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10월 16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살 국왕은 미국으로의 석유 수출 금지를 선언했다. 욤키푸르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한 서방 국가들의 보복이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아랍 회원국들이 동참하면서, 배럴당 3달러였던 원유 가격은 12달러로 치솟았다. 주유소마다 긴 줄이 늘어섰고, 선진국 경제는 마비됐다. 중동의 검은 황금이 처음으로 세계 권력의 중심에 섰던 순간이었다. 베두인 유목민의 땅이었던 사막 왕국들이 하루아침에 국제 정치의 주역으로 부상했고, 석유는 단순한 에너지원을 넘어 지정학적 무기로 변모했다.
중동 석유 정치와 OPEC,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 무기화를 선언해 세계 경제를 뒤흔든 오일쇼크. ⓒ AP통신
석유 파동은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2차 대전 이후 구축된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미국의 헤게모니가 흔들리고, 다극화된 세계 질서가 태동했다. CIA는 중동 왕가들과 은밀한 거래를 시작했고, 거대 석유회사들은 정치와 결탁했다. 페트로달러는 월스트리트로 흘러들어 금융 자본주의를 탄생시켰다. 이란의 팔레비 왕조 붕괴, 레바논 내전, 이란-이라크 전쟁까지, 중동의 모든 분쟁 뒤에는 석유를 둘러싼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검은 황금은 축복이자 저주였고, 석유가 흐르는 곳마다 피가 흘렀다.
스티븐 개건 감독의 Syriana는 석유를 둘러싼 국제 정치의 미로를 해부한다.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CIA 요원 밥 반스는 중동에서 더러운 작전을 수행하다 배신당한다. 맷 데이먼의 에너지 분석가는 개혁적인 왕자와 손잡지만, 보수적인 왕자를 지지하는 미국의 음모에 휘말린다. 영화는 복잡한 다중 플롯을 통해 석유 이권을 둘러싼 CIA, 거대 석유회사, 중동 왕가, 로비스트, 변호사들의 검은 커넥션을 드러낸다. 개건은 할리우드식 선악 구분을 거부하고,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회색 지대를 그려낸다. 클루니의 절제된 연기는 이상주의가 무너진 중년 요원의 환멸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8월 5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는 석유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권력 그 자체임을 보여준다](/api/image?url=https%3A%2F%2Fcdn.asia24.co.kr%2Fimages%2Ftmdb%2F4dd58da30d7e1868b85f756ee3fd89f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