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학위 공동체에서 학문공동체로의 탈바꿈... '문망'한 인문학도가 꿈꾸는 전환기의 대학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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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2012년 영문학과에 입학한 저자가 10년간 경험한 인문학의 위기와 사회적 편견을 다룬 개인적 성찰입니다. '문송'에서 '문망'으로 변화된 인문학의 현실을 진단하며, 대학원생이 지식 탐구자가 아닌 '붙잡힌 자'로 여겨지는 사회 인식을 비판합니다. 저자는 인문학도의 관점에서 전환기 대학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교회에서 울려 퍼지던 오르간 소리와 도서관의 닫힌 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지요. 그러자 문이 잠겨 못 들어가는 것은 얼마나 불쾌한 일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이 잠겨 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는 것은 어쩌면 더욱 고약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중에서

 

1. '문송'을 넘어 '문망'한 인문학도의 눈으로

본인은 2012학번 세대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2012년도에 영문학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한 이후 다른 전공으로 전과를 하거나 복수전공 과정을 이수하지 않고 단일 전공으로 2015년에 학부를 졸업했다. 학부 졸업과 동시에 동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과정을 시작한 본인에게 쏟아진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양분됐다. 대학 내에서 인문학을 연구하는 교수님들과 선배들은 응원을 보냈고, 그 외 대부분의 사람들은 걱정을 내비쳤다. 심지어 가족조차도 에둘러 신중한 선택을 재차 권유했다. 후자의 사람들에게 본인은 학부 조기졸업과 수석졸업에서 오는 이점을 활용하지 못한 채, '인구론'과 '문송'의 길을 구태여 선택한 자로 보였다.

잘 알려져 있듯이, 2006년 고려대 문과대학 교수 121명이 문과대학설립 60주년을 맞아 선포하고 진단한 '인문학의 위기'는 2010년대에 진입하면서 더욱 심화됐다. 심지어 2015년에 이르면 '인문계 졸업생의90%가 논다'는 뜻의 '인구론'과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뜻의 '문송(합니다)'라는 자조적 신조어가 일종의 '밈'2)으로 유행했고, 언론도 이 용어들을 중심으로 인문학 경시현상을 심도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본인이 학부를 졸업한 시기가 딱 이 시점이기 때문에 본인에게 쏟아지는 걱정은 당시 취업시장에서 외면당한 인문학, 그중에서도 그나마 취업이 용이한 상경계열이 아닌 문·사·철 중 한 전공을 선택한 데에서 비롯되는 염려에 가까웠다. 그리고 본인을 향한 염려는 2017년 동일 전공으로 박사 진학을 결정하면서 더욱 직설적인 방식으로 전해졌다. '도대체 왜? 내지 '나중에 무엇을 먹고살 생각으로?', ‘국내 박사가 경쟁력이 있나?’라는 노골적인 질문이 연쇄적으로 쏟아졌고, 그 질문에 숨은 날카로운 화살촉은 이후 본인의 향후 진로의 연민과 안타까움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 본인에게 쏟아진 주변 반응은 본인만의 특정 상황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2010년대 이후 더욱 어려워진 취업난의 상황 속에서 하루빨리 취업전선에 뛰어들지 않는 대학원생을 정면에서 겨냥한 걱정 내지 걱정을 표방한 공격에 가까웠다. 이처럼 대학원생을 지식을 탐구하고 추구하는 연구자 혹은 학문후속세대로 보기보다는 대학에 '붙잡힌 자'로 바라보는 자조적 관점이 2015년 이후 인기를 끈 다수의 웹툰과 에세이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3) 이런 맥락에서 본인을 향한 주변의 걱정과 염려, 안타까움은 당시 인문학 관련 대학원 제도 및 대학원생의 사회 인식이 얼마나 부정적이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 하겠다.

