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성을 넘어 다양성의 세계로, 한국 문화콘텐츠의 남은 과제
1. 사건 이후의 한국 문화콘텐츠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되기 시작할 무렵 그래도 캠페인이 가능했고,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개 주요 부문을 수상했다. 비영어권 감독, 배우, 제작자가 수상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2022년 9월에 이런 일이 한 번 더 일어났다. 주로 영미권 드라마에 주어지는 에미상 프라임타임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이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수상은 <기생충>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영화제는 여러모로 백인 중심, 유럽이나 미국 중심이라는 기득권 중심 체제를 깨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다양한 문화권 언어권의 영화들을 지방영화(local movie)라 지칭하며 발견하고자 했고, 그 발견의 주목을 유지하고자 애썼다.
하지만 드라마는 좀 다르다. 드라마는 집, 거실, 안방에서 TV를 통해 콘텐츠 서사를 향유하는 매우 소극적 서사 소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영미문화권 사람들이 영어로 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걸 두고 자기 문화, 언어 중심적이라고 비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 게임>이 2021년 9월 소개되고 난 이후 전 세계 2억 명 가까운 인구가 시청을 했고, 이에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 인지도를 갖게 됐다. 봉준호 감독이 그토록 안타깝게 요구했던 1인치 자막의 장벽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환경과 OTT 플랫폼 서비스 확산을 통해 단숨에 실현돼 버린 것이다.
전통적 영상 서사 서비스 플랫폼인 케이블, 지상파 TV, 스크린 영화는 빠른 속도로 뉴미디어 영상서비스, OTT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코드 커팅(code cutting) 혹은 코드 셰이빙(code shaving)이라고 부른다. 코드 커팅은 유료가입 채널인 케이블 채널에서 무선 스트리밍 서비스인 OTT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유선 서비스를 자른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코드 셰이빙은 매달 지불했던 유료 유선 채널의 수를 대폭 줄이는 현상을 지칭한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넷플릭스는 유료 가입자 수를 대폭 늘렸다고 한다. 이는 한편 전통적 플랫폼 채널에서의 이탈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2022년 7월 시청률 조사 업체 닐슨의 설문 결과를 보자면, 미국에서는 온라인 스트리밍 시청률이 케이블 TV 시청률을 처음으로 추월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광고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플랫폼 대이동 현상으로 연쇄된다.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 대전환의 맨 앞에 우리 콘텐츠 <오징어 게임>이 있다.
닐슨 시청률 조사를 보자면 다양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과 함께 우리는 뉴미디어, 소셜 미디어 그룹으로 분류한 유튜브가 스트리밍 서비스 즉 OTT로 분류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정치, 시사 플랫폼으로 기형적 성장을 이뤘지만 세계적으로 유튜브는 서사 콘텐츠 제공 기업으로 자체적으로 드라마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점차 성장하고 있는 숏폼 드라마나 예능 콘텐츠 등이 유튜브에서 성장하고 있는 맥락도 여기에 닿아 있다. 이제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단순히 우리 이야기, 서사의 세계적 인지도 향상이나 영향력 향상의 초보적 문제가 아닌 이 영향력 이후의 문제를 고민할 때가 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어떤 문제들을 고민해야 할까, 이 글은 영향력 그 이후의 징후와 문제들의 예측이자 선제적 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2. 다양성과 형평성 재점검
2022년 아카데미 작품상은 <코다>가 수상했다. 농인 가정의 청인 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 <코다>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딸이 노래를 부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프랑스 원작인 <미라클 벨리에, 2014>를 리메이크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제인 캠피온의 영화 <파워 오브도그>가 작품성의 측면에서 훨씬 더 강렬하다는 점에서 <코다> 수상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아카데미가 사랑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이긴 하지만 소품임에는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아카데미에서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균형적 요소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아예 작품상 후보로 만나볼 수 없게 될 듯싶다. 작품상후보의 조건으로 다양성의 규정이 첨가됐기 때문이다. 발표된 다양성기준은 영화 안과 밖 모두 적용된다. 우선 다양성은 배우, 영화 안에서의묘사, 주제와 관련돼 검증된다. 두 번째는 감독·작가. 촬영 감독 등과같이 스태프 구성과 연관된다. 여기엔 유급 인턴십 등 영화산업 진입 기회까지 포함된다. 마케팅이나 홍보 같은 작품 외부의 산업적 분야까지 확장되니, 한 작품이 기획되고 만들어지고, 촬영되고, 배포, 홍보되는 전 과정에 참여하는 전반적 다양성을 살펴보겠다는 포부라 볼 수 있다.
