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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째주 · 2025
[10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역사는 숫자로 기록되지만, 고통은 개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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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역사는 숫자로 기록되지만, 고통은 개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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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1일 새벽, 시리아 다마스쿠스 교외 구타 지역에 로켓포가 떨어졌다. 사린가스를 탑재한 이 공격으로 1,429명이 숨졌고, 그중 426명이 어린이였다. 생존자들은 호흡곤란과 경련, 구토 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실려 갔다. UN 조사단은 이를 "21세기 가장 심각한 화학무기 사용"이라고 규정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반군 소행이라 주장했지만, 국제사회는 정부군의 공격으로 결론 내렸다. 이날의 참극은 시리아 내전이 얼마나 잔혹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역사 사건

화학무기 시리아 내전.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화학무기 사용은 국제법상 명백한 전쟁범죄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제네바 의정서(1925)와 화학무기금지협약(1997)을 통해 국제사회는 이를 금지해왔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는 2011년 시작된 내전에서 최소 300회 이상 화학무기를 사용했다. 염소가스부터 사린, VX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가스가 민간인 거주 지역에 투하됐다. 러시아의 비호 아래 UN 안보리 제재는 번번이 무산됐고, 국제사회의 '레드라인'은 무의미한 수사에 그쳤다. 시리아 국민들은 국제법의 보호막 밖에서 죽어갔다.

2019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For Sama는 이런 참상의 한복판을 기록한다. 감독 와드 알카타엡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알레포에서 촬영한 500시간 분량의 영상을 95분으로 편집했다. 의대생이던 그녀는 의사인 남편 함자와 함께 포위된 도시에 남아 병원을 운영하며 딸 사마를 낳고 키운다. 영화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왜 엄마가 이 지옥 같은 곳을 떠나지 않았는지를 설명한다.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화학무기에 질식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 속에서도 계속되는 일상이 핸드헬드 카메라에 생생히 담긴다.

영화 스틸

For Sama (2019), 와드 알카타엡 감독. ⓒ Production Company

For Sama의 힘은 거대 서사가 아닌 개인의 미시사에서 나온다. 화학무기 공격은 통계와 숫자로 환원되기 쉽지만, 와드의 카메라는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비춘다. 염소가스에 노출된 아이가 병원에 실려 와 치료받는 장면, 사린가스 공격 후 대량으로 몰려든 환자들로 아수라장이 된 응급실. 이는 2013년 구타 학살의 축소판이자, 시리아 전역에서 반복된 비극의 단면이다. 역사는 숫자로 기록되지만, 고통은 개별적이다. 영화는 이 간극을 메운다.

시리아 내전은 2024년 현재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50만 명이 사망하고 1,300만 명이 난민이 됐다. 화학무기 사용자들은 여전히 처벌받지 않았고,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도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For Sama 같은 기록들은 남았다. 가해자들이 역사를 왜곡하려 해도, 피해자들의 증언은 디지털 아카이브로 영원히 보존된다. 시리아의 비극은 국제질서의 무력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진실을 기록하는 개인들의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한다.

와드 알카타엡은 영화 말미에 딸에게 묻는다. "언젠가 네가 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을까?" 이는 우리 모두를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화학무기라는 절대악 앞에서 침묵한 국제사회,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기록을 남긴 한 여성. 역사의 심판대에 설 때, 우리는 어느 편에 서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리아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고, 우리의 대답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식 예고편

For Sama (2019) — 와드 알카타엡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