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하나에는 늘 기준선이 숨어 있다. 5월 EGI 수출량은 4만 4,808톤. 전월 대비 0.9% 증가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0.9%, 사실상 보합이다. 그래도 줄지 않고 늘었으니 '바닥은 다졌다'고 읽고 싶어진다. 그런데 똑같은 4만 4,808톤을 1년 전에 갖다 대면 그림이 뒤집힌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2.5%가 줄었다.
+0.9%와 -22.5%는 같은 수치를 두고 나온 두 개의 좌표다. 전월비는 직전 한 달을, 전년비는 열두 달 전을 기준으로 삼는다. 한 달짜리 자로 재면 보합이지만, 1년짜리 자로 재면 5분의 1을 웃도는 감소다. '0.9% 증가'가 만드는 착시는 여기서 나온다. 기준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같은 숫자가 회복으로도, 침체로도 읽힌다.
수입 쪽 숫자는 더 가파르다. 5월 EGI 수입은 1,111톤. 전년 동월보다 56.8% 줄어 1년 만에 절반 넘게 증발했다. 1~5월 누적으로 봐도 6,919톤에 머문다. 5월 한 달치(1,111톤)는 누적의 16.1%로, 다섯 달을 균등하게 나눈 몫(20%)에도 못 미친다. 수입 둔화가 연초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5월까지 깊어진 추세라는 얘기다.
수출과 수입을 한 화면에 놓으면 EGI 교역의 무게중심이 드러난다. 5월 수출 4만 4,808톤은 같은 달 수입 1,111톤의 40배를 웃돈다. 들여오는 물량보다 내보내는 물량이 압도적인 수출 주도 품목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그 버팀목인 수출조차 1년 전보다 22.5% 빠졌다는 점이다. 수입이 56.8% 줄어드는 동안 수출도 함께 위축됐다면, '보합'이라는 진단은 전월이라는 좁은 창에서만 성립한다.
발표된 문장은 '5월 EGI 수출 사실상 보합, 수입 감소세 지속'이다. 한국철강협회 KICM 기준 5월 수출은 4만 4,808톤으로 전월보다 0.9% 늘었다.
그러나 같은 데이터의 전년 동월 비교는 다른 말을 한다. 수출은 22.5%, 수입은 56.8% 감소했다. 전월비가 그린 '보합'은 전년비가 그린 두 자릿수 감소 위에 놓인 한 달짜리 평평함이다.
다만 이 수치는 물량(톤)만 담는다. 단가·금액·국가별 행선지는 이번 집계에 없고, 6월 이후 흐름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보합'이 바닥인지 잠시 멈춤인지는 다음 달 숫자가 답할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