아무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배우 캐스팅일 수밖에 없다. 주연이나 조연처럼 대중에게 시각적 비중이 높은 경우엔 최소한 한 명 이상 아시아계, 히스패닉계, 라틴계, 아프리칸 아메리칸, 아메리칸 원주민 등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 출신이 있어야 한다. 최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나 <백설공주>와 같은 영화에서 유색인종의 주인공 출연이 부쩍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눈에 띄는 주, 조연 배우의 인종만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촬영, 분장, 미술, 각본 등 다양한 스태프 분야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의 다양성 요소가 반영돼야 한다. 이는 지금껏 아카데미 시상식이 "아카데미는 너무 하얗다(Oscar So White)"라고 비난받아온 것의 나름의 자구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백인 위주 오스카란 남성, 백인, 기득권 위주의 할리우드 영화산업 비판이기도 하다. 제작자 웨인스타인의 미투 고발 사건 이후 점차 확산된 미국 영화 산업 내부의 정치적 올바름 요구가 이러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내규로 구체화된 셈이다.
너무 하얗다, 라는 비판은 오스카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중문화 산업의 주요 시상식 모두에 적용돼 온 바이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이 수상한 에미상 역시 2020년엔 프라임 타임 주요 부문 연기상 수상자가 모두 백인으로 결론이 나자 큰 논란에 휩싸였다. 그래미상이 시청률 견인 유도 효과로 최근 BTS를 매년 초청하긴 했지만 정작 아무런 상을 주지 않았을 때 대중이 가했던 싸늘한 비판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한다. 뮤지컬 시상식인 토니상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대상으로 하니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로컬 뮤지컬 시상식에 불과해졌다. 2021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미국의 독립영화사 A24가 제작한 <미나리>가 한국어 분량이 많고 한국 배우가 많다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을 때는 이건 뭐 거의 코미디라는 비난을 받았다. 미국 영화가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비난과 비판이 활성화된다는 것 자체가 적어도 아카데미를 비롯한 미국의 대중문화 주체들은 다양성 확보의 방안을 여러 규약과 제약을 통해 성문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돼주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의 영화 드라마는 다양성과 관련된 정치적 올바름의 기준에서 보자면 아직 한참 못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동양인이라는 점에서 유색인종, 한국어라는 점에서 비영어권이라는 일종의 면세 혜택을 누려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남성과 여성의 성별 균형만 해도 그렇다. 아카데미의 기준을 한국 영화, 드라마에 적용하자면 여성의 참여 지수를 나타내는 한국 대중영화의 벡델지수는 한창 떨어진다. 2022년 화제작들만 살펴봐도 그렇다. <범죄도시2>, <한산>, <수리남> 등 한국의 블록버스터 대중 서사들은 대개 남성이 중심이다. 감독도 남성이며, 주인공도 남성이고, 주제, 서사, 스태프 역시 거의 다 남성이다. 이는 비단 2022년의 문제만이 아니다.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여성 중심의 영화는 흥행성이 떨어지니 뒤로 밀린다는 게 공공연하게 회자될 정도다.
올해 화제작을 <헤어질 결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작은아씨들>로 확장하면 그나마 다양성이 확보된다. 성적 소수자, 장애인 등 다양한 요소들을 넣어 보면 다양성의 함수는 더 초라해진다. 직업적 다양성을 넣어보면 또 어떤가? <오징어 게임>이 프라임타임 에미상을 받고, <기생충>이 아카데미, 칸의 주요 부문을 휩쓸 만큼 한국의 영화, 드라마가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남은 숙제도 많다는 의미이다.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된 <수리남>과 <작은 아씨들> 소동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수리남>은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허구다. 실존 인물 K가 실제 국가인 수리남에서 겪은 일을 토대로 하긴 했지만 드라마 <수리남>의 상당 부분은 허구이다. 홍어 수출도 그렇고 영화 속 차이나타운도 윤종빈 감독의 상상에서 출발했다. 시작은 실화였을지 몰라도 결과물은 허구다. 그러나 마약과 수리남은 그 연관성이 오히려 사실과 무관하지 않기에 급기야 외교적 마찰이 일 뻔했다.
