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K드라마는 어떻게 세계적 장르가 되었나?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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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시작한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음악, 영화, 음식, 뷰티 등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K 컬처의 시대가 활짝 문을 열었다. 2020년 한국 콘텐츠 수출액은 약 120억 달러에 달했다. 1977년 한국의 수출 100억 불 달성을 기념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콘텐츠 수출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콘텐츠 수출액 120억여 달러는 가전제품의 73억 달러, 디스플레이 패널 수출액인 41억 달러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K 컬처의 세계화로 인해 한국산 제품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아지고 제품 판매로 이어 지는 선순환의 고리도 완성되었다. K 콘텐트 수출이 1억 달러 증가 하면 소비재 수출 증가를 포함해 생산유발효과는 5억 1000만 달러 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3)

한 해에 무려 100여 편이 넘는 드라마 시리즈가 만들어지는 나라, 16화를 기준으로 한다면, 최소한 1,600화 이상의 60분 물이 만들어지는 나라, 그중 10편 정도만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는 치열한 경쟁의 나라, 넷플릭스가 2022년 1조 원(7억 5천만 달러)에 가까운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나라, 전 국민이 평론가로 드라마의 흐름에 영향을 끼치는 나라, 바로 한국이다. 이곳에서 성공한 드라마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내세워지고, 사랑받았다. 성공한 한국 드라마가 세계인의 문화적 요소가 된 시대에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그렇다면, 2022년 가을 K 컬처. 특히 한국 드라마를 돋보이게 하는 특성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점이 글로벌 시청자를 움직였을까? 본 글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2021-2022년의 대표작인<오징어 게임>,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해방일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던 지점을 확인함으로 써 K 컬처의 방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오징어 게임>: 보편성과 개별성의 조화

한국 드라마가 갖고 있는 두드러진 특징 중 한 가지는 리얼리즘 드라마의 강세다. 지나치게 역동적인 사회 속에서 살고 있어서일까, 현실을 떠난 판타지로만 구성된 드라마에 한국인들은 환호하지 않는 편이다. 대신 현실정치 혹은 사회적 모순이나 가족관계의 답답함과 조응하는 드라마들이 시청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다. 명작으로 손꼽히는 드라마들은 법조계의 부조리로 드러난 사회적 모순(비밀의 숲), 가족과 친구라는 피할 수 없는 모진 인연과 늙음의 의미(디어 마이 프렌즈), 대기업 안의 생존 경쟁을 둘러싼 소외와 다툼과 연대(미생), 소외되고 고독한 자들의 인간적 연민과 공감(나의 아저씨), 변방 지역에 또아리 튼 가족과 친구의 뒤틀림(우리들의 블루스), 삼포 세대의 소외와 실존의 문제(나의 해방일지),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의 활약(우영우) 등 어느 것 하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보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와는 대조적인 지점에 개연성 없는 막장 드라마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고정적인 시청률은 얻어냈지만. 드라마 종방과 함께 언제 방송되었냐는 듯 대중의 뇌리에서 말끔히 사라졌다.

한국 드라마 사상 최고의 성공작이라 손꼽히는 <오징어 게임> 역시 강력한 리얼리즘의 결과물이다. 2021년 11월 16일 넷플릭스가 발표한 <오징어 게임>은 공개 첫 4주 동안 시청시간 총 16억 5.045만 시간을 기록했다. 넷플릭스 역사상 영화와 TV 부문 통틀어 최다 시청 시간이라고 한다. <오징어 게임> 시청시간은 영어권 드라마 1위 <브리저튼: 시즌1>(6억2.549만-2020)과 비교해도 무려 10억 시간을 앞섰다. 어린 시절 <백만 불의 사나이>나 <소머즈> 등 미국의 영상물을 보면서 자란 한국인들에게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인기는 문화 제국주의 논란을 전복시키는 쾌감까지 제공했다.4) 이제 한국이 만들고 전 세계가 동시에 시청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인기를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현실 반영으로 인한 공감론이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인 부의 양극화와 생존위기에 내몰린 약자의 냉혹한 현실을 반영했고 이것이 전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냈다는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일확천금 할 수 있는 실마리 같은 가능성에 몸을 싣는 참가자의 모습이 부동산을 영끌해서 사거나 코인이나 주식 투자에 실패해서 생존도 불투명해지거나 돈이 생기는 대로 로또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겹쳐진다(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외신 보도 역시 이러한 점을 명료하게 짚었다."<오징어 게임>은 한국의 뿌리 깊은 불평등과 기회의 상실에 대한 절망감을 활용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최신 한국 문화 수출품이며, 성공하기 힘들어졌다는 내용은 미국 등 다른 나라 국민에게도 친숙한 이야기이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도 최근 빈부 격차가 커지고 집값이 감당할 수 없이 오르고 있기에 이러한 감정을 건드리면서 전 세계 관객을 확보했다”5). 프랑스 공영 라디오 방송인 라디오 프랑스의 프로그램 <프랑스 퀼튀르>는 오징어 게임의 본질을 ‘죽음의 자본주의에 대한 은유’로 해석했다.6)

