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대전 교통접근성 전국 최고의 착시인가?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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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세종연구원이 최근 낸 대전시 경쟁력 지표는 대전을 승용차와 대중교통 모두 접근성이 우수한 도시로 규정했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과는 거리가 있다. 통계가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방식으로 비교됐는지 따져보면 숫자가 만들어낸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

 

첫째, 전국 평균과의 단순 비교가 문제다. 이번 보고서는 특광역시와 도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한 데 묶은 전국 평균을 기준점으로 삼았다. 면적과 인구밀도, 정주 패턴이 전혀 다른 두 집단을 한 바구니에 넣으면 도시는 구조적으로 유리해진다. 중심 기능이 밀집한 광역시는 시설까지의 물리적 거리가 짧고 네트워크가 촘촘하다. 반대로 도 지역은 생활권이 넓고 분산돼 평균 이동시간이 길다. 이런 이질적인 표본을 합산한 평균을 잣대로 대전을 평가하면, 대전이 평균보다 좋게 나오는 것은 예정된 결과다. 정작 독자가 알고 싶은 것은 동급 도시들 사이에서 대전이 어느 수준인가 하는 점인데, 보고서는 그 상대적 위치를 흐리게 만들었다.

둘째, 대중교통을 도보와 한 묶음으로 취급한 용어와 산식이 착시를 키웠다. 교통접근성 통계에서 대중교통 시간에는 통상 보행과 환승 대기가 함께 들어가지만, 이를 대중교통 도보라는 모호한 표기로 제시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도 갈 수 있기 때문에 평균값이 낮아지는 경향이 생긴다. 대중교통 시스템의 순수 성능을 보려면 노선망, 배차, 환승 패널티를 분리해 봐야 한다. 도보를 포함한 묶음 지표만으로는 버스나 도시철도 자체의 품질을 가늠하기 어렵다.

 

셋째, 원자료가 말하는 대전의 실상은 자동차 편향에 가깝다. 공공의료시설을 예로 들면 승용차 평균 접근시간은 8.3분으로 매우 짧다. 반면 대중교통 평균 접근시간은 23.1분으로 특광역시 중 하위권이다. 같은 시설을 두고도 이동수단에 따라 소요시간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도로망을 공유하는 도시에서 승용차가 빠르다는 것은 거리 자체가 짧다는 뜻이고, 대중교통이 오래 걸린다는 것은 짧은 거리를 효율적으로 커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노선의 직결성, 환승 동선, 배차 간격, 정시성에서 병목이 존재한다는 신호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승용차와 대중교통 접근성이 모두 양호하다는 결론으로 수렴했다. 수단 간 격차라는 핵심 신호는 제목 밖으로 밀려났다.

넷째, 해석의 방향이 공급자 관성에 쏠려 있다. 도로와 승용차 중심 체제가 표준값이 된 상태에서 지표를 설계하면, 자동차가 잘 통하는 도시는 곧 접근성이 좋은 도시라는 결론으로 회귀한다. 시민이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기다림과 환승 횟수, 출도착 시간의 예측 가능성인데, 이 요소들은 평균값 하나로 지워지기 쉽다. 데이터는 많지만 질문이 자동차에 맞춰져 있으면 대중교통의 미세한 불편은 수치의 노이즈로 처리된다.

이 문제는 방법론을 조금만 바꿔도 윤곽이 선다. 전국 평균 대신 특광역시 집단 내 분포를 기준으로 분위와 백분위를 제시하면 대전의 상대 위치가 드러난다. 대중교통과 승용차를 각각 따로 보고, 두 수단의 시간 비율을 격차 지표로 병기하면 체감과 통계가 수렴한다. 목적지 유형별로 접근성의 분산과 편차를 함께 제시하면 특정 시설군에서의 취약점도 보인다. 지표의 언어 역시 대중교통 도보 같은 모호한 표현이 아니라 대중교통 순수 이동, 환승 대기, 보행 접속으로 나눠야 처방이 가능하다.

 

결론은 간단하다. 대전의 승용차 접근성은 매우 좋다. 그러나 그것이 대중교통 접근성까지 좋다는 뜻은 아니다. 수단 간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정책은 출발해야 한다. 보고서가 시민에게 설득력을 얻으려면 비교 집단을 바로 세우고, 수단별 지표를 분리해 보여주며, 격차를 핵심 메시지로 전면화해야 한다. 숫자는 사실을 말하지만, 어떤 질문에 답하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평균의 함정에서 한 걸음 물러서 시민의 이동 경험을 중심에 놓는 일이다.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