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황인찬 시인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문학과지성사, 2015)는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순간이 뒤섞이며 일으키는 미묘한 떨림을 담아낸 시집이다. 수요일 아침이 찾아오면, 이미 지난 월·화의 분주함 속에 마음이 무뎌지고, 주말까지는 아직 먼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시간일수록 눈길이 미처 닿지 않았던 주변을 새삼스럽게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 이 시집은 바로 그러한 ‘잊고 지내던 공간’을 조용히 일깨우며, 익숙한 거리와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어준다.시집에는 “익숙하다는 것은 종종 익숙하지 않은 것을 내놓는다는 뜻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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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시인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문학과지성사, 2015)는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순간이 뒤섞이며 일으키는 미묘한 떨림을 담아낸 시집이다. 수요일 아침이 찾아오면, 이미 지난 월·화의 분주함 속에 마음이 무뎌지고, 주말까지는 아직 먼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시간일수록 눈길이 미처 닿지 않았던 주변을 새삼스럽게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 이 시집은 바로 그러한 ‘잊고 지내던 공간’을 조용히 일깨우며, 익숙한 거리와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어준다.

시집에는 “익숙하다는 것은 종종 익숙하지 않은 것을 내놓는다는 뜻이기도 해”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흔히 우리는 ‘익숙함’을 안정과 편안함으로만 받아들이지만, 정작 그 익숙함이 돌연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다. 황인찬 시인은 그러한 순간이야말로 가장 섬세한 통찰과 감동을 가져다준다고 말하는 듯하다. 일상이 늘 같은 풍경처럼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계가 숨어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오래된 거리처럼’이라는 제목의 표현은 일상의 배경을 상징한다. 지루하게 느껴지는 공간이라도, 어딘가엔 여전히 신선하고 특별한 움직임이 흐른다. 오래전 기억과 지금의 시간이 겹치는 그 순간, 시인은 독자에게 ‘이 둘이 어쩌면 같은 지점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찬찬히 보여준다. 그래서 그 거리는 더 이상 단순한 과거의 잔상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작은 실마리가 된다.

수요일 아침을 맞이하는 일상도 비슷하다. 주중 절반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는 대개 앞선 며칠의 피로와 남은 스케줄의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그러나 황인찬 시인의 시들 속에서, 그 부담스러운 현실조차 은근한 기쁨의 근원이 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거리와 사람들, 그리고 우리의 마음까지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이 시집을 펼치면 누구나 한 번쯤 묻어두었던 기억이나 감정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과거라는 낡은 표지가 붙어 있는 풍경이,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살아 숨 쉬며 미래의 모습까지 암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라는 제목처럼, 모든 사랑과 이해, 그리고 발견에는 어쩐지 시간의 흔적이 따라다닌다.

결국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는 수요일의 아침 공기를 조금은 더 싱그럽게 만들어주는 시집이다. 잠시 멈춰 서서 눈길을 돌리는 일, 마치 한 발짝 물러서서 전체 풍경을 새로이 보는 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황인찬 시인의 한 편을 열어보면, 익숙한 듯 낯선 그 풍경들 속에서 우리 자신도 몰랐던 ‘부드러운 호기심’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발견의 순간은 어쩌면, 무심히 흘러가던 수요일 아침을 따스하게 비춰주는 작은 기적 같은 일이 되지 않을까.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