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4월 17일,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이 함락됐다.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루주가 정권을 장악한 순간이었다. 붉은 스카프를 두른 젊은 병사들이 도시로 진입하자, 시민들은 내전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거리로 나와 환호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크메르루주는 도시민들을 강제로 농촌으로 이주시키기 시작했고, 이는 20세기 최악의 집단학살 중 하나인 '킬링필드'의 서막이었다. 1979년 1월까지 3년 8개월 20일간 캄보디아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학살, 1975–1979년. 폴 포트의 크메르루주 정권이 약 200만 명을 학살한 '킬링필드' 시대. ⓒ Tuol Sleng Genocide Museum
크메르루주의 광기는 단순한 정치적 숙청을 넘어섰다. 그들은 '원시 농업 공산주의'라는 유토피아를 꿈꾸며 캄보디아를 '0년'으로 되돌리려 했다. 지식인, 종교인, 심지어 안경을 쓴 사람까지도 부르주아 계급으로 분류돼 처형당했다. 가족은 해체됐고, 아이들은 부모를 고발하도록 세뇌됐다. 농촌 집단 수용소에서 사람들은 하루 16시간 이상의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굶주림과 질병으로 쓰러져갔다. 크메르루주는 역사상 유례없는 자국민 학살을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했다.
롤랑 조페 감독의 The Killing Fields는 이 참혹한 역사를 뉴욕타임스 기자 시드니 샌버그와 캄보디아인 통역가 딧 프란의 우정을 통해 그려낸다. 영화는 크메르루주가 프놈펜을 점령하던 날부터 시작한다. 서구 언론인들이 대피하는 와중에 딧 프란은 가족과 함께 남기로 결정하고, 이후 끔찍한 고난을 겪는다. 하잉 S. 응고르가 연기한 딧 프란의 모습은 실제 생존자였던 그의 경험이 녹아들어 관객을 압도한다. 특히 수많은 해골이 널린 들판을 걸어가는 장면은 영화사에 남을 충격적인 순간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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