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3일,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 앞바다에서 500명이 넘는 에리트레아와 소말리아 난민을 태운 배가 침몰했다. 368명이 목숨을 잃은 이 참사는 유럽을 향한 지중해 난민 위기의 상징적 사건이 됐다. 람페두사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불과 113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섬으로, 유럽의 관문이자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경계였다. 섬 주민들은 매일같이 바다에서 건져올린 시신들을 목격하며, 인류애와 무력감 사이에서 고통받았다. 이날의 비극은 단순한 해난사고가 아니라,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덕적 시험대였다.
지중해 난민 위기와 람페두사, 2013년–현재.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을 향해 지중해를 건너다 수천 명이 익사한 난민 참사. ⓒ UNHCR
지중해 난민 위기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급격히 심화됐다. 리비아, 시리아, 에리트레아에서 전쟁과 독재를 피해 탈출한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유럽행 보트에 올랐다. 유럽연합은 국경 통제를 강화하며 '요새 유럽'을 구축했고, 이는 오히려 더 위험한 항로로 난민들을 내몰았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3천 명 이상이 지중해에서 익사했다. 난민들은 인신매매업자들에게 평생 모은 돈을 지불하고 과적된 고무보트나 낡은 어선에 몸을 실었다. 이들에게 바다는 자유로 가는 유일한 길이자, 죽음의 무덤이었다.
잔프랑코 로시 감독의 Fire at Sea는 2016년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1년 반 동안 람페두사 섬에 머물며 두 개의 평행선을 그린다. 한쪽에는 12살 소년 사무엘레의 일상이 있다. 그는 새총을 만들고, 바다에서 낚시하며, 의사에게 약시 치료를 받는 평범한 섬 소년이다. 다른 한쪽에는 구조된 난민들의 모습이 있다. 화상을 입고, 탈수로 쓰러지고, 임신한 채로 바다를 건넌 사람들. 로시는 이 두 세계를 교차 편집하지 않고 병치시킴으로써,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결코 만나지 않는 두 현실을 보여준다.

![[3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그는 25년간 난민들의 시신을 검시하고 생존자들을 치료해왔다](/api/image?url=https%3A%2F%2Fcdn.asia24.co.kr%2Fimages%2Ftmdb%2Fe4ac2a22c58d8c935de9348576fc634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