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5일, 케냐 몬바사 항구에서 330마일 떨어진 인도양.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 소유의 초대형 유조선 시리우스 스타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됐다. 길이 330미터,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은 이 거대한 선박이 단 15분 만에 AK-47 소총과 로켓추진 유탄발사기로 무장한 해적 8명에게 장악된 것이다. 선원 25명은 인질이 됐고, 해적들은 2,500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했다. 이는 당시까지 소말리아 해적이 납치한 선박 중 최대 규모였으며, 전 세계 해운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소말리아 해적의 선박 납치, 2007–2012년. 아덴만에서 상선을 납치해 수백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한 소말리아 해적의 활동. ⓒ Reuters
동아프리카 해적의 역사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과 함께 시작됐다. 정부가 붕괴되자 외국 선박들이 소말리아 영해에서 불법 조업을 시작했고, 유독 폐기물을 투기했다. 생계를 잃은 어부들은 자경단을 조직해 외국 선박을 쫓아냈지만, 곧 이것이 수익성 높은 '사업'임을 깨달았다. 2000년대 들어 해적 행위는 조직화됐고, GPS와 위성전화로 무장한 이들은 아덴만을 지나는 연간 2만여 척의 선박을 위협했다. 국제사회는 해군을 파견했지만, 3,300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안선을 모두 감시하기란 불가능했다.
덴마크 영화 A Hijacking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화물선과 선원들의 103일을 그린다. 토비아스 린홀름 감독은 할리우드식 액션 대신 극도로 건조한 리얼리즘을 선택했다. 인도양 한가운데서 고립된 선원들과 코펜하겐 본사 회의실을 오가는 교차편집은 현장의 공포와 협상 테이블의 냉정함을 대비시킨다. 특히 선박 요리사 미켈(필스보 아스백)의 점진적인 정신적 붕괴와 CEO 피터(쇠렌 말링)의 협상 과정은 실제 인질 협상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놀라운 사실성을 획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