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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세종문화회관, 여의도공원으로 간다 환경·교통·비용 셈법은

차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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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공개한 예시 안
서울시가 공개한 예시 안

서울시가 제2세종문화회관 설계공모 부지를 영등포 문래동에서 갑작스레 여의도공원으로 변경했다. 5년간 세워둘 자리로 꼽혔던 문래동을 등지고 한강변 공원에 새 둥지를 트는 결정이다. 문화 랜드마크를 세우겠다는 서울시의 구상 뒤엔 환경 파괴 우려, 교통난 가능성, 비용 폭등이라는 세 마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골목, 담쟁이덩굴이 뒤덮은 표지판이 눈에 띈다. ‘제2세종문화회관 예정지’. 한때 이곳은 낡은 방림방적 공장 부지 약 4000평으로, 2018년 서울시가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을 계획했던 곳이다. 2017년 주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1%가 “우리 동네에 1000석 이상 공연장이 필요하다”고 했을 만큼, 문화시설에 목말랐던 지역이다. 그러나 5년이 흐른 지금, 그 표지판은 넝쿨 아래 녹슬어가고 있다. 서울시가 제2세종문화회관 부지를 느닷없이 여의도공원으로 바꿔 버린 까닭이다. 정작 상당수 주민들은 왜, 어떻게 결정됐는지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다. 서울시든 영등포구청이든 주민 의견 수렴은커녕 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은 ‘깜깜이 행정’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과연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기에, 이토록 조용히 계획을 뒤집어야 했을까. 환경과 교통, 그리고 막대한 예산 측면에서 이 ‘랜드마크’의 명암을 짚어봤다.

사라지는 숲 = 녹지 축소 부르는 개발 논란


“공원을 없애고 문화회관을 세우겠다고” 제2세종문화회관의 입지 변경을 두고 환경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가 택한 새 부지는 다름 아닌 여의도공원 한복판이다. 여의도공원은 빽빽한 고층건물 사이, 시민들에게 귀한 녹음을 제공해온 도심 속 쉼터다. 그 한켠의 ‘한국전통의 숲’에는 수령 수십 년의 나무 5000여 그루가 뿌리내리고 있다. 그런데 이 숲 자리에 공연장과 부속 시설을 들이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녹지 공간마저 없애려는 서울시의 행보는 기후위기 시대의 세계적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도심 숲은 미세먼지를 줄이고 열섬현상을 완화하며, 도시 생태계의 허파 노릇을 한다. 서울처럼 녹지가 부족한 대도시에서 그나마 있던 숲을 밀어내는 결정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의도공원 개발 논란은 제2세종문화회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의도공원을 포함해 한강변 일대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이미 발표된 사업들마다 환경파괴와 난개발 우려를 낳고 있다. 한강 위 거대 관람차 서울링, 잠실 한강에 곤돌라 설치, 수상 산책로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제2세종문화회관 또한 이 거대한 개발 퍼즐의 한 조각으로 밀어붙여졌다. 환경단체들이 “공원이 사라질 위기”라며 숙의와 민주적 결정 과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문화도시를 표방한다 해도, 정작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저버린 채 세우는 문화시설이 무슨 의미인지 되묻게 되는 대목이다.

환경 못지않게 뜨거운 쟁점은 교통과 입지 문제다. 서울시는 왜 문래동 대신 여의도를 선택했을까. 표면적인 이유 중 하나는 “문래동 부지가 협소하다”는 것이었다. 문래동 예정지가 구청 소유 땅이라 무상임대 논란도 있었고, 주차장 등 부대시설 확충에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여의도공원은 약 23만㎡에 달하는 넓은 시유지다. 부지 제약 없이 대형 공연장과 각종 편의시설을 꾸릴 수 있고, 지하철 5·9호선 등 대중교통 접근도 양호하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서울시는 여의도공원을 “세계적인 도심 문화공원”으로 재편해, 단순 산책공원에 머물던 이곳을 랜드마크로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중심지 논리’는 애초 사업 취지와 어긋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제2세종문화회관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문화 불균형 해소였다. 과거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 부족한 서울 서남권에 복합문화시설을 검토”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를 시작했다. 실제로 1000석 이상 공연장이 서울에 38곳 있지만, 영등포·구로·양천 등 서남권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특히 영등포 구도심 일대에는 이렇다 할 공연장이 없어, 주민들은 “우리 지역에도 큰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꾸준히 내왔다. 문래동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짓겠다는 구상은 이런 지역균형 논리에서 탄생했다. 낡은 공장지대를 예술가들의 창작촌과 연계해 복합 문화벨트로 재생하려는 목표도 있었다.

