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통일의 선험적 실체
아직도 ‘탈북(脫北)’에 대해 무심한 사람들을 감안해 아주 상식적인 설명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북한은 1990년대 들어 국제적 고립과 정책 실패, 만연된 재해 등으로 생산기반이 붕괴되면서 실질적인 배급 중단 사태를 맞았다. 1995년-1999년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이를 극복하려 했으나 결국 아사자 수백만이라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후 북중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생존을 위한 도강 월경이 빈번해지고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한국행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국제 사회화에도 매우 중요한 현안으로 부각된 것이 바로 ‘탈북’이다.
한반도의 분단은 1945년 38선이 확정되고 1950년 초 전쟁을 겪으면서 고착된 이후, 지금까지 70년을 넘겨 이어왔다. 남북이 그동안 서로 다른 체제를 구축해 심각한 대결 국면으로 대치해 온 사실도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냉전체제 와해 시기 남북은 국가 경쟁력에서 일방적인 우열 관계로 공표되었고, 이에 따라 분단 종식과 남북통일의 실천적 방향이 재설정되기에 이르렀다. 이때 틸북은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이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행로임을 증언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가 되었다.
북한은 3대 세습을 이룬 2010년대에 들어서까지도 파탄 난 경제를 수습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대량 탈북의 빌미를 거듭 제공해 왔다. 고난의 행군 이후 실제 탈북민 수는 2001 ~2005년 연 1,000명, 2006~2011년 연 2,000명, 코로나-19 사태 발발 직전인 2019년까지 연 1,000명 이상씩으로 발생했다.
2021년 5월 현재를 기준으로, 국내 정착 탈북민은 3만7,000명이 넘고, 중국 등 제3국에서 머무는 수는 그 10배 이상에 달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체제가 어떻게든 와해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면 그 과정에서 일어날 탈북은 더욱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탈북은 적지 않은 수의 주민이 생존과 미래의 삶을 위해 신분이 보장되고 정착에 유리한 한국에 입국하는 일련의 사건으로 이해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북한 체제의 붕괴가 노정된 격변의 시대를 증명하는 역사적 사건이 탈북이다. 분단체제가 허물어지고 통일이 구축되는 현장을 위해 탈북은 ‘먼저 온 통일'로 선험(先驗)되고 있는 중이다.
시대 구분 연대
구한말 ~1910년 ~1910년
일제강점기 ~1945년
분단기 ~1990년
탈북기 ~2021년 현재
문학사의 시대 구분으로서의 탈북
북한은 사회주의권 국가가 개혁 개방을 한 이후 거의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습과 핵 개발 등으로 내적 모순을 복제함으로써 위기를 자초했다. 현재 한국은 이전의 분단 시대의 인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통합을 이루기 위해 그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평평하게 끌어올 리는 과정을 주도하고 있는 중이다. 탈북은 이 시기 남북의 통합을 위한 정당성을 제공하고 방향성을 제시해준 가장 분명한 실증이다. 따라서 탈북으로 상징되는 이 시기는 한국 근대 역사의 연장선에서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즉, 한국 근대 역사는 구한말(~1910넌 ) 일제강점기(~1945년)、분단기(~1990년)의 순으로 지내왔고 여기에 앞으로 ‘탈북기(~현재)’라는 연대를 거쳐 통일시대로 나아가는 중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분단 이후 분단 문학 사의 범주에서 이해해온 한국 문학사의 관습도 보다 적극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1960년 최인훈은 『광장』에서 개인과 집단의 유기적 관계로 형성되는 진정한 광장을 희원 했다. 남과 북 그 어디에서도 이러한 공간을 찾을 수 없었던 주인공 이명준은 그 둘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난데없이 내려온 중립국이라는 밧줄을 잡는다.
박덕규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