그렇다면 본인이 영문학 전공을 선택한 지 약 10년이 흐른 지금은 어떠할까? 분명 상황이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문과라 죄송합니다'라는 뜻의 '문송'은 '문과라 망했습니다'라는 '문명'으로 대체됐고 그 안에서 인문학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9년간 전국 4년제 대학에서 인문계열 학과 수는 통폐합을 거쳐 약 16% 가량 축소된 반면 공학계열의 학과 수는 같은 기간 약 8.5% 증가했다.4) 송구함을 넘어 망함 혹은 소멸의 길로 접어든 것처럼 보이는 인문학의 추락은 온라인에서 자조적으로 확산되는 밈처럼 정녕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필연적 과정이자 결과인 것인가?

이 글은 오늘날 트렌드로 등극한 융합이나 융복합이 아닌 순수인문학을 전공하는 한 박사과정 수료생이 지난 10년간 대학 안팎에서 목격하고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문망'한 인문학도가 꿈꾸는 전환기의 대학의 청사진을 소박하게나마 제시하는 글이다. 따라서 이 글은 위기에 처한 오늘날의 대학의 날카로운 진단이나 해법, 혹은 자기계발을 스스로 강제해 무한경쟁시대에서 생존하고자 하는 MZ 세대를 분석하는 학문적 글은 아니다. 오히려 이 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이자 인문학 전공의 학문 후속 세대로서 지닌 개인적 소망이 담긴 단상에 가깝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이하의 장은 '문망한 인문학도의 눈으로 바라본 대학의 위기, 그리고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실천 과제로서 학문공동체의 회복 필요성에 대해 논구해보고자 한다.

 

2. 도처에 깔린 위기의식과 커져가는 지원 격차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인문학 전공자의 고단한 현실

기사는 인문학 전공자가 겪는 사회적 편견과 취업난을 생생히 보여준다. 특히 대학원생을 '붙잡힌 자'로 바라보는 사회 인식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교회에서 울려 퍼지던 오르간 소리와 도서관의 닫힌 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지요. 그러자 문이 잠겨 못 들어가는 것은 얼마나 불쾌한 일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이 잠겨 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는 것은 어쩌면 더욱 고약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중에서

1. '문송'을 넘어 '문망'한 인문학도의 눈으로

본인은 2012학번 세대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2012년도에 영문학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한 이후 다른 전공으로 전과를 하거나 복수전공 과정을 이수하지 않고 단일 전공으로 2015년에 학부를 졸업했다. 학부 졸업과 동시에 동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과정을 시작한 본인에게 쏟아진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양분됐다. 대학 내에서 인문학을 연구하는 교수님들과 선배들은 응원을 보냈고, 그 외 대부분의 사람들은 걱정을 내비쳤다. 심지어 가족조차도 에둘러 신중한 선택을 재차 권유했다. 후자의 사람들에게 본인은 학부 조기졸업과 수석졸업에서 오는 이점을 활용하지 못한 채, '인구론'과 '문송'의 길을 구태여 선택한 자로 보였다.

잘 알려져 있듯이, 2006년 고려대 문과대학 교수 121명이 문과대학설립 60주년을 맞아 선포하고 진단한 '인문학의 위기'는 2010년대에 진입하면서 더욱 심화됐다. 심지어 2015년에 이르면 '인문계 졸업생의90%가 논다'는 뜻의 '인구론'과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뜻의 '문송(합니다)'라는 자조적 신조어가 일종의 '밈'2)으로 유행했고, 언론도 이 용어들을 중심으로 인문학 경시현상을 심도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 숫자로 보는 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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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열 학과 축소율
최근 9년간 전국 4년제 대학 기준
통폐합을 거쳐 인문학과가 대폭 줄어들며 학문적 다양성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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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계열 학과 증가율
같은 기간 공학계열 학과 수 변화
인문학과 공학 계열 간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0
저자의 전공 경험
2012년 입학부터 현재까지
한 개인이 목격한 인문학의 위기 심화 과정을 보여줍니다.