<오징어 게임> 인기의 두 번째 비결은 한국적 취향의 핵심인 ‘K 스러움’이라 하겠다. <사랑이 뭐길래>,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사랑의 불시착> 등 수많은 드라마들이 한국적 취향에 대한 세계인의 기호를 틀 잡았다. 여기에서 한국적 취향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것은 가부장제의 친근함, 겨울연가>의 인기비결은 순수한 사랑에 대한 묘사, <사랑의 불시착>은 분단국가의 환경 속에서도 피어난 순애보적 사랑 등으로 가닥 잡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적인 취향 자체는 정작 한국에 사는 사람에게는 지긋지긋한 무엇일 수 있다. 가부장제는 개인을 숨 막히게 하는 전근대적인 가족 이데올로기이며, 순애보적 사랑은 과도한 판타지로 여겨지며, 분단환경은 한국 역사의 질곡 같은 한계다. ‘이상하고 기이한 K 스러움’7)을 세계인들이 호기심 있게 흥미롭게 본다는 것이 한국인들에게는 아직도 의아한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 보편성과 한국적인 독특한 특성들을 조화롭게 버무려 K 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에 획기적인 장을 열었다.

 

<우리들의 블루스>: 지역적-언어적 다양성

2022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은 tvN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점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넷플릭스 OTT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과 달리. 우리들의 블루스>는 CJ ENM의 자회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이 기획하여 제작한 드라마로, 티빙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함께 송출되었다. 7.3%로 시작한 시청률이 14.6%까지 올랐고, 넷플릭스 월드 랭킹 10위에 올랐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서사의 무대. 그동안 드라마는 서울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 전반의 이야기이거나 지역적 특성이 거세된 경우가 많았다. 서울은 당연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공간이었고, 혼종 역사물에서는 배경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공백으로 처리되곤 했다. 제주는 역사에서 중심 무대가 되어본 적이 없었고, 드라마의 주요 무대로 활용된 경우도 드물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변방인 제주도를 주 무대로 가져왔고, 그곳에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과 이주인들의 얽히고설킴을 담아냈다. 공영방송이 의무적으로 지역성을 담아내야 해서 만든 드라마가 아니라,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와 더 세세한 이야기를 드라마화했고, 이에 대중이 환호한 것이다.

또한 방송언어의 금기와도 같았던 지역의 고유어를 주된 서사 전개의 방식으로 가져온 것도 의미 깊다. 자막이 없다면 육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제주어의 비중이 적지 않았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영리하게 넷플릭스의 자막 활용 방식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시청자에게 드라마의 자막 사용이라는 새로운 서사 양식을 제시했다. 시청자들은 낯설지만 어렵지 않은 자막이 추가된 제주어의 등장을 친숙하게 받아들였고, 생경한 새로움에 선뜻 반응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한국 드라마의 지역적•언어적 다양성을 확장 시킨 문화적 사건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성공은 드라마의 발전이 고도화되면서 이제 서울로 대표된 한국 사회 이야기가 세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뭉뚱그린 한국을 그린 K 드라마와 대비하여, 지역성을 반영하는 드라마를 K‘ 드라마로 이름 붙여 본다.8) 충남 서남부인 서산•보령을 연상케 지역어를 활용한 KBS <동백꽃 필 무렵>, 전남 완도의 한 섬을 배경으로 대부분의 출연자가 남도어를 구사한 tVN <톱스타 유백이> 역시 K' 드라마의 선구라고 볼 수 있겠다.

문화는 일정 정도의 성장 뒤에 분화의 과정을 거친다. 세포분열에 서 알 수 있듯이, 분화는 또 다른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OTT시대에는 PD, 작가, 연기자의 명성과 어마어마한 자본의 투자가 시청자의 관심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익숙해서 지겹지 않은, 아직 노출되지 않은 새로운 서사의 맛을 잘 버무릴 때 대중은 환호한다. OTT 시대가 보편적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배경에 기반을 둔 보편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나의 해방일지>: 실존주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함께 방송한 <나의 해방일지>는 <나의 아저씨>를 쓴 박해영 작가가 쓴 드라마여서 큰 기대를 모았고, 시청률은 6.7%에 그쳤지만, 5월 첫째 주부터 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를 유지 했다. 다소 어두운 이야기와 느린 전개에는 대중성을 포기하고서라 도 무언가를 전하고자 하는 제작자의 강렬한 열망이 느껴졌는데, 그 것은 바로 실존에 대한 이야기였다.

