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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째주 · 2025
[8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역사적 사건과 영화는 '보이지 않는 것'을 중심으로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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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역사적 사건과 영화는 '보이지 않는 것'을 중심으로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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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6월 5일, 베이징 장안대로에서 한 남성이 탱크 앞을 가로막았다.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그는 양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전날 천안문 광장에서 시작된 유혈 진압 직후, 광장을 빠져나가던 제39집단군 소속 59식 탱크 종대가 그의 앞에서 멈춰 섰다. AP통신의 제프 와이드너, 매그넘의 스튜어트 프랭클린 등 외신 기자들이 베이징 호텔 발코니에서 이 장면을 포착했다. 탱크가 좌우로 피하려 하자 그도 따라 움직이며 길을 막았고, 급기야 탱크 위로 올라가 승무원과 대화를 시도했다. 약 5분간의 대치 후 두 명의 남성이 나타나 그를 데리고 사라졌다. 그의 신원과 행방은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역사 사건

중국 천안문 탱크맨.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이 '탱크맨' 사진은 20세기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 중 하나가 되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4월부터 시작된 학생 민주화 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며 수백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를 냈다. 덩샤오핑은 5월 20일 계엄령을 선포했고, 리펑 총리는 학생들을 '동란 세력'으로 규정했다. 6월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인민해방군은 실탄을 발사하며 광장을 점거한 학생들을 해산시켰다. 서방 언론은 이를 '천안문 대학살'로 보도했지만, 중국 정부는 '정치 풍파'라고 축소했다. 탱크맨의 등장은 이런 국가 폭력에 맞선 개인의 용기를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이 이미지는 철저히 검열되었고, 많은 중국인들은 이 사진의 존재조차 모른다.

2006년 앤토니 토마스 감독은 다큐멘터리 Tank Man을 통해 이 익명의 영웅을 추적했다. PBS 프론트라인에서 방영된 이 작품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과 목격자들의 증언을 수집했다. 영화는 탱크맨의 정체를 찾는 과정에서 왕웨이린이라는 19세 학생설, 천안문 근처 거주자설 등 여러 가능성을 검토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중국 내에서 이 사진을 본 적 없다는 베이징 대학생들의 인터뷰다. 토마스 감독은 단순히 과거를 재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억의 정치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또한 경제 성장으로 변모한 2006년의 중국과 1989년의 중국을 대비시키며, 물질적 풍요와 정치적 자유 사이의 거래를 암시한다.

영화 스틸

Tank Man (2006), 앤토니 토마스 감독. ⓒ Production Company

역사적 사건과 영화는 '보이지 않는 것'을 중심으로 교차한다. 탱크맨의 얼굴은 사진에서 식별되지 않고, 그의 운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토마스의 다큐멘터리도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 불확실성이 더 큰 진실을 드러낸다. 국가 권력이 개인을 얼마나 쉽게 지워버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의 행동이 어떻게 영원한 상징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탱크맨을 찾는 여정을 통해 중국의 집단 기억상실증을 진단한다. 천안문 사건 자체가 중국에서 금기시되는 상황에서, 탱크맨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 되었다. 이는 권력이 역사를 통제하려 할 때 발생하는 필연적인 모순을 보여준다.

2025년 현재, 탱크맨의 이미지는 여전히 저항의 아이콘으로 회자된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이 이미지가 재현되었다. 디지털 시대에도 중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은 '6월 4일', '탱크' 같은 단어를 차단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검열이 오히려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젊은 세대는 VPN을 통해 금지된 이미지를 찾아보고, 해외 유학생들은 처음으로 이 사진을 마주한다. 토마스의 영화가 보여주듯, 진실은 완전히 지워질 수 없다. 다만 우회하고 변형되며 전달될 뿐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천안문 사건을 '정치적 소요'에서 '애국 교육의 계기'로 재해석하려 시도하지만, 탱크맨의 이미지는 여전히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한다.

한 개인이 탱크를 막아선 그 순간은 불과 몇 분이었지만, 그 잔상은 36년이 지난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모르고, 그가 무엇을 원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토마스 감독의 Tank Man은 이 무지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오히려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낸다고 제안한다. 익명성은 보편성이 되었고, 한 사람의 행동은 모든 사람의 가능성이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앞에 놓인 탱크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 앞에 설 용기가 있는가?

공식 예고편

Tank Man (2006) — 앤토니 토마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