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문학동네, 2020)는 평범한 순간에서 비롯된 상념들을 잔잔한 강물처럼 이어 붙여, 우리 마음속에 포근한 여운을 남겨주는 시집이다. 목요일 오후가 되면, 시작에 대한 의욕은 조금 수그러들고 주말까지의 거리감이 애매하게 느껴지곤 한다. 이럴 때일수록 책장을 펼쳐놓고 천천히 시를 음미해보는 일이 더없이 소중해진다. 이 시집은 바로 그러한 시간에 어울리는, 마음속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이 시집에 수록된 구절 중 하나인 “우리 사이를 이루는 강이 사실은 내 안에서부터 흘러나

차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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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문학동네, 2020)는 평범한 순간에서 비롯된 상념들을 잔잔한 강물처럼 이어 붙여, 우리 마음속에 포근한 여운을 남겨주는 시집이다. 목요일 오후가 되면, 시작에 대한 의욕은 조금 수그러들고 주말까지의 거리감이 애매하게 느껴지곤 한다. 이럴 때일수록 책장을 펼쳐놓고 천천히 시를 음미해보는 일이 더없이 소중해진다. 이 시집은 바로 그러한 시간에 어울리는, 마음속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구절 중 하나인 “우리 사이를 이루는 강이 사실은 내 안에서부터 흘러나왔다는 걸 알았어”를 떠올려보자. 강이 흔히 ‘경계를 나누는 자연의 선’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두 존재를 연결하는 다리이자, 마음의 흐름이 시작되는 발원지로 표현된다. 자기 내면에서 시작된 감정의 흐름이 타인과 만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시집의 제목에 담긴 ‘강’은 단지 물리적인 자연 현상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부딪히는 수많은 슬픔이나 기쁨, 혹은 불안과 설렘 같은 감정의 결을 말한다. 안도현 시인은 이 일상적인 감정들을 시의 언어로 부드럽게 펼쳐 보인다. 서로 다른 삶의 무게를 지닌 독자들도 그 결을 하나씩 더듬으며, 자신만의 강을 상상하고, 결국에는 그 강을 건너 혹은 따라 흘러가게 되는 기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목요일 오후란, 주중에 생긴 무거운 감정들이 서서히 쌓인 뒤 찾아오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집을 펼치면, 그 무거움이 마치 물 위를 흐르는 배처럼 살짝 떠오르는 느낌이 든다.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는 사이, 우리는 마음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감각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것은 자신을 둘러싼 이웃한 세계로 천천히 스며드는 기분이기도 하고, 그 세계가 뿜어내는 생생한 온도를 직접 느끼는 경험이기도 하다.

발췌된 한 줄만으로도,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닿으려는 순수한 갈망이 얼마나 간절한 힘을 지니는지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 갈망이 내 안의 강을 깨워, 더 멀고 깊은 곳으로 흘러가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 시집을 통해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결국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는 목요일 오후의 마음을 조용히 달래주면서도, 우리를 다음 단계로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시집이다. 복잡한 현실에 잠시 버거움을 느낄 때, 안도현 시인의 한 편을 펼쳐보길 권한다. 그 강물 같은 시의 언어는 내면의 작은 흔들림을 감싸고, 다가오는 남은 주말까지 한결 너그럽고 여유 있는 시선으로 맞이하게 도와줄 것이다.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