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정기권, 왜 다시 주목받나?

서울의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지하철 기본요금이 오르자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매달 교통비가 부담인데, 정부가 내놓았다는 K-패스를 써볼까? 서울시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는 뭐가 다를까?” 김 씨의 혼란은 한국 대중교통 요금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2023년 잇단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는 정기권 카드를 쏟아냈다. 시민 입장에선 환영할 소식이지만 한편으론 “요금 올려놓고 할인카드로 생색내는 건 조삼모사 아니냐”는 냉소도 뒤따랐다. 그런데 왜 지금 정기권일까?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대중교통 이용 감소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자리한다. 이용객 감소로 지하철과 버스 운영기관 적자가 심화하자 요금 인상 압력이 커졌고, 실제로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은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올랐다. 하지만 요금 인상만으로는 승객 이탈을 막기 어렵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1회권 요금은 높게 받되 정기권은 싸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중교통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한때 한 달 9유로(약 1만2천 원)로 전국 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파격 실험까지 했고, 룩셈부르크는 전면 무상교통을 도입했다. 이처럼 “비싸게 받되 많이 이용하면 할인”하는 정기권 철학이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도 뒤늦게 판을 짜기 시작한 것이다.

 

K-패스와 기후동행카드, 제각각 정기권들의 등장

정부와 지자체는 각기 다른 이름의 교통 정기권을 들고 나왔다. 핵심은 정부 주도의 ‘K-패스’다. 국토교통부가 2024년 5월부터 전국 시행한 K-패스는 한 달 15회 이상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타면 이용액의 일정 비율을 다음 달 환급해주는 후지급형 교통카드다. 일반 성인은 교통비의 20%, 청년층(만 19~34세)은 30%, 저소득층은 53%를 돌려받는다. 다만 월 최대 60회 이용까지만 혜택이 적용되고, 1일 2회까지만 집계되는 제한이 있다. 또 한 달 교통비 20만 원까지는 정해진 비율로 환급되지만, 그 초과분은 절반만 환급률을 적용하는 등 사실상 상한선도 있다. 예컨대 한 달 교통비로 7만 원을 쓰면 일반인은 약 1만4천 원 절감하는 셈이다.

K-패스를 쓰려면 전용 카드를 발급받고 앱에 등록해야 한다. 작년까지 시행된 알뜰교통카드(정기권 전신격인 사업)의 업그레이드판이라 홍보됐고,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주관 아래 전국 지자체 229곳 중 189곳이 참여했다. 초기 반응은 뜨거웠다. 시행 2주 만에 120만 명이 카드를 신청해 일시적으로 발급 지연 사태가 빚어졌고, 10개월 만엔 누적 이용자 300만 명을 돌파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K-패스 이용자는 한 달 평균 약 6만8천 원의 교통비 중 1만8천 원을 환급받아 94%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다고 한다. “교통비가 확 줄었다”는 이용 후기가 이어지는 등 관심은 높았다.

한편 수도권에서는 지자체 버전 정기권도 등장했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한 달 6만5천 원(공공자전거 이용 포함 시)으로 서울 시내버스·지하철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선불 정기권이다. 2024년 1월 말 시범 판매를 시작한 기후동행카드는 출시 이틀 만에 10만 장 판매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K-패스를 기반으로 자체 보조를 추가한 ‘The 경기패스’ ‘인천 I-패스’를 준비했다. 이들 지역판 패스는 K-패스의 월 60회 적립 한도를 없애 보다 많은 이용을 지원하고, 청년 나이 범위를 만 39세까지 넓히거나 어르신 환급혜택을 추가하는 등 지역 실정에 맞게 혜택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쉽게 말해, K-패스 위에 지방정부 재정을 얹어 특색을 낸 “개량형 정기권”인 셈이다.