<작은 아씨들>에 등장했던 베트남 파병 문제도 그렇다. 드라마 전체를 보고 나면 베트남 파병 자체의 문제 의식을 읽을 수 있지만 대사 한 줄 한 줄만 보자면 베트남 시청자가 느낄 불편감을 부정하긴 힘들다. 허구적 거리만큼 떨어진 대한민국의 관객에게는 덤덤할지 모르겠지만 역사의 일부로 겪은 당사자들에게는 결코 무감할 수 없는 장면과 대사들이었던 셈이다.
표현에 있어 자유는 늘 보장돼야 한다. 창작자에게 표현의 자유는 결코 침범받을 수 없는 절대적 영역이다. 그러나 표현이란 발화이기에 늘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상대 없는 대화는 무용한 혼잣말이며 잠꼬대에 불과하다. 대화는 청자가 있을 때 완성된다. 그렇다면 표현은 언제나 듣는 상대를 고려해야만 한다.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영화나 드라마, 문화콘텐츠 역시 마찬가지이다. 문화적으로도 역시 청자 그러니까 시청자와 관객의 이해 즉, 존중이 필요하다.
한국의 관객과 시청자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내수용일 때, 창작자들은 서사 소비자인 관객과 시청자의 반응을 매우 예민하게 예측하고 또 그에 반응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확산 가운데서 우리 드라마, 영화 서사는 세계의 다양한 요구와 마주하게 됐다. 급성장의 청신호 속에서 표현의 자유만큼이나 다양성, 올바름 표현 수위의 성숙도까지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3. 더빙과 문화 번역
1. 사건 이후의 한국 문화콘텐츠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되기 시작할 무렵 그래도 캠페인이 가능했고,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개 주요 부문을 수상했다. 비영어권 감독, 배우, 제작자가 수상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2022년 9월에 이런 일이 한 번 더 일어났다. 주로 영미권 드라마에 주어지는 에미상 프라임타임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이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수상은 <기생충>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영화제는 여러모로 백인 중심, 유럽이나 미국 중심이라는 기득권 중심 체제를 깨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다양한 문화권 언어권의 영화들을 지방영화(local movie)라 지칭하며 발견하고자 했고, 그 발견의 주목을 유지하고자 애썼다.
하지만 드라마는 좀 다르다. 드라마는 집, 거실, 안방에서 TV를 통해 콘텐츠 서사를 향유하는 매우 소극적 서사 소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영미문화권 사람들이 영어로 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걸 두고 자기 문화, 언어 중심적이라고 비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 게임>이 2021년 9월 소개되고 난 이후 전 세계 2억 명 가까운 인구가 시청을 했고, 이에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 인지도를 갖게 됐다. 봉준호 감독이 그토록 안타깝게 요구했던 1인치 자막의 장벽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환경과 OTT 플랫폼 서비스 확산을 통해 단숨에 실현돼 버린 것이다.
전통적 영상 서사 서비스 플랫폼인 케이블, 지상파 TV, 스크린 영화는 빠른 속도로 뉴미디어 영상서비스, OTT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코드 커팅(code cutting) 혹은 코드 셰이빙(code shaving)이라고 부른다. 코드 커팅은 유료가입 채널인 케이블 채널에서 무선 스트리밍 서비스인 OTT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유선 서비스를 자른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코드 셰이빙은 매달 지불했던 유료 유선 채널의 수를 대폭 줄이는 현상을 지칭한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넷플릭스는 유료 가입자 수를 대폭 늘렸다고 한다. 이는 한편 전통적 플랫폼 채널에서의 이탈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2022년 7월 시청률 조사 업체 닐슨의 설문 결과를 보자면, 미국에서는 온라인 스트리밍 시청률이 케이블 TV 시청률을 처음으로 추월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광고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플랫폼 대이동 현상으로 연쇄된다.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 대전환의 맨 앞에 우리 콘텐츠 <오징어 게임>이 있다.
