호텔에 묵을 수도 없었다. 이러한 일상적 차별 속에서 흑인 여행자들을 위한 특별한 안내서가 필요했고, 1936년 뉴욕의 우체국 직원 빅터 그린은 '흑인 운전자를 위한 그린 북'을 발간하기 시작했다.
미국 남부 흑인 여행 안내서 '그린북', 1936–1966년. 흑인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숙소와 식당을 안내한 빅터 그린의 여행 가이드북. ⓒ Smithsonian Institution
그린 북은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었다. 이는 생존 지침서였다. 책에는 흑인 손님을 받아주는 호텔, 식당, 주유소의 목록이 담겨 있었다. 남부를 여행하는 흑인들에게 이 책은 굴욕과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1964년 공민권법이 통과되고 공공장소에서의 인종 차별이 불법화되면서 그린 북은 1966년 발간을 중단했지만, 30년간 이 책이 증언한 것은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 분리의 현실이었다. 흑인들은 같은 국민이면서도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백인들이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의 자유가 흑인들에게는 투쟁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피터 패럴리 감독의 Green Book은 1962년 가을, 이탈리아계 백인 운전사 토니 발레롱가와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가 미국 남부를 순회 공연하며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비고 모텐슨이 연기한 토니는 거친 성격의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마허샬라 알리가 연기한 돈 셜리 박사는 카네기홀에서 연주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다. 두 사람은 8주간의 남부 투어를 위해 그린 북을 들고 길을 나선다. 영화는 두 사람의 문화적 충돌과 점진적 이해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중하게 그려낸다. 특히 교양 있는 흑인 지식인이 오히려 무학의 백인 운전사로부터 흑인 음악과 음식 문화를 배우는 역설적 상황은 정체성의 복잡함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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