이처럼 정부·지자체가 앞다투어 정기권을 내놓은 건 각자가 처한 이해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중앙정부는 교통비 경감과 이용 촉진이라는 명분으로 전국 사업을 출범시켰고, 서울시는 이에 발맞춰 수도권 통행 패턴에 맞는 자체 정기권을 선보였다. 경기도는 “하나로 통합하기 쉽지 않지만 지역별 선택지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지역 주도의 업그레이드 방식을 인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사람이 카드를 한 개 쓸지 두 개 쓸지 결정하면 될 문제다. 복잡하다고 혼란이라 평가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카드 병존을 옹호했다. 반면 “길게 보면 통합이 바람직하며, 2004년 수도권 통합환승할인도 지자체 이견으로 5년 걸렸지만 결국 해냈다”는 점을 들어 장기적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당장은 제각각 가지만 언젠가 하나로 모으자는 이야기다.

 

환급의 함정과 지역 불평등 – 정기권 정책의 명암

정책의 취지는 좋았지만 현장에선 여전한 한계와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이용 조건과 혜택이 복잡해 시민 혼란이 적지 않았다. 서울에서 먼저 시행된 기후동행카드는 행정구역 경계를 넘어 통근하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초래했다. 경기도 거주자는 서울 시내 정기권을 쓸 수 없고 환승 할인도 제한되기에 “서울만 되는 패스를 누가 쓰냐”는 불만이 나왔다. 실제 이용자들은 “서울 안에서만 되니 수도권 광역생활권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호소했으며, “기후위기 대응을 말하면서 수도권 밖 시민을 배제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부의 K-패스 역시 주소지가 정해졌다. 참여하지 않은 지자체 주민은 K-패스 가입조차 할 수 없는 구조다. 전국 40곳, 주로 인구 10만 명 이하 농촌 지역이 그런 사각지대였는데, 교통소외 지역의 주민들이 국가 지원 혜택마저 못 받게 된 셈이다. 이들 지역 상당수는 거리비례 요금제를 쓰는 농촌 버스마저 운행 중이라 교통비 부담이 큰데, 정작 K-패스 예산은 참여 지자체에만 지원되니 “우리 동네만 패스(pass)?” 하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사실상 K-패스에서 소외된 지역에 대한 대안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정기권 정책이 교통복지 격차를 오히려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급형 지원책의 근본적인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K-패스는 매달 교통비를 쓰고 나서 다음 달에 돌려받는 방식이라, 당장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용직 노동자가 월초에 교통카드에 돈이 없어 K-패스를 못 쓰면, 혜택을 받으려면 그달 내내 대중교통을 탈 수밖에 없고 결국 악순환이 된다. “정기권이라면 선결제 후 이용”하는 선불형과 달리, 환급형은 혜택을 체감하기까지 시차가 있는 것도 단점이다. 게다가 월 15회 미만 이용자는 아예 환급을 못 받아 대중교통 이용이 적은 계층은 제외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차라리 기본교통권 차원에서 적게 타는 이들도 혜택을 보게 해야지, 15회 이상 타야 혜택이면 일종의 역차별”이라고 꼬집었다. 요컨대 기본권적 접근이 아닌 “많이 타는 사람만 보상” 구조라는 비판이다.

무엇보다 재정 문제가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환급율 20~53%의 혜택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현재 K-패스는 국비 50%, 지자체 50% 매칭으로 예산이 투입된다. 그러나 사업 첫해부터 예상보다 많은 가입자가 몰리면서 일부 지역에선 예산 조기 소진 사태가 벌어졌다. 실제 2023년 말 일부 지자체는 K-패스 예산이 바닥나 환급율을 일시 하향 조정하는 일까지 있었다. 교통비 지원 정책이 ‘손실의 늪’에 빠졌다는 자조마저 나오는데, 이는 서울시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기후동행카드는 올 1분기에만 523억 원의 운영손실이 발생해 경기도 지원액의 9배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와 인천시도 K-패스 추가 지원에 나섰으나 예산 부담을 느껴 “장기적으론 통합체계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의 사례는 이러한 비효율의 극단을 보여준다. 부산시는 2023년 8월 독일 모델을 참고해 ‘동백패스’라는 자체 무제한 정기권을 시작했는데, 문제는 동시에 K-패스도 시행되었다는 점이다. 두 제도는 서로 호환되지 않아 부산 시민 15만 명이 두 패스에 모두 가입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동백패스 예산 698억 원은 모자라 환급액이 774억 원으로 초과된 반면, 같은 해 부산의 K-패스 예산 85억 원 중 19억 원은 쓰이지 못하고 남았다. 예산을 따로 쏟아 ‘따로국밥’으로 쓴 탓에 정작 시민 혜택을 더 줄 수 있었던 돈이 낭비된 것이다. 올해 부산은 K-패스 예산을 225억 원으로 대폭 늘렸지만, 동백·K 이원화 구조가 그대로인 한 비효율이 커질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환급형 지원과 지자체 개별사업의 병존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손실을 어쩌려구” 하는 우려 속에 정부·지방 할 것 없이 혜택을 늘렸지만, 그럴수록 재정 부담의 역설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교통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중구난방식 정기권 경쟁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독일 ‘49유로 티켓’에서 배우는 통합의 힘