본인이 학부를 졸업한 시기가 딱 이 시점이기 때문에 본인에게 쏟아지는 걱정은 당시 취업시장에서 외면당한 인문학, 그중에서도 그나마 취업이 용이한 상경계열이 아닌 문·사·철 중 한 전공을 선택한 데에서 비롯되는 염려에 가까웠다. 그리고 본인을 향한 염려는 2017년 동일 전공으로 박사 진학을 결정하면서 더욱 직설적인 방식으로 전해졌다. '도대체 왜? 내지 '나중에 무엇을 먹고살 생각으로?', ‘국내 박사가 경쟁력이 있나?’라는 노골적인 질문이 연쇄적으로 쏟아졌고, 그 질문에 숨은 날카로운 화살촉은 이후 본인의 향후 진로의 연민과 안타까움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 본인에게 쏟아진 주변 반응은 본인만의 특정 상황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2010년대 이후 더욱 어려워진 취업난의 상황 속에서 하루빨리 취업전선에 뛰어들지 않는 대학원생을 정면에서 겨냥한 걱정 내지 걱정을 표방한 공격에 가까웠다. 이처럼 대학원생을 지식을 탐구하고 추구하는 연구자 혹은 학문후속세대로 보기보다는 대학에 '붙잡힌 자'로 바라보는 자조적 관점이 2015년 이후 인기를 끈 다수의 웹툰과 에세이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3) 이런 맥락에서 본인을 향한 주변의 걱정과 염려, 안타까움은 당시 인문학 관련 대학원 제도 및 대학원생의 사회 인식이 얼마나 부정적이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 하겠다.

그렇다면 본인이 영문학 전공을 선택한 지 약 10년이 흐른 지금은 어떠할까? 분명 상황이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문과라 죄송합니다'라는 뜻의 '문송'은 '문과라 망했습니다'라는 '문명'으로 대체됐고 그 안에서 인문학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9년간 전국 4년제 대학에서 인문계열 학과 수는 통폐합을 거쳐 약 16% 가량 축소된 반면 공학계열의 학과 수는 같은 기간 약 8.5% 증가했다.4) 송구함을 넘어 망함 혹은 소멸의 길로 접어든 것처럼 보이는 인문학의 추락은 온라인에서 자조적으로 확산되는 밈처럼 정녕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필연적 과정이자 결과인 것인가?

이 글은 오늘날 트렌드로 등극한 융합이나 융복합이 아닌 순수인문학을 전공하는 한 박사과정 수료생이 지난 10년간 대학 안팎에서 목격하고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문망'한 인문학도가 꿈꾸는 전환기의 대학의 청사진을 소박하게나마 제시하는 글이다. 따라서 이 글은 위기에 처한 오늘날의 대학의 날카로운 진단이나 해법, 혹은 자기계발을 스스로 강제해 무한경쟁시대에서 생존하고자 하는 MZ 세대를 분석하는 학문적 글은 아니다. 오히려 이 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이자 인문학 전공의 학문 후속 세대로서 지닌 개인적 소망이 담긴 단상에 가깝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이하의 장은 '문망한 인문학도의 눈으로 바라본 대학의 위기, 그리고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실천 과제로서 학문공동체의 회복 필요성에 대해 논구해보고자 한다.

2. 도처에 깔린 위기의식과 커져가는 지원 격차

기사는 인문학 전공자가 겪는 사회적 편견과 취업난을 생생히 보여준다. 특히 대학원생을 '붙잡힌 자'로 바라보는 사회 인식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기사는 '문송'에서 '문망'으로 진화한 용어가 상징하듯, 인문학 전공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로도 인문계 학과 수가 줄어든 반면 공학계는 증가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기사는 '문망한 인문학도'의 관점에서 전환기의 대학의 소박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비록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꿈을 펼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인문학 위기의 생생한 증언

10년간 인문학을 전공한 당사자가 직접 경험한 사회적 편견과 구조적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통계로만 보던 인문학 위기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2
학문 다양성 축소의 경고

인문계열 학과가 16% 축소되고 공학계열이 8.5% 증가한 현실은 대학교육의 균형 붕괴를 의미하며, 지식 생태계의 다양성 위기를 경고합니다.

3
대학 본질에 대한 근본적 질문

대학원생을 '붙잡힌 자'로 보는 사회 인식에 대한 비판을 통해, 대학이 학위 공장이 아닌 진정한 학문공동체로 거듭나야 할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인문학 전공 대학원생교육부대학 당국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
인문학의 위기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필연적 결과인가?
대학원생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