드라마는 실존적 반복을 탁월하게 영상화했는데, 드라마의 주된 장면은 가족들이 함께 아무 말 없이 밥을 먹고, 출근하고, 일하다. 술 먹고, 퇴근하는 일이다. 특히, 퇴근길에 염미정과 구씨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다가 집에 다 올 때쯤 서로 갈라지는 모습이 여러 차례 담겼다. 이러한 반복 장면의 과다는 ‘극적 사건의 발생’을 기대하는 시청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에 놀라운 일이 이러나길 기대하지만.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지루한 삶을 잘 표현했다. 4 화에서 구씨가 염씨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도랑을 온 힘을 다해 뛰어넘는 장면은 끝없이 반복될 것 같았던 삶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향해 도약한 기투(企投, Entwurf, Projection)라는 개념을 보여 주었다.9) 페터 쿤츠만 등은 기투를 ‘자신을 의도적으로 의식적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향해 내던지며, 그로 인해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행위’10)로 설명한다. 이 세계에 내던져져 있다는 측면에서 인간은 피투된(던져진) 존재이며, 타자와의 소통 속에서 자기의 있어야만 할 인생을 지향하여 기투한다(던진다)는 측면에서 실존은 결단해야 하는 존재다. 구씨가 바람에 날아간 미정의 모자를 가져다주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해 뛰어넘기를 선보인 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향해 자기 자신을 내 던지며, 자신을 확인한' 행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기투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추앙이라는 단어다.

그렇다. 드라마가 남긴 최고의 단어는 추앙이다. 드라마에서 이 단 어가 등장하는 상황은 뜬금없어 보인다. "왜 매일 술 마셔요?...할 일 줘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나는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당신은 어떤 일이든 해 야 돼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 추앙이라는 고답적이고 문어체적인 단어는 오염된 단어 사랑을 대체하고, 사랑의 복권을 호소하기 위해 과감히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결말에 제시된 환대라는 개념 역시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문어적 철학적 단어다. “형, 환대할게, 환대할 거니까 살아서 보자” 데리다는 환대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관용을 가져온다. 관용이란 제한된 조건부적 환대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레비나스가 제안한 환대는 타자를 향한 무조건적 수용을 지칭한다.

환대란 결국, 주체의 조건과 상황과 가능성의 영역에서 타자를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낯선 타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11) 어디서 굴러왔는지 종잡을 수 없고, 이름도 직업도 알지 못하는 철저한 타자를 상대로 '추앙'을 제안하며 소통하는 미정의 태도는 본인이 사회 어디서도 받지 못했던 환대를 실천하는 그것에 다름 아니다.

<나의 해방일지>는 <우리들의 블루스>와 함께 타자에 대한 감수성에 질문을 던졌다. 2022년 상반기에 동시에 방송된 주말드라마가 동시에 '환대'라는 시대적 과제를 제안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루카치를 인용한다면, 드라마는 그리스의 서사시, 비극, 철학에 이어 근대의 소설의 권좌를 넘겨받아 현대의 지배적 장르가 되었다.1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접점

2022년 여름을 강타한 드라마는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0.9 퍼센트로 시작한 시청률이 5주 만에 15퍼센트를 뛰어넘었다.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순위도 쇼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4위, 17개국 1위를 기록했다(플릭스 패트롤). '콘텐츠가 왕이다'는 신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콘텐츠로 손꼽힌다. 존재감이 약했던 KT의 채널인 ENA와 넷플릭스에 동시에 공개된 <우영우>는 좋은 콘텐츠와 파급력 있는 플랫폼의 환상적인 결합의 사례가 되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서울대 법대를 수석졸업한 뒤 변호사시험에서 최고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으나, 자폐 때문에 취업을 못하고 있다가 6개월 뒤에 아버지의 후배가 운영하는 로펌에 취업하게 되며 활약하는 모습은 판타지에 가까워 보인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관점을 꿰뚫어 보고 그로부터 법리를 발전시켜 나가는 우영우의 활약이 과장된 판타지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하지만, 다른 영웅주의 드라마와 비교할 때 <우영우>가 갖고 있는 판타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현실적인 장애나 어려움도 충실하게 기록하고 있다. 대중이 드라마에 환호하는 것은 드라마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드라마를 통해서 현실이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실천성의 동력에 주목하기 때문이 아닐까? 시청자들이 자폐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와 행복할 권리가 보장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응원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드라마의 판타지가 지나치게 엉뚱하지 않다는데 동의한 다면, 드라마는 시청자가 기대하는 미래 상태로 이끌어준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13)

