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과 날, 평범한 노동의 숭고함과 AI 대체 시대가 맞부딪친 7월의 현장
오는 7월 16일 개봉하는 휴먼 다큐멘터리 <일과 날>이 10일 서울 메가박스 성수에서 관객과의 대화(GV)를 열고 좌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과 뜨거운 박수 속에 첫 만남을 가졌다. 무대에 선 박민수·안건형 감독은 “한국을 사는 보통 사람들의 하루가 모여 사회가 움직인다”는 초기 기획을 설명하며, “일을 멈추면 생활이 이어지지 않는 사람들의 숨결을 카메라로 붙잡고 싶었다”고 밝혔다. 안 감독은 “6년 동안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어떤 날은 하루치 촬영에서 단 한 컷만 살아남기도 했다. 그 1초를 기다리는 인내가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돌아봤다. 진행을 맡은 씨네21 이다혜 기자는 “스스로를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얼마나 특별한지를 스크린이 증명한다”며 노동의 숭고함을 강조했다.
GV에서 두 감독은 인터뷰를 거의 배제하고 내레이션을 택한 과정을 비화처럼 풀어놨다. 박 감독은 “내레이션이 관객에게 출연자들의 속마음을 엿듣는 듯한 감각을 주길 바랐다. 일하는 리듬 중간에 인터뷰가 삽입되면 호흡이 끊긴다고 느꼈다”고 했고, 안 감독은 “수십 시간의 인터뷰를 모두 글로 옮겨 출연자들 자체의 언어로 내레이션을 작성했다. 솔직함을 흔들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무대에 올라 직접 관객을 마주한 출연진도 “처음엔 카메라가 낯설었지만, 영화로 보니 매일의 땀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고, 한 관객은 “내 일터에서 느끼던 복잡한 감정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있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일과 날>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메세나상(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자동화가 가져온 집단적 불안을 생활 현장에서 영화적으로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롱테이크와 현장 사운드로 노동의 리듬을 체화하고, 인터뷰를 배제해 관찰 서사의 밀도를 높였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박 감독은 GV가 끝난 뒤 “AI 시대에 우리가 증명하고 싶은 건 효율이 아니라 온기”라며, 안 감독은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일상의 결을 극장으로 초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숫자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국내 520개 직업의 평균 AI 대체율이 38.7%에 달하며 2027년에는 66.7%로 뛸 것으로 예측했다. AI에 대체될 확률이 70% 이상인 ‘고위험군’ 직업은 올해 1개에서 2027년 226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세계일보 한국은행 ‘AI와 한국경제’ 이슈노트도 “국내 일자리의 51%가 AI 도입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고, 27%는 대체 위험 구간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일과 날>은 이런 위기의 통계 뒤편에서 아직도 인간이 움직이는 현장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4:3 화면비로 촬영된 좁은 프레임은 공장 라인과 종일 돌아가는 가게 뒷주방을 밀착해 비추고, 현장 사운드만으로 덮은 사운드트랙은 손끝에서 전해지는 삶의 온도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가치가 여전히 존재함을 호소하며, 관객에게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얼마나 특별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숫자는 앞날을 예고하지만, GV를 채운 땀과 숨결은 여전히 사람이 사회를 지탱한다는 사실을 새삼 증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