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밭, 환경을 생각하는 식탁, 소소하지만 확실한 연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들이 장소는 시장이다. 이른 아침 꽃시장도 호떡과 붕어빵 향기가 진동하는 겨울 전통시장도 좋지만, 그 중에서도 파머스 마켓이 제일이다. 파머스 마켓은 농부가 밭에서 기른 농작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직거래 장터다. 시장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 나무판자에 나란히 모여 있는 제철 채소들과 과일이 보인다. 봄에는 달래, 여름에는 복숭아, 가을에는 고구마, 겨울에는 귤 계절이 흐를 때마다 장터의 색과 향도 달라진다.
파머스 마켓에서는 심고 거둔 사람이 말해주는 채소나 과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다른 부추보다 두 배는 두꺼운 두메부추에서는 어떤 매운맛이 나는지, 다 익은 토마토와 덜 익은 것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 밤을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누구인지 알게 된다. 빨간 래디쉬, 마른 표고버섯, 오색빛깔 알감자와 농부가 건네준 이야기를 장바구니에 차례로 담는다. 덤으로 얻은 방울토마토 한 움큼도 그들 사이에 있다. 아직 먹지 않았는데도 괜스레 마음이 불러온다.
농부와 대화하며 채소가 자라난 밭을 상상하는 시간을 내가 먹을 것을 나의 손으로 골라 한 입 베어 무는 장소를, 그렇게 더 든든해지는 식사를 나의 친구와도 나누고 싶어졌다. 청년을 위한 파머스 마켓을 열어보기로 했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끼니의 이야기를 모아보고 싶다는 회지, 20대의 식사가 궁금했던 소정, 농사 짓는 일이 꿈이라는 수빈, 제철 식재료에 농부의 이야기를 버무려 선물하고 싶은 가영, 네 사람이 모여 밥 한 끼 함께 먹었다. 그때가 벌써 2019년 5월, 4년 전이다.
벗밭의 시작
친구를 뜻하는 벗, 싹이 자라는 밭을 이어 <벗밭>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벗을 담았고, 우리가 먹는 끼니와 식탁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니 '밭'도 넣고 싶었다. 벗밭을 영문으로 옮기면 'butground'가 되는데, 벗은 친구인 동시에 ‘그럼에도’라는 뜻을 가리킨다. 숨가쁜 일상 속에서 한 끼를 든든하게 챙기는 것이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건강하면서 생산하는 이, 환경 모두와 지속가능한 식사를 기억해보자는 제안을 녹여냈다.
끼니의 이야기와 파머스 마켓을 준비하는 과정을 기록하고자 인스타그램 채널을 만들었다. 벗밭 멤버의 식사를 돌아보는 '벗의 밥상', 20대 친구들과 식사의 이야기를 나누는 '먹고 살자고 하는 이야기, 제철 식재료로 만든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따라 한그릇' 시리즈를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에 업로드했다.
때로는 손을 삐끗해 소금이 한 움큼 들어가 버린 짜고 쓴 취나물 무침이나, 한쪽 면이 타서 노릇하게 구워진 쪽을 위로 올라가게 담은 전이 ‘밭따라 한그릇’에 담겼다. 멋있게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보통의 식사와 삶을 보여주고자 했다. 휴대폰 화면 너머에서 벗밭의 이야기를 읽고 있을 친구들이 언젠가 내가 했던 비슷한 실수를 떠올리며 작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랐다.
토마토 향이 가득한 '벗의 밥상'도 있었다. 가족이 택배로 보내준 토마토5KG을 소진하는 과정을 담은 콘텐츠였다. 생으로도 먹고, 계란과 볶아도 먹고 토마토로 소스와 병조림을 만들었는데도 다 먹지 못해 결국 토마토를 나누어 먹을 친구를 찾는다는 에피소드가 안타까웠다. 생활비 일부를 떼어 과일을 사는 것도 큰 결심인데, 사고 난 뒤에도 썩기 전에 모두 먹으려면 2주 내내 아침은 그 과일이라는 말을 들은 뒤라 더 그랬다. 식구 네 명과 사는 내가 상상하기 어려웠던 삶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이야기' 코너에서는 벗밭 멤버의 식사에서 나아가 20대 청년이 요즘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사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진행한 콘텐츠가 <끼니만족설문조사>다. 크게 식사 횟수와 형태, 끼니 만족도를 물어보았다. 마지막 문항은 내가 바라는 식사를 묻는 주관식 질문이었는데,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건강'이었다. 천천히 밥을 먹을 수 있고, 더 좋은 식사를 챙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답변도 눈에 띄었다. 10명 중 2명은 한 끼를 음료로 해결하고 있다는 수치와 건강이라는 단어를 겹쳐보았다. 시간이 없고 돈이 없더라도 건강하게 먹고 싶다는 가깝고 먼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94명의 답변으로 20대 청년의 삶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벗밭의 물음에 응답한 이들에게만큼은 건강한 한 끼를 선물하고 싶었다.
가을에 열릴 파머스 마켓의 콘셉트를 신선한 농산물과 간식 꾸러미로 정했다. 혼자 살아도 다양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도록 여러 종류의 농산물을 적은 양으로 구성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렇지만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벗밭 멤버와 밭의 거리는 멀기만 했다. 가까운 사람 중 농사를 업으로 삼은 사람도 없었다. 파머스 마켓을 열려면 '파머(farmer)'가 있어야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농부를 만나야 하는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기사는 청년들이 직접 운영하는 파머스 마켓 기반 프로젝트 '벗밭'을 소개하며, 농부와의 직거래를 통해 건강하고 환경 친화적인 식생활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파머스 마켓에서 농부와 직접 대화하며 식재료의 유래와 특성을 배우는 경험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유대감이 형성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벗밭은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20대 청년들의 식사 실태를 조사하고 공유하며, 그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지원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