그런데 여의도공원으로 방향을 틀면서 이러한 균형발전 논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여의도는 영등포구에 속해 있으나, 이미 KBS홀 같은 대형 공연장이 있는 곳이다. 제2세종문화회관까지 들어서면 공연장 쏠림 현상만 심해질 뿐, 정작 문화시설이 드문 주변 지역엔 별 도움이 안 된다. 애초에 “3대 도심 광화문·강남·여의도에 공연장을 하나씩 두면 문화균형발전이 이뤄진다”는 서울시 논리부터가 석연치 않다. 도심 중심으로만 랜드마크를 키운다고 해서 문화 향유 기회가 고르게 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생활밀착형 문화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여의도에 초대형 공연장을 하나 더 세우는 것이 과연 문화 격차 해소에 얼마만큼 기여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통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여의도는 업무지구인 만큼 평일 교통량이 많고, 주말에도 행사가 겹치면 몸살을 앓는 곳이다. 대표적으로 봄철 벚꽃축제 기간이면 여의도 주변 도로는 주차장 신세가 되곤 한다. 하물며 2000석짜리 대공연장이 상시 운영된다면 어떨까. 공연 시작 전후로 차량 행렬이 한꺼번에 몰리고, 인근 지하철역도 혼잡해질 공산이 크다. 서울시가 제시한 조감도에 따르면 공연장 부지 바로 옆에 대형 주차장을 조성할 계획인데, 이는 시민 상당수가 자가용을 이용해 올 것을 전제로 한 셈이다. 정작 서울시는 교통영향평가 등의 검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편으로 여의도공원 인근의 주민들 입장에서는, 한적한 산책로였던 공원이 대형 문화시설로 탈바꿈함에 따라 주말 소음과 혼잡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화공원이 아니라 동네 주민 쉴 공간이 필요하다”는 불만도 일부 나오고 있다. 랜드마크로 인한 관광객 증가와 지역민 삶의 질 사이에서 발생할 마찰음을 어떻게 풀지, 서울시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업비 3배 증가 = 값비싼 랜드마크 누가 부담하나


환경도 교통도 결국은 비용 문제와 맞닿아 있다. 당초 문래동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지을 때 책정된 건립 예산은 약 1600억원이었다. 서울시가 건축비 전액을 대고, 영등포구는 부지를 5년간 무상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부지 변경으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서울시는 여의도공원 재구조화 사업의 일환으로 총 4900억원을 투입해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의 제2세종문화회관과 수변 문화공원, 녹지광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애초 계획보다 3배 이상 많은 예산이 한강변 랜드마크에 쏟아지는 셈이다. 완공 목표 시점도 2025년에서 2030년으로 훌쩍 늦춰졌다.

그만큼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추가 비용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시개발 사업에서 사업비 증액은 곧 시민 세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여의도 부지의 특성상 지하 구조물 공사, 방음 대책, 주변 경관 설계 등에 추가 예산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 규모를 키워 부풀리기 예산을 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큰돈을 들일 만한 실익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과연 서울시에 새로운 거대 공연장이 꼭 필요한가.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공연장 1336개 중 438개가 서울에 있다. 이 가운데 1000석 이상 대규모 공연장은 18개로, 이미 서울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형 공연장을 보유한 도시다. 절대 수치만 보면 서울은 공연장이 부족하기는커녕 오히려 많은 편에 속한다.

실제로 지난 10여년간 서울시내 공연장 수는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서울 시민의 예술 관람률은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였다. 공연장을 새로 지은다고 해서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50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해 또 하나의 대형 공연장을 건립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 문화 투자일까. 이 질문에 서울시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도 비용 논란을 키우는 요소다. 앞서 지적했듯 서울시와 영등포구는 부지 이전을 결정하면서 제대로 된 타당성 조사를 한 적이 없다. 다시 말해, 여의도공원으로 옮겨도 좋을지 경제성이나 효용을 분석하지 않은 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절차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서울시의 부지 변경 추진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만 나왔을 뿐, 정책적 타당성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애초 문래동 계획에 들인 시간과 행정력, 주민들의 기대감 등 매몰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등포구 주민 입장에선 “다 된 밥에 재 뿌렸다”는 허탈감이 남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가 거듭 “문제없다”는 입장만 내세운다면, 이 사업은 향후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지 모른다.

문화 랜드마크를 세우겠다는 서울시의 구상은 과연 장밋빛 미래로 이어질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환경 훼손, 교통 체증, 예산 낭비 등 곳곳에 뇌관이 자리한다. 여의도공원에 이름값 높은 공연장을 유치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개발 논리는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시민들은 소중한 숲을 잃고, 교통 혼잡을 우려하며, 천문학적 비용 부담을 지게 됐다. “제2세종문화회관, 지금 서울시에 정말 필요한가요” 날카로운 질문이 뒤따르는 이유다. 균형 발전의 명분은 잃고 전시성 토건사업 논란만 자초한 이번 결정에 대해, 이제 서울시가 책임 있게 답해야 할 차례다.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