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반도체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그늘, 수십조 이익을 흔드는 '헬륨 한 품목'

조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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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1분기 영업이익 SK 37조·삼성 57조
증권가 "올해 투톱 이익 7배" 전망
그런데 호황의 토대는 좁은 공급망
헬륨 수입 64.7%가 카타르 한 나라
갈륨·게르마늄은 중국이 9할 장악
병목은 노광장비 아닌 '기체 한 종류'
다음 질문은 "얼마 버나"가 아니다
📊숫자로 보는 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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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1Q26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전년比 +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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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Q26 영업이익
57조2300억원·2026 1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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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 SK 2026E 영업이익 전망
256.2조→279.5조(+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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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륨 수입 카타르 의존도
64.7%·2025년·한국

반도체가 또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그런데 이 호황, 어디에 기대 서 있는지 들여다본 적 있으신가요? 결론을 먼저 귀띔하면, 수십조원짜리 이익이 '기체 한 종류'에 흔들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본문은 실적의 크기를 자랑하지 않습니다. 그 크기를 떠받치는 공급망의 가장 좁은 문이 어디인지를 봅니다.

■ 숫자는 이미 '폭발'했다

먼저 규모부터 보죠.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에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올렸습니다.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405.5% 늘었습니다. 네 배가 아니라 다섯 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죠. 삼성전자도 같은 분기 영업이익 57조23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두 회사 합산 한 분기 영업이익만 90조원을 넘습니다.

전망은 더 셉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을 256조2280억원에서 279조5480억원으로 9% 올렸습니다. 내년(2027년) 전망도 365조4290억원에서 378조8620억원으로 4% 상향했죠. 목표주가는 193만원에서 234만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노무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른바 '반도체 투톱'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약 7배 늘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참고: 위 전망치는 증권사의 추정이지 확정 실적이 아닙니다.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지금 속도로 이어진다는 가정 위에 서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AI가 메모리를 빨아들이고, 한국 두 회사가 그 돈을 쓸어 담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이익 전망이 올라갈수록, 그 이익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은 점점 더 좁은 곳에 몰려 있거든요.

■ 병목은 첨단 장비가 아니라 '기체 한 종류'에서 온다

반도체 공급망 위기라고 하면 보통 노광장비(EUV)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정작 가까운 단일점은 다른 데 있습니다. 헬륨입니다.

헬륨은 반도체 공정의 냉각·누설 탐지·이온 주입에 쓰이는데, 마땅한 대체재가 없습니다. 천연가스 부산물이라 "국산화로 해결하자"는 말도 통하지 않죠. 땅에서 안 나면 그만이거든요. 문제는 의존도입니다. 글로벌이코노믹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헬륨 수입의 64.7%를 카타르 한 나라에 기댔습니다. 수입 세 통 중 두 통이 한 곳에서 온다는 뜻입니다. 그 카타르의 라스라판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KOTRA 추정으로 전 세계 헬륨 물량의 약 30%가 한꺼번에 사라집니다.

[※참고: 그렇다고 "헬륨이 끊기면 HBM이 곧장 멈춘다"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보유 재고·재활용·대체 수급선이 단기 완충 역할을 합니다. 다만 그 완충이 얇다는 게 핵심입니다.]

소재 쪽도 같은 그림입니다. 갈륨과 게르마늄, 차세대 전력반도체와 광소자에 쓰이는 이 두 광물은 중국이 세계 생산의 각각 94%·90%를 쥐고 있습니다. 열 개 중 아홉 개가 한 나라에서 나온다는 얘기죠. 게다가 중국은 2023년 8월부터 이 둘에 수출 허가제를 걸어 뒀습니다. 당장 한국 메모리 본공정을 멈출 카드는 아니지만, 차세대 소자와 연구개발 일정에는 언제든 손댈 수 있는 '스위치'인 셈입니다.

브롬 계열 소재까지 리스크로 거론되긴 합니다. 다만 원소 브롬 수입과 반도체 식각용 특수가스는 같은 말이 아니어서, 여기선 "그런 품목도 감시 목록에 있다" 정도로만 둡니다. 숫자를 과장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 HBM은 칩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호황의 주인공 HBM은 마진이 가장 높은 메모리입니다. 그런데 HBM은 DRAM을 찍는다고 끝이 아닙니다. 실리콘관통전극(TSV)·적층·본딩·패키징·테스트까지, 좁은 문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수요는 'AI 서버'라는 한 방향으로 몰리는데, 병목은 소재·가스·후공정·수율이라는 여러 개의 작은 문에서 동시에 생긴다는 거죠.

시간의 문제도 있습니다. 웨이퍼를 넣고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보통 8~12주, 두세 달이 걸립니다. 원자재 한 품목이 흔들리면, 그 충격은 분기 실적에 '뒤늦게' 잡힙니다. 손익계산서가 멀쩡해 보이는 동안에도 리드타임과 재고는 이미 흔들리고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 그래서, 다음 질문은 "얼마 버나"가 아니다

정리해 볼까요. 이익 전망은 사상 최대로 치닫고, 한국 반도체 수출의 30~35%는 중국으로 향하며, 2나노 이하 공정에 쓰이는 장비·공정가스의 국산화율은 20~30%에 머뭅니다. '좋은 의존(수요)'과 '위험한 의존(공급)'이 같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증권가 목표주가는 '얼마나 버느냐'를 봅니다. 하지만 공급망 리스크는 매출로 잡히기 전, 비용·재고·일정의 언어로 먼저 나타납니다. 그러니 슈퍼사이클 앞에서 던질 질문은 바뀌어야 합니다.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어떤 단일점 하나가 멈추면 전체가 멈추느냐"입니다. 그리고 그 답의 상당 부분은, 첨단 장비가 아니라 헬륨 한 통과 광물 두 종류에 적혀 있습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1실적은 손익계산서에, 리스크는 공급망에 있다. 사상 최대 이익은 확정 숫자지만, 그 이익을 떠받치는 헬륨·소재·후공정은 비용과 일정 속에 숨어 있다. 호황의 크기보다 토대의 두께를 봐야 한다.
2'국산화'가 만능 해법이 아니다. 헬륨처럼 지질학적으로 국내 생산이 불가능한 품목은 국산화가 아니라 장기계약·재활용·비축·다변화가 현실적 대응이다.
3소재 이름을 뭉뚱그리면 숫자가 과장된다. 원소 브롬, 브롬화수소, 반도체용 특수가스는 같은 리스크가 아니다. 품목 정의를 분리해야 진짜 단일점이 보인다.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