닐슨 시청률 조사를 보자면 다양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과 함께 우리는 뉴미디어, 소셜 미디어 그룹으로 분류한 유튜브가 스트리밍 서비스 즉 OTT로 분류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정치, 시사 플랫폼으로 기형적 성장을 이뤘지만 세계적으로 유튜브는 서사 콘텐츠 제공 기업으로 자체적으로 드라마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점차 성장하고 있는 숏폼 드라마나 예능 콘텐츠 등이 유튜브에서 성장하고 있는 맥락도 여기에 닿아 있다. 이제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단순히 우리 이야기, 서사의 세계적 인지도 향상이나 영향력 향상의 초보적 문제가 아닌 이 영향력 이후의 문제를 고민할 때가 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어떤 문제들을 고민해야 할까, 이 글은 영향력 그 이후의 징후와 문제들의 예측이자 선제적 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2. 다양성과 형평성 재점검
2022년 아카데미 작품상은 <코다>가 수상했다. 농인 가정의 청인 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 <코다>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딸이 노래를 부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프랑스 원작인 <미라클 벨리에, 2014>를 리메이크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제인 캠피온의 영화 <파워 오브도그>가 작품성의 측면에서 훨씬 더 강렬하다는 점에서 <코다> 수상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아카데미가 사랑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이긴 하지만 소품임에는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아카데미에서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균형적 요소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아예 작품상 후보로 만나볼 수 없게 될 듯싶다. 작품상후보의 조건으로 다양성의 규정이 첨가됐기 때문이다. 발표된 다양성기준은 영화 안과 밖 모두 적용된다. 우선 다양성은 배우, 영화 안에서의묘사, 주제와 관련돼 검증된다. 두 번째는 감독·작가. 촬영 감독 등과같이 스태프 구성과 연관된다. 여기엔 유급 인턴십 등 영화산업 진입 기회까지 포함된다. 마케팅이나 홍보 같은 작품 외부의 산업적 분야까지 확장되니, 한 작품이 기획되고 만들어지고, 촬영되고, 배포, 홍보되는 전 과정에 참여하는 전반적 다양성을 살펴보겠다는 포부라 볼 수 있다.
아무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배우 캐스팅일 수밖에 없다. 주연이나 조연처럼 대중에게 시각적 비중이 높은 경우엔 최소한 한 명 이상 아시아계, 히스패닉계, 라틴계, 아프리칸 아메리칸, 아메리칸 원주민 등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 출신이 있어야 한다. 최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나 <백설공주>와 같은 영화에서 유색인종의 주인공 출연이 부쩍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눈에 띄는 주, 조연 배우의 인종만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촬영, 분장, 미술, 각본 등 다양한 스태프 분야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의 다양성 요소가 반영돼야 한다. 이는 지금껏 아카데미 시상식이 "아카데미는 너무 하얗다(Oscar So White)"라고 비난받아온 것의 나름의 자구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백인 위주 오스카란 남성, 백인, 기득권 위주의 할리우드 영화산업 비판이기도 하다. 제작자 웨인스타인의 미투 고발 사건 이후 점차 확산된 미국 영화 산업 내부의 정치적 올바름 요구가 이러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내규로 구체화된 셈이다.
너무 하얗다, 라는 비판은 오스카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중문화 산업의 주요 시상식 모두에 적용돼 온 바이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이 수상한 에미상 역시 2020년엔 프라임 타임 주요 부문 연기상 수상자가 모두 백인으로 결론이 나자 큰 논란에 휩싸였다. 그래미상이 시청률 견인 유도 효과로 최근 BTS를 매년 초청하긴 했지만 정작 아무런 상을 주지 않았을 때 대중이 가했던 싸늘한 비판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한다. 뮤지컬 시상식인 토니상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대상으로 하니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로컬 뮤지컬 시상식에 불과해졌다. 2021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미국의 독립영화사 A24가 제작한 <미나리>가 한국어 분량이 많고 한국 배우가 많다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을 때는 이건 뭐 거의 코미디라는 비난을 받았다. 미국 영화가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비난과 비판이 활성화된다는 것 자체가 적어도 아카데미를 비롯한 미국의 대중문화 주체들은 다양성 확보의 방안을 여러 규약과 제약을 통해 성문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돼주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의 영화 드라마는 다양성과 관련된 정치적 올바름의 기준에서 보자면 아직 한참 못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동양인이라는 점에서 유색인종, 한국어라는 점에서 비영어권이라는 일종의 면세 혜택을 누려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남성과 여성의 성별 균형만 해도 그렇다. 아카데미의 기준을 한국 영화, 드라마에 적용하자면 여성의 참여 지수를 나타내는 한국 대중영화의 벡델지수는 한창 떨어진다. 2022년 화제작들만 살펴봐도 그렇다. <범죄도시2>, <한산>, <수리남> 등 한국의 블록버스터 대중 서사들은 대개 남성이 중심이다. 감독도 남성이며, 주인공도 남성이고, 주제, 서사, 스태프 역시 거의 다 남성이다. 이는 비단 2022년의 문제만이 아니다.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여성 중심의 영화는 흥행성이 떨어지니 뒤로 밀린다는 게 공공연하게 회자될 정도다.
