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4일 새벽,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키이우, 하르키우, 오데사, 마리우폴 등 주요 도시들에 미사일이 떨어졌고, 전 세계는 21세기에 목격하게 된 대규모 침공에 경악했다. 특히 아조프해 연안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인구 40만의 이 도시는 동부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였고, 곧 현대전의 가장 참혹한 포위전의 무대가 됐다. 도시는 완전히 봉쇄됐고, 전기와 수도, 난방이 끊긴 채 시민들은 영하의 추위 속에서 생존을 위해 싸워야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마리우폴 포위전, 2022년 2–5월. 러시아군의 마리우폴 포위 공격으로 수천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도시가 폐허가 된 사건. ⓒ AP통신
마리우폴 포위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가장 파괴적인 도시전으로 기록됐다. 러시아군은 무차별 포격과 공습을 감행했고, 병원과 학교, 극장 등 민간 시설도 표적이 됐다. 3월 16일, 수백 명의 시민이 대피해 있던 마리우폴 드라마 극장이 폭격을 받아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건물 앞뒤로 러시아어로 '어린이'라고 큰 글씨로 써놨음에도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국제사회는 인도주의 회랑 설치를 요구했지만, 대피로는 번번이 차단됐다. 85일간의 포위 끝에 도시의 90%가 파괴됐고, 2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닌, 한 도시를 지도에서 지우려는 조직적인 파괴였다.
우크라이나 포토저널리스트 므스티슬라브 체르노프가 감독한 20 Days in Mariupol는 이 참극의 첫 20일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2023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AP통신 취재팀이 포위된 도시에서 유일하게 남아 촬영한 영상들로 구성됐다. 체르노프와 그의 팀은 폭격 속에서 병원과 대피소를 오가며 시민들의 고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산부인과 병원이 폭격당하는 순간, 임산부가 들것에 실려 나오는 장면, 집단 매장지에서 오열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전쟁의 실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영화는 특별한 내레이션이나 음악 없이, 현장의 소리와 증언만으로 진행돼 더욱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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