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시아24)

 

조갑제(1945년 일본 사이타마 출생, 부산에서 성장했으며 1974년 ‘중금속 오염 추적’ 시리즈로 한국기자상을 받은 탐사 기자 출신이자 『월간조선』 편집장·사장을 지낸 대표적 보수 논객이다. 그는 이번 대선을 “한국 보수는 스스로를 파괴했다”고 한다. 직설 뒤에는 두 갈래 분석이 숨어 있었다. 하나는 박정희 이후 군부 엘리트가 빠져나간 자리를 검‧판사 네트워크가 차지하면서 형성된 ‘조선조 사(士) 계급 정치’, 다른 하나는 한글 전용 이후 급격히 심화된 ‘문해력 추락’이다. 조갑제는 이 두 줄기의 합작품이 윤석열 정부 3년을 거치며 폭발했고, 2024년 비상계엄 시도가 그 절정이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가 묘사하는 한국 보수의 추락사(墜落史)는 엘리트 교체와 문자혁명이라는 서로 다른 축을 교차시킨다. 먼저 검사 중심 정치. 조갑제는 박정희와 전두환을 거치며 실질적 통치 집단이었던 군 장교단이 1990년대 문민화 이후 일선에서 사라지자, 그 빈틈을 검찰 집단이 메우는 과정을 “엘리트 귀족화”라고 규정한다. 정치권과 언론, 특히 국민의힘 조직은 검사 출신 인맥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그물을 치며 ‘서열 지배 구조’를 형성했고, 그 결과 보수 정당은 정책·세대·지역 대표성이 동시에 마비된 채 “사(士) 계급의 서열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윤석열-한동훈으로 상징되는 검사 네트워크가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 언론과 유튜브 인플루언서 세계를 관통하면서, 권위주의 시절 관료 서열 문화가 21세기 껍질만 바꾼 채 귀환했다고 그는 본다.

그는 2004년 독립 매체 ‘조갑제닷컴’을 창간하고 2018년 유튜브 채널 ‘조갑제TV’를 개설해 지금도 거의 매일 시사 라이브 해설을 이어오고 있다.

조갑제가 지적한 것은  문해력 하락이다. 조갑제는 1970년대 한글 전용 확산이 고급 어휘와 추상 개념을 급격히 말라붙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한자를 매개로 축적된 역사·철학·법률·과학 용어가 사라지자 국민 독해력과 논리력이 동시에 떨어졌고, 민주화 이후 여야 진영에서 ‘명분’만 남은 구호 정치가 활개를 쳤다는 설명이다. 그는 “20년 전 TV토론을 다시 틀어 보라. 지금과는 어휘 수준이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언론 현장에서 50여 년을 보낸 그에게 한국어 어휘 변천은 단순한 언어학 문제가 아니라 정치 리터러시의 생존 조건이다. 콘크리트 지지층에게 소구하기 위한 짧은 유튜브 영상과 자극적 썸네일이 그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보수와 진보 모두 사실 대신 감정, 데이터 대신 음모로 무장한 선동 구조에 종속됐다는 게 그의 평가다.

윤석열 비상계엄 시도는 두 축이 겹친 최대치로 제시된다. 검찰 귀족 정치가 권력을 장악한 조건, 그리고 유튜브 알고리즘이 키운 부정선거·북한군 투입설·계엄 옹호론 같은 음모론의 쓰나미가 만나 ‘집단적 자살’로 폭주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계엄령을 누가 구상했느냐를 넘어, 왜 그 위험한 서류를 두고 참모와 언론이 ‘혹시나’를 의심하지 않았는지가 진짜 문제”라고 강조한다. 음모론은 부패 부위를 넓힌 바이러스로, 검사 정치는 면역 체계를 잃어버린 숙주로 기능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조갑제는 네 기둥—법치, 사실, 과학, 자유—를 외교·안보·경제·교육의 밑변으로 놓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할 전제 조건으로 ‘사실 언어’와 ‘대표성 회복’을 든다. 사실 언어는 문해력 회복에서 출발한다. 그는 이미 몇 차례 칼럼에서 “한자 교육의 부분적 부활”을 공론화했다. 고교 선택과목 차원이라도 한자를 되살려야 고급 추상어와 자연과학·법률 용어를 다룰 수 있다는 논리다. 독해력이 올라가면 음모론에 취약한 면역 결핍이 자연스레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대표성 회복 처방은 좀 더 직접적이다. 공천 구조가 검사·TK 라인에 묶인 국힘 체제를 깨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조갑제는 “인재와 지역이 다양하게 교차하는 공천 규칙”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검찰·법원 경력자 쏠림을 막아야 도덕·정책 경쟁의 무게중심이 정치 본연으로 옮겨간다는 얘기다. 동시에 보수가 지난 20년간 사실상 방치해 온 자유통일 로드맵도 재가동하라고 주문한다. 북한 주민 인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장마당 성장을 공식 지원하는 ‘시장 기반 평화공세’가 실질적 통일 준비라고 그는 강조한다. 이러한 구상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중국과 실용 협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현실주의 외교 틀을 만들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조갑제의 전망은 절반의 낙관과 절반의 비관이 공존한다. 그는 “보수층의 자유·안보 본능은 아직 견고하다”고 평가한다. 윤석열 정부 붕괴 국면에서도 자유민주 헌정체제가 큰 충격 없이 유지됐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동시에 “검사 귀족 구조와 문해력 추락을 바로잡지 못하면 보수 의식도 정치 번역 기능을 잃고 증발할 것”이라며 경고를 보낸다. 차기 총선까지 남은 2년이 회복 시한이라는 시간표도 제시한다. “보수가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청년에게 설득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대선에서조차 구명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박정희 유산에 대한 해석도 그의 구조론 안에서 다시 배치된다. 조갑제는 “산업화 성과가 없었다면 민주화도 없었다”는 기존 보수 담론을 유지하면서도, “산업화를 둘러싼 토론조차 한자·통계·역사 자료를 소화하지 못하는 언어 환경 속에서 흑백 프레임으로 소비되는 것이 문제”라고 재차 강조한다. 박정희를 맹목 숭배하는 극우나, 산업화 전체를 독재 부역으로만 묘사하는 진보 양측 모두 독해력 부족이 낳은 거울상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조갑제가 그리는 보수 재건 시나리오는 간명하다. 문해력을 회복해 팩트를 읽고, 검사 귀족 정치를 청산해 대표성을 되찾으며, 자유통일이라는 국가 비전을 세대·지역을 넘어 공유하는 것.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만 음모론과 감정 정치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보수가 무너진 이유를 정직하게 직면하지 않으면, 이번 위기는 자살이 아니라 자멸”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쇄신의 출발점은 책임 있는 자기 비판이라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