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다시 불법건축물 양성화?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가 위반건축물에 대한 한시적 양성화 조치를 11년 만에 재추진하고 있다. 위반건축물이란 건축법 등 현행 법규를 위반해 지어진 불법 건축물을 말한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으로서, 전국 약 15만 동에 달하는 위반건축물을 한시적으로 합법화해 서민 주거 안정을 돕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서민 피해 구제” 대 “법치 훼손”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2024년 2월, 전국특정건축물총연맹 회원들이 국토교통부 앞에서 위반건축물 양성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법을 위반한 줄 모르고 집을 샀다가 피해를 본 선의의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며 양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토교통부 등 반대 측은 "원칙적으로 불법을 합법화할 수 없다"며 법 준수 국민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위반건축물 양성화’란 무엇인가
위반건축물 양성화는 말 그대로 불법 건축물을 합법화하는 조치다. 건축 허가 없이 지었거나 허가 내용과 다르게 증·개축된 건축물에 대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사후에 사용승인을 내주는 일종의 사면 조치다. 정부는 1980년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이러한 특별조치법을 시행한 바 있으며, 약 50만 가구가 혜택을 받았다. 가장 최근 양성화는 2014년에 시행되었고, 그로부터 11년 만에 다시 추진되는 셈이다.
이번에 논의되는 양성화 대상은 주변에 큰 피해를 끼치지 않고 안전상 문제가 없는 소규모 주거용 위반건축물로 한정된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가령 다세대주택의 발코니를 불법 확장했거나 옥상에 비가림용 간이 지붕을 설치한 사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세대당 전용면적 85㎡ 이하 다세대주택, 연면적 165~660㎡ 규모의 단독주택, 연면적 330㎡ 이하 다가구주택 등 일정 규모 이하의 저층 주택 위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경미한 위반 건축물들을 한시적으로 합법화하여, 그동안 “평생 이행강제금” 부과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고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전세사기와도 연관된다. 일부 세입자들은 건물이 불법 개조된 위반건축물인지 모르고 임차하거나 매입했다가, 추후 위반건축물로 적발되어 대출 제한이나 거주 불안정을 겪고 있다. 현행법상 불법건축물에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고 금융대출도 막히기 때문에, 애꿎은 서민 피해자가 양산된다는 지적이다. 국정기획위원회 브리핑에서도 “위반건축물인 줄 모르고 계약한 세입자는 전세보증보험 혜택도 못 받고 대출도 막힌다”며, 이러한 선의의 피해자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양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불법 → 합법화, 잘못된 신호?
이번 조치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법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건축법을 성실히 지킨 대다수 국민 입장에서, 결국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이득을 보고, 법 지킨 사람만 바보가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축 전문가들은 “주기적으로 특별조치법을 시행하는 것은 불법건축과 타협하는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한 건축사는 “불법 건축물의 주기적인 양성화로 법의 일관성이 훼손되고, 양성화에 대한 기대 때문에 법을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된다”며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에는 역대 반복된 양성화 정책이 배경에 깔려 있다. 과거 1980년대부터 불법건축물 양성화 조치는 선거철마다 단골 공약처럼 등장해왔고, 실제로 몇 차례 시행되었다. 정치권에서 별도 예산 지출 없이 표심을 얻을 수 있는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여겨지다 보니 반복적으로 입법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일부 건축주들 사이에서는 “과태료만 내고 버티면 언젠가 합법화된다”는 잘못된 기대 심리가 누적돼 왔다.
국토부가 2019년 건축법 개정으로 위반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을 무기한 반복 부과하도록 강화했음에도, 여전히 전국 위반건축물 적발 건수는 매년 늘어나 2023년에는 24만여 건(주거용 11만4천여 건 포함)에 이르렀다. 이는 처벌 강화만으로는 불법 건축을 막는 데 한계가 있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양성화 특별법’을 기대하며 버티는 사례도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이번이 “마지막 양성화”가 될 것이라 시사하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취지로 여러 차례 양성화가 시행된 바 있다. 그때마다 충분한 홍보 부족 등으로 구제받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는 게 양성화 추진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반대 측 입장은 단호하다. 국토부 진현환 차관은 “다수 준법 국민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고, 다른 위반 건축물까지 연쇄 양성화 요구가 촉발될 우려가 있다”며 “불법의 합법화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마디로 법치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임대업자 배만 불릴 우려… 주거 환경은 뒷전?
양성화 조치의 또 다른 문제는 실제 수혜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선의의 피해자 구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현장의 위반건축물 대다수는 애초부터 수익 목적으로 불법 지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근생빌라'다. 이는 주차장 등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애초에 주거용이 아닌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를 받아 지은 건물을, 불법으로 취사시설과 난방을 넣어 주택처럼 분양한 것이다. 겉보기에는 흔한 빌라(연립주택)와 다르지 않아 일반 실수요자들은 속기 쉽지만, 법적으로는 엄연히 “집 아닌 집”이어서 추후 불법건축물로 적발된다.