올해 화제작을 <헤어질 결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작은아씨들>로 확장하면 그나마 다양성이 확보된다. 성적 소수자, 장애인 등 다양한 요소들을 넣어 보면 다양성의 함수는 더 초라해진다. 직업적 다양성을 넣어보면 또 어떤가? <오징어 게임>이 프라임타임 에미상을 받고, <기생충>이 아카데미, 칸의 주요 부문을 휩쓸 만큼 한국의 영화, 드라마가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남은 숙제도 많다는 의미이다.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된 <수리남>과 <작은 아씨들> 소동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수리남>은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허구다. 실존 인물 K가 실제 국가인 수리남에서 겪은 일을 토대로 하긴 했지만 드라마 <수리남>의 상당 부분은 허구이다. 홍어 수출도 그렇고 영화 속 차이나타운도 윤종빈 감독의 상상에서 출발했다. 시작은 실화였을지 몰라도 결과물은 허구다. 그러나 마약과 수리남은 그 연관성이 오히려 사실과 무관하지 않기에 급기야 외교적 마찰이 일 뻔했다.
<작은 아씨들>에 등장했던 베트남 파병 문제도 그렇다. 드라마 전체를 보고 나면 베트남 파병 자체의 문제 의식을 읽을 수 있지만 대사 한 줄 한 줄만 보자면 베트남 시청자가 느낄 불편감을 부정하긴 힘들다. 허구적 거리만큼 떨어진 대한민국의 관객에게는 덤덤할지 모르겠지만 역사의 일부로 겪은 당사자들에게는 결코 무감할 수 없는 장면과 대사들이었던 셈이다.
표현에 있어 자유는 늘 보장돼야 한다. 창작자에게 표현의 자유는 결코 침범받을 수 없는 절대적 영역이다. 그러나 표현이란 발화이기에 늘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상대 없는 대화는 무용한 혼잣말이며 잠꼬대에 불과하다. 대화는 청자가 있을 때 완성된다. 그렇다면 표현은 언제나 듣는 상대를 고려해야만 한다.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영화나 드라마, 문화콘텐츠 역시 마찬가지이다. 문화적으로도 역시 청자 그러니까 시청자와 관객의 이해 즉, 존중이 필요하다.
한국의 관객과 시청자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내수용일 때, 창작자들은 서사 소비자인 관객과 시청자의 반응을 매우 예민하게 예측하고 또 그에 반응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확산 가운데서 우리 드라마, 영화 서사는 세계의 다양한 요구와 마주하게 됐다. 급성장의 청신호 속에서 표현의 자유만큼이나 다양성, 올바름 표현 수위의 성숙도까지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3. 더빙과 문화 번역
한국 문화콘텐츠가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영화 <기생충>과 TV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전통적 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케이블TV와 지상파TV가 OTT 플랫폼에 빠르게 대체되고 있어, 이의 한국 문화콘텐츠 대응이 필요하다.
아카데미 상 수상 작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콘텐츠 산업 내 다양성과 형평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숙이 필요한 시점이다.
OTT 플랫폼이 전통 미디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콘텐츠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어, 이에 맞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단순한 자극성을 넘어 다양성, 포용성, 문화적 감수성을 갖춘 성숙한 콘텐츠 제작이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