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19일, 우크라이나 출신 무기 밀매상 빅토르 부트가 태국 방콕에서 체포되었다. '죽음의 상인'이라 불렸던 그는 1990년대 초부터 아프리카와 중동의 분쟁 지역에 구소련제 무기를 공급해왔다.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등지의 내전에서 그가 거래한 AK-47 소총과 RPG 로켓은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미국 마약단속국이 주도한 '오퍼레이션 릴렌트리스' 작전으로 그의 15년 밀매 인생은 막을 내렸지만, 그가 남긴 무기들은 여전히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서 살육을 계속하고 있었다.
무기 밀매와 전쟁.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냉전 종식 후 구소련의 막대한 무기 재고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 흘러들었다.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몰도바의 무기고에서 빠져나온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대전차 미사일은 국제 무기 암시장의 주력 상품이 되었다. 빅토르 부트 같은 브로커들은 위조 서류와 유령 회사를 동원해 UN 제재를 교묘히 피해갔다. 그들에게 분쟁은 사업 기회였고, 인종 청소는 수요 창출이었다. 국제사회가 평화 협정을 중재하는 동안, 무기상들은 양측 모두에 무기를 팔며 전쟁의 불씨를 지폈다.
앤드루 니콜 감독의 Lord of War는 이러한 국제 무기 밀매의 어두운 실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한 유리 올로프는 우크라이나계 이민자 출신으로 냉전 종식을 기회 삼아 무기 밀매에 뛰어든다. 영화는 그가 작은 권총 거래상에서 시작해 아프리카 독재자들의 주요 무기 공급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특히 이든 호크가 연기한 집요한 인터폴 요원과의 추격전은 실제 무기 밀매 단속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Lord of War (2005), 앤드루 니콜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와 현실의 유사성은 놀라울 정도다. 유리 올로프가 라이베리아 독재자에게 무기를 공급하는 장면은 빅토르 부트가 찰스 테일러 정권과 거래했던 실제 상황을 연상시킨다. 영화 속 주인공이 "전 세계 5대 무기 수출국이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며 냉소하는 대목은 국제 무기 거래의 위선적 구조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한 무기 시장에서, 국가의 이익과 개인의 탐욕이 뒤엉켜 만들어내는 비극의 메커니즘을 영화는 차갑게 해부한다.
2025년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또 다른 무기 시장의 판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서방의 군사 지원 물자 중 일부가 암시장으로 흘러든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드론과 같은 신무기가 새로운 밀매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빅토르 부트는 2022년 미국과 러시아의 죄수 교환으로 석방되어 모스크바로 돌아갔다. 기술은 변했지만 전쟁과 이익의 공생 관계는 여전하다. 분쟁이 있는 곳에 무기상이 있고, 무기가 있는 곳에 더 많은 죽음이 뒤따른다.
칼라시니코프를 발명한 미하일 칼라시니코프는 말년에 "내 발명품이 방어가 아닌 살육에 쓰이는 것을 보며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의 후회는 이미 흘러간 피를 되돌릴 수 없었다. Lord of War의 마지막 장면에서 유리 올로프는 체포되었다가 곧 풀려난다. 그를 필요로 하는 '더 큰 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전쟁의 종결은 적대 행위의 중단일까, 아니면 그 전쟁으로 이익을 보는 이들이 사라지는 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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