해법의 실마리는 독일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은 2022년 여름 파격적인 ‘9유로 티켓’을 3개월간 시험 도입한 후, 이듬해인 2023년부터 월 49유로(약 7만 원)에 전국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독일티켓(Deutschlandticket)’을 정식 시행했다. 이 티켓으로 독일 전역의 지하철·트램·버스·광역철도 등이 통합되었고, 시행 초기 목표했던 ‘하나의 통합 정기권’ 구상이 그대로 독일 사회에 안착했다. 이전까지는 주(州)마다, 노선마다 따로 팔리던 정기권이 이로써 단일화된 것이다. 평일 통근·통학자는 예외 없이 독일티켓으로 갈아탔고, 각 지역 교통기관들도 기존 정기권 대부분을 이 티켓으로 흡수 통합했다. 이용자 입장에서 “표 하나면 끝”인 대중교통 환경을 만든 것이다.

물론 독일 역시 쉬운 길만 간 것은 아니다. 전국 단일 정기권이 시행되자 일부 주(州)는 자체 할인티켓을 병행하려 했는데, 이는 “행정적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실제로 베를린주는 2022년 말 독일티켓보다 저렴한 ‘29유로 티켓’을 내놓았다가, 4개월 만에 폐지했다. “연방정부와 16개 주(州)가 반씩 돈을 대는 독일티켓이 있는데, 베를린이 홀로 재정을 써 별도 티켓을 파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차라리 독일티켓 안에서 소득이나 연령별로 가격을 차등화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지적처럼, 지역 이기주의적 발상은 힘을 잃었다. 이는 한국의 K-패스와 동백패스처럼 중앙과 지방 정책이 따로 노는 상황의 비효율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독일티켓이 준 긍정적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뮌헨공대의 알리스터 로더 교수는 “독일티켓 덕분에 각 가정의 생활비 부담 경감 효과가 확연했다”고 평가했다. 저렴한 정기권이 사회적 형평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실제 약 1100만 명 이상이 독일티켓에 가입하며 대중교통 수요도 빠르게 회복되었다. 독일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통합 정기권의 편리함은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즉 별도 티켓을 만드는 대신, 하나의 통합 패스 내에서 저소득층 할인 등 ‘사회티켓’을 확대하자는 방향이다. 정기권 하나로 모두를 포용하되 내부에 세분화된 지원책을 넣는 방안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고민 중인 청년·다자녀·지역할인 정책을 통합패스 안에서 구현하는 구상과 맥을 같이한다.