건축업자는 규제를 회피한 덕분에 추가 이익을 챙기고 건물을 팔아 빠져나가지만, 나중에 남는 건 해당 건물을 산 사람의 과태료 폭탄이다. 이처럼 불법 개조 사실을 알면서도 임대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위법행위를 한 건물주나 건축업자가 있는 반면, 이를 모른 채 피해 보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일률적 양성화가 자칫 이 두 부류를 구별하지 못하고 불법으로 이득을 취한 쪽까지 구제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에 양성화하려는 위반건축물 상당수는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불법 쪼개기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국토부 자료를 보면, 원룸 등 불법으로 주택을 쪼갠 적발 사례(불법 방쪼개기)가 2019년 1,097건, 2020년 1,238건, 2021년 815건에 달했고 누적 위반건축물은 갈수록 증가했다. 이는 다가구주택을 불법으로 쪼개 다수의 임차인에게 월세를 받는 등의 용도로 위반건축물이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조치로 직접적 이익을 얻는 이들은 다수 임차인을 둔 불법 건물주들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러한 불법 건축물을 피해서 제대로 지은 인근 주택 소유자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 예컨대 불법으로 옥탑방이나 증축을 한 건물주는 양성화로 건물 가치 상승과 임대수익을 얻지만, 애초에 법을 지켜 증축을 포기했던 옆집 건물주는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성실한 이웃만 바보가 되는 셈이다.
규제 완화가 곧 능사? 주거 품질과 안전 우려
건축법상의 각종 규제 조항 – 주차장 확보, 용적률 제한, 용도 제한, 이격거리 등 – 은 단순히 행정을 위한 규칙이 아니라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환경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그런데 이번 양성화 조치는 이런 규제를 어긴 건축물도 일정 조건만 만족하면 그대로 합법화시켜 준다는 메시지를 준다.
정부는 “일조, 높이, 면적 기준 등에서 안전과 주변 영향에 큰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는 불합리한 건축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규제 완화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근 피해도 없고 안전에도 문제없다면 애초에 그 규제는 왜 존재하는가?” 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불법 증축된 건축물이 운 좋게 지금까지 큰 사고가 없었다 해서 면죄부를 준다면, 향후에도 건물주들이 앞다투어 규정을 무시한 채 증축을 감행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나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같이, 건축법을 어긴 무단 증축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진 사건들도 있었다. 건축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는 대가가 얼마나 참혹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안전 문제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광범위한 양성화는 전반적인 주거 품질의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의 주거환경 관리 체계는 신축 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일정 수준 이상의 거주 적합성을 확보해온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불법건축물 양성화로 이러한 최저 주거 기준을 무시한 건물들이 대거 합법화된다면, 특히 저층 주거지의 임차 주택을 중심으로 주거 환경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 예컨대 불법으로 지은 옥탑방이나 베란다 확장 공간은 대개 단열·환기 등이 미흡해 거주환경이 열악하다. 그동안 이런 공간까지 합법 주택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은 주거 품질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그런데 양성화로 이 마지노선을 허물 경우, 취약 주거지가 더욱 열악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로 집값을 잡겠다는 논리도 있으나, 이는 주거의 질적 저하를 간과한 위험한 접근이다.
불법건축물 양성화 정책은 겉보기에는 서민을 위한 민생 구제책처럼 포장되지만, 그 이면에는 법치주의 훼손과 형평성 문제, 그리고 주거환경 악화라는 크나큰 대가가 뒤따를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위반 사실을 모르고 피해를 입은 예외적 사례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이행강제금 감경 등 별도의 구제책을 마련하여 선별적으로 돕는 방안은 검토해볼 만하다. 실제 국회에서도 불법 증·개축 행위자와 현 소유주가 다른 경우 현 소유주의 이행강제금을 대폭 감면해주는 법안 등이 논의된 바 있다.
이렇듯 진정한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법은 양성화 이외에도 찾을 수 있다. 반면 불법을 자행한 당사자들까지 일괄 구제하는 양성화 조치는 “악법도 법”이라는 법 질서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선례가 된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어온 이런 보편적 사면 방식은 이제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건축사협회 등 전문가들은 “불법건축물의 주기적 양성화로 법의 일관성이 훼손된다”며, 차라리 징벌적 벌금 강화와 엄정 단속으로 불법의 뿌리를 뽑는 것이 근본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속 인력 확충과 현장 조사 강화 등 사전 예방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서민 주거 안전을 지키는 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11년 만의 위반건축물 양성화 추진은 표면상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이 크다. “법을 지킨 사람이 손해 보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상식적 원칙을 저버린 정책은 사회 구성원들의 준법 의식을 꺾고 결국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주거 안정을 빌미로 불법을 눈감아주는 선택이 과연 바람직한지, 지금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진정 서민을 위한다면 섣부른 양성화보다는, 피해 구제와 법질서 확립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정교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법을 지킨 사람이 결코 바보가 되지 않는 사회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