우영우 현상을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캐릭터와 연기자의 매력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캐릭터의 특성도 뛰어나지만, 박은빈이라는 연기자에 대한 팬덤이 큰일 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영리한 미디어들은 박은빈의 필모그래피를 총정리하거나 연기의 특성을 분석하며 시청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유인식 PD 역시 기자회견에서 "우영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고, 처음에 박은빈이 1차적으로 거절했을 때 프로젝트가 어렵 다는 생각을 했다."며 박은빈의 연기력에 신뢰를 보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렇다. 대중은 우영우 현상의 상당 부분이 박은빈의 몫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실제로 우영우 배역에 다른 연기자가 연기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열광이 일어났을지는 회의적이며, 장애인 연기자가 직접 연기하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은 일견 동의하지만,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드라마는 대중성의 싸움이며, 그 연기자가 박은빈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박은빈의 연기는 그 자체로 아름답 다는 보편적 평가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14)

따라서 <우영우>는 좋은 대본과 뛰어난 연기자가 현실성과 판타지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이루며, 현실성은 다소 아쉽더라도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세계를 그려나간 새로운 드라마로 기록될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영우처럼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숨쉴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우영우>는 K 드라마의 진보성을 보여주었다.

 

K 드라마의 방향성

K 드라마는 무엇인가? 최근 드라마들을 통해 살펴보았듯이 K 드라마는 보편성과 개별성의 조화, 언어적 지역적 다양성, 실존의 질문 을 건드리는 과감성, 판타지와 현실성의 접점이라는 방향성을 보여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시대적 상황과 조금의 간격도 허락하지 않고 긴밀히 조용하며 서사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이는 까다로운 시청자의 반응을 매주 살피면서 촬영과 편집을 거듭해 온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만들어준 문화적 에토스 때문일 지도 모른다. 권위주의적인 사회가 되었을 때, 일부 드라마는 시류에 영합하려 하기도 했으나 풍자하는 드라마도 등장했다. 삶이 고단하고 힘들 때는 현실을 잊을 수 있는 판타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사회에 혐오와 차별이 만연할 때 환대와 추앙의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드라마는 제각각의 효능을 가지고 사회 와 치열하게 소통했고, 이 시대의 지배적 장르로 우뚝 섰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문학의 자리를 위협하는 드라마의 성장의 저변에는 까다롭게 변덕을 부리는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몸부림이 자리 한다.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새로운 소식을 듣기 위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기 위해서, 시간 때우기 위해,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이지만, 압축하면 변화 때문이다. 대중은 변화하기 위해 콘텐츠를 소비한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은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기도 하고(소극적 변화),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을 얻고 싶어 하기도 한다(적극적 변화).

대중의 마음은 갈대와 같은 것이 아니라, 변덕이 죽 끓듯 한다. 변덕이란 자기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욕구에 휘둘리는 태도를 말함이다. 이토록 변화무쌍한 마음을 가진 대중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드라마는 대중보다 더 변화를 거듭해야 한다. 콘텐츠의 본질이 이러하다면, K 드라마의 방향성은 앞으로도 끊임없는 ‘변화’일 것이다.

 

3) 한국수출입은행 보도자료. https://www.koreaexim.go.kr/HPHKBI037M01/101001

4) 정결화 외,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인물과 사상사.

5) NewYorkTimes,(2021.10.6.)From BTS to 'Squid Game: How South Korea

Became a Cultural Juggernaut.

https://www.nytimes.com/2021/11/03/world/asia/squid-game-korea-bts.html

6) Franceculture(2021,10,11). "Squid Game", métaphore du nécro-capitalisme

https://www.franceculture.fr/emissions/affaire-en-cours/squid-game-une-serie-coreenne-phenomenale-et-mondiale

7) 김혼비• 박태하(2021). <전국축제자랑>, 민음사.

8) 홍경수(2022.5.26.) <PD 저널>, ‘<우리들의 블루스>, 지역성 담은 K드라마의 탄생, 또는 아비 없는 세상의 기록’

(9) 홍경수(2022.6.2). <PD 저널>, ‘<나의 해방일지>, 실존주의 드라마의 탄생’

10) 페터 쿤츠만, 프란츠 페터 부르카르트, 프란츠 비트만 지음, 여상훈 옮김(2016), <철학도해사전>, 들녘.

11) 김애령(2008). ‘이방인과 환대의 윤리’, <현상학과 현대철학>39, 175-205.

12) 홍경수(2022.6.2.). <PD 저널> ‘<나의 해방일지>, 실존주의 드라마의 탄생’

13) 홍경수(2022.7.27). <PD 저널>, ‘만약 칸트가 '우영우'를 보았다면’

14) 홍경수(2022.7.27.). <PD 저널>, ‘만약 칸트가 '우영우를 보았다면’

 

홍경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KBS PD로 일하며 <낭독의 발견>, <단박인터뷰> 기획, <TV, 책을 말하다> 등의 프로그램 연출. 저서에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기획의 인문학> <예능PD와의 대화> <확장하는 PD와의 대화>, <세 PD의 미식 기행, 목포> 등.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