독일 사례의 또 다른 핵심은 국가 재정투자의 역할이다. 독일 정부는 독일티켓 시행을 위해 올해까지 30억 유로(약 4조2천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고,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절반씩 분담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물론 예산 조달과 지속 가능성 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몇몇 주는 “연방정부 지원 없이는 앞으로 유지 어려움”을 토로했고, 실제로 티켓 가격을 내년부터 인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그럼에도 중앙정부가 운영비 부담에 동참함으로써 전국 통합 정기권의 첫발을 뗀 점은 높이 평가된다. 인프라 투자는 중앙, 운영은 지방이라는 전통적 분업에서 벗어나 국가가 교통 서비스 운영비까지 일부 책임지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낸 것이다. 한국의 현실과 비교해보자. 우리나라는 그간 지하철, 광역철도 등 인프라 건설은 국비로 추진하면서 운영적자 보전은 지자체와 운영기관 몫으로 남겨왔다. 요금 할인 정책도 대부분 지방에 맡겨 중앙정부는 발을 빼는 모습이었다. 이 구조에서는 전국 단위 통합패스를 추진해도 각 지자체가 손실을 우려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독일처럼 법·제도적으로 중앙정부의 재정 책임을 명시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교통복지 정책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교통 기본권”을 향한 시민사회와 정책의 만남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중교통 정책을 연구하는 시민단체들은 한목소리로 답한다. “환급 위주의 지원책이 아닌, 진짜 정기권으로 전환하자.” 공공교통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는 K-패스 도입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현재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K-패스가 교통비 지원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에 자리잡을 정기권으로 거듭나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교통 불평등 해소를 위한 핵심 공공정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지역에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를 바꿔 중앙정부가 재정 책임을 지고 제도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실제로 2025년 4월 국회에선 “K-패스를 전국 무제한 정기권으로 바꾸자”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여야 국회의원, 교통노조,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현행 정기권 정책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모색했다. “수도권 바깥 시민은 배제하는 서울 중심 복지는 안 된다”,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일수록 정기권이 더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국회 담장을 넘어 울려퍼졌다.

무엇보다 풀뿌리의 움직임과 국가 정책의 결합이 중요하다. 부산의 동백패스도 따지고 보면 노동조합과 지역 시민사회의 요구에서 시작됐다. 독일 9유로 티켓을 직접 체험한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부산에서도 대중교통 정기권을 도입하자”고 제안했고, 민선 지자체장이 화답하면서 정책화된 것이다. 이러한 상향식(bottom-up) 제안이 중앙정부의 정책 채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최근 정준호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은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정기권의 정부 책무를 명문화하고, 교통 인프라 취약 지역의 정기권 지원 확대 근거를 담았다. 제도 안착을 위해 국회 차원의 입법 지원도 약속된 상태다. 이는 교통을 보편적 서비스로 인식하고 국가가 기본권으로 보장하자는 방향으로의 전환점이다.

시민사회 역시 “교통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해결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인식 아래, 교통 요금정책 운동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대중교통 정책이 주로 노선 신설이나 차량 증차 같은 인프라 중심 논의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요금과 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요금 정책은 보이지 않는 인프라다. 이용요금을 조정함으로써 교통 수요를 관리하고, 부족한 인프라로 인한 불편을 완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역이 없는 지역 주민에게 정기권 할인율을 더 높게 적용하면 인프라 격차에 따른 불이익을 줄여줄 수 있다. 이는 토건 사업으로 수십 조를 들여 철도를 깔지 않고도 이동권 평등을 향해 한 발 다가가는 길이다. 실제 해외에선 “교통비를 깎아주는 것이 도로 하나 놓는 것만큼의 복지 효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에스토니아 탈린이나 스페인 일부 도시처럼 교통약자나 청년에게 무료패스를 주는 곳도 늘고 있다. 궁극적으로 시민사회는 “장기적으로 무상교통을 목표”로 하자고 주장한다. 그 첫 단계가 지금의 대중교통 정기권이다.

“모두를 위한 이동권” 새로운 출발선에 서다

인류는 산업화 시기 도로와 철도를 놓으며 이동의 자유를 확대해왔다. 그러나 이동권이 진정 모두에게 보장되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돈이 없거나 인프라가 부족하면, 이동은 곧 불평등이 된다. 대중교통 정기권 정책은 이 불평등의 벽을 허무는 하나의 열쇠다. 교통비 부담을 낮춰 계층 간 격차를 줄이고, 요금 통합으로 지역 간 단절을 메우는 작업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재원 마련, 이해관계 조정, 법 개정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독일의 사례가 보여주듯, 통합과 연대의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는 용기가 필요하다.

정기권 논의를 단순한 할인 이벤트가 아니라 기후위기·지역소멸·양극화 시대의 교통복지 대전환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대중교통 정기권의 전국적 시행은 교통 불평등 해소와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말처럼, 모두를 위한 이동권을 향한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국가의 결단과 시민의 지지가 만난다면, 환급형 K-패스는 진짜 우리 생활 속 정기권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을 매일 이용하는 시민들이 “이번 달은 교통비 걱정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날, 교통 기본권의 꿈은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