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6월 10일, 멕시코시티의 한 중산층 가정에서 일하던 가사도우미 클레오는 여느 날과 같이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믹스텍 원주민 출신인 그녀는 14살에 오악사카의 작은 마을을 떠나 수도로 올라왔고, 이제 스물두 살의 나이에 네 아이의 양육과 집안일을 도맡고 있었다. 그날도 그녀는 주인집 가족들이 깨어나기 전에 아침을 준비하고, 빨래를 개며, 개 똥을 치웠다. 멕시코시티의 로마 노르테 지역에 위치한 이 집에서 클레오는 가족이면서도 가족이 아닌,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었다.
멕시코 코르푸스 크리스티 학살, 1971년 6월 10일. 멕시코시티에서 학생 시위대를 정부 지원 준군사조직이 공격해 약 120명이 사망한 '엘 할코나소'. ⓒ Archivo General de la Nación
1970년대 멕시코는 '기적의 시대'라 불리던 경제성장기를 지나고 있었지만, 원주민과 메스티소 하층민들에게 그 기적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전체 가정의 15%가 가사도우미를 고용했고, 그들 대부분은 농촌 출신 원주민 여성들이었다.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한 채 주 6일, 하루 12시간 이상 일했지만, 이들의 노동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다. 멕시코 사회는 이들의 헌신 위에 중산층의 안락한 일상을 구축했고, 동시에 그들을 철저히 비가시화했다. 계급과 인종의 이중 차별 속에서 가사도우미들은 멕시코 근대화의 그림자였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Roma는 바로 이 시대, 이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감독 자신의 유년 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클레오라는 이름의 가사도우미를 중심에 놓는다. 야리차 아파리시오가 연기한 클레오는 말수가 적고 헌신적이며, 주인집 아이들을 자신의 아이처럼 돌본다. 흑백의 화면 속에서 그녀는 조용히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과 놀아주며, 자신의 고통조차 소리 없이 삼킨다. 영화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들—1971년 성체축일 대학살—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한 여성의 일상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10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이들의 존재를 영화는 빛과 그림자로 새긴다](/api/image?url=https%3A%2F%2Fcdn.asia24.co.kr%2Fimages%2Ftmdb%2F57d127639cd967ea35c1ac73259c29f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