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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째주 · 2026
[1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는 이러한 폭력의 강제적 내면화 과정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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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는 이러한 폭력의 강제적 내면화 과정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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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15일, 시에라리온 프리타운. 유엔 특별법원이 설치되어 내전 기간 아동병사를 강제 징집한 전쟁범죄자들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되었다. 피고인석에는 혁명연합전선(RUF)의 지도자들이 앉았고, 증인석에는 겨우 열네 살에 불과한 소년이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했다. "그들은 제 부모님을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거부하면 저도 죽는다고 했습니다." 법정은 침묵에 잠겼다. 이날 재판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30만 명이 넘는 아동들이 총을 들고 전장에 나선 참혹한 현실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 사건

아프리카 아동병사.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아프리카의 아동병사 문제는 단순한 인권 침해를 넘어서는 구조적 폭력의 산물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우간다의 신의 저항군(LRA), 콩고민주공화국의 반군 조직들,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의 무장 세력들은 조직적으로 아동들을 납치하고 세뇌했다. 이들에게 아동은 값싼 전투 자원이었다. 순종적이고, 두려움을 모르며, 성인보다 통제하기 쉬웠다. 국제사회는 2000년 유엔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를 통해 18세 미만 아동의 군사 징집을 금지했지만, 무법 지대가 된 분쟁 지역에서 이는 무력한 종이 조각에 불과했다. 빈곤, 기아, 가족의 붕괴라는 삼중고 속에서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스스로 무장 조직에 가담하기도 했다.

캐나다 출신 김 응웬 감독의 War Witch는 이러한 아프리카 아동병사의 비극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열네 살 소녀 코모나는 반군에게 납치되어 부모를 죽이도록 강요받고, 이후 2년간 반군 부대에서 소년병으로 활동한다. 감독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실제 소년병 출신들을 만나 10년간 준비한 끝에 이 영화를 완성했다. 주인공 역의 라셸 음완자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소녀였지만, 전쟁의 상흔과 생존의 의지를 오가는 복잡한 감정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코모나가 죽은 부모의 환영을 보는 장면들은 초현실적 영상미로 트라우마의 내면을 시각화하면서, 아동병사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의 깊이를 전달한다.

영화 스틸

War Witch (2012), 김 응웬 감독. ⓒ Production Company

역사적 현실과 영화적 재현이 만나는 지점은 바로 '빼앗긴 유년'이라는 주제다. 시에라리온 내전의 생존자들은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첫 살인'의 순간을 꼽는다. War Witch의 코모나 역시 부모를 쏘아야 했던 그 순간부터 더 이상 아이가 아니게 된다. 영화는 이러한 폭력의 강제적 내면화 과정을 추적한다. 아이들은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이중적 정체성 속에서 고통받는다. 더욱 잔인한 것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다. 가족을 죽인 살인자로 낙인찍힌 아이들은 공동체로 돌아갈 수 없다. 영화 속 코모나가 마술사와의 사랑을 통해 찾으려 했던 것도 결국은 잃어버린 인간성의 회복이었다.

2026년 현재, 아프리카의 아동병사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시리아, 예멘, 남수단 등지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아동 착취가 계속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아동병사 징집을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요원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가해자 처벌이 아니라, 피해 아동들의 사회 복귀와 트라우마 치료다. 르완다는 1994년 대학살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통합을 시도했고, 시에라리온은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해 과거 청산을 모색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전 세계 난민캠프에는 여전히 전쟁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청소년들이 있다.

김 응웬 감독은 War Witch를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전쟁이 아이들에게서 빼앗은 것을 어떻게 되돌려 줄 수 있을까? 코모나가 마침내 부모의 유해를 찾아 매장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용서와 화해가 가능하다는 희망의 메시지일까, 아니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한 애도일까? 우리는 스크린 너머의 현실에서 여전히 총을 든 아이들을 목도하고 있다. 그들의 빼앗긴 유년을 되찾아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아니면 우리는 영원히 그들에게 빚진 채로 살아가야 할까?

공식 예고편

War Witch (2012) — 김 응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