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대개혁: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분수령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은 올해, 지방의 재정 구조가 대대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해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지목되고 있지만, 그 해결책은 지방재정의 자립성 강화와 지방정부의 실질적 권한 확보 없이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난 수십 년간 중앙정부 주도의 예산 편성과 국고보조사업에 의존해온 지방재정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와 학계에서는 지방세·지방재정 분야의 4대 개혁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현행 부가세 방식의 지방소득세를 ‘비례세’로 전환하고, 고향사랑기부제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며 법인 기부를 허용하고, 지방교부세 법정률을 약 20년 만에 인상하고, 중앙의 국고보조사업을 포괄보조금화하며 경쟁·중복 사업을 정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지방세·재정 개혁은 “지방정부의 과세자주권을 강화하고 중앙정부에 의존적인 재정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아가 분권과 균형발전의 토대를 구축할 핵심 열쇠로서, 새 정부 국정목표인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의 실현 방안과도 맞닿아 있다. 아래에서는 각 개혁 방안의 주요 내용과 그 의미를 짚어본다.
부가세형 지방소득세를 비례세로 – “진정한 지방세”로 탈바꿈
현행 지방소득세는 개인소득세와 법인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세로 부과하는 일종의 부가세 형태다. 납세자가 납부하는 국세(소득세·법인세)의 10%를 지방소득세로 추가 부과하는 식으로, 과세표준과 세율 체계 모두 사실상 국세에 연동되어 있다. 이 때문에 지방소득세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의 세율 결정권이 없고, 세입이 지역 간 불균형 해소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현재의 지방소득세 구조는 “지방세가 아니라 지방교부세와 유사”하다는 지적까지 나오며, 중앙정부를 통한 재정조정에 더 가까운 제도라는 것이다.
해법으로 제안된 것이 ‘비례적 지방소득세’ 도입이다. 국세의 일정 몫을 떼어주는 기존 방식과 달리, 소득세 과세표준을 국가와 지방이 공동으로 활용하되 지방은 독립된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자체세로 만들자는 구상이다. 예컨대 소득 및 법인 과세표준에 일률적인 3% 내외의 지방세율을 적용하면, 현재 국세로 걷히는 세수 중 약 11조 원이 지방세로 이양되는 효과가 있다. 이는 그만큼 지방 재원이 늘어난다는 뜻이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세수 비중도 현행 66:34에서 61:39로 개선되어 지역 간 격차 완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지방재정의 자율성도 한층 강화된다. 지방이 자체적으로 세율을 정하고 세수를 확보하는 구조로 전환되면, 중앙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실정에 맞는 재정운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제도 남아 있다. 우선 비례적 지방소득세의 세율을 어떻게 설정할지를 둘러싸고 형평성 논쟁이 있다. 만약 지방소득세를 단일 세율(예: 3%)로 부과하면, 누진세율 구조인 국세와 결합될 때 전체 소득세 부담의 누진성이 다소 완화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세 부담이 경감되는 이른바 ‘부자 감세’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지방소득세에도 누진세율을 일부 도입하거나, 세율 3% 산정의 근거와 효과에 대한 명확한 시뮬레이션 자료를 제시하는 등 면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비례적 지방소득세 아이디어는 2017년 국회에서도 논의됐지만, 지역별 세수격차 완화 효과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없고 조세체계 변화에 대한 이견으로 입법화되지 못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 재정자립을 위해 “비례적 지방소득세 도입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한 중요한 대안”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중앙-지방 간 세원 배분을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궁극적으로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6대 4까지 개선한다는 정부 구상에도 부합하는 조치다. 향후 정치권과 정부의 조세개혁특위 논의 과정에서 이 방안이 본격 추진될지 주목된다.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 개인 세액공제 확대에 기업까지 참여
지난해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도시민 등이 자신의 거주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도록 한 제도로, 지역 재정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정책이다. 시행 초기 많은 관심을 끌며 1년간 수백억 원의 기부금이 모였지만, 제도상의 한계도 드러났다. 현행 세제하에서는 개인이 1인당 500만 원까지 기부 가능하고 이 중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대다수 기부자(98% 이상)는 세액공제 한도가 전액 인정되는 10만 원 이하 금액만 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제 혜택이 가장 큰 구간에 기부가 집중되고 그 이상은 기부 유인이 떨어지는 구조적 한계가 확인된 것이다. 게다가 고향사랑기부금은 한편으로는 기부자의 주소지 지방정부 세입을 줄어들게 하고(해당 금액만큼 그 사람이 내는 지방세가 줄어듦), 국세 수입 감소로 지방교부세 등 중앙정부의 지방 이전재원도 일부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답례품 제공 비용(기부액의 30% 이내)과 운영비까지 고려하면, 지방에 새로 유입되는 순수 재원은 명목상의 총모금액보다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재정 형평화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불확실하며, 지자체 노력 여하에 따라 편차가 클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며 제도를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첫째, 개인 기부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다. 현재 10만 원을 초과한 기부분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15%16.5%)만 세액공제를 해주는데, 이 공제율과 한도를 높여서 보다 큰 금액의 기부도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만20만 원 구간 기부액에 대해 40%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그 이상 구간도 공제율을 상향 조정하는 식이다. 둘째, 현재 개인만 가능한 고향사랑기부를 법인에도 열어주자는 제안이다. 기업이 특정 지역에 발전기금을 내듯이 고향사랑기부에 참여하면, 법인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주어 지역경제에 대한 민간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기업 기부를 활성화하려면 현재보다 훨씬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하고, 그만큼 정부 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지적된다. 일본의 경우 기업판 고향납세 제도를 도입했지만 기부액만 공개될 뿐 각 지자체별 세수 감소나 비용 자료는 투명하게 집계되지 않아 효과를 면밀히 따지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결국 법인 참여를 끌어내려면 세제혜택과 국가 재정 손실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보다 근본적으로 납세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방안도 논의된다. 일종의 “내는 지방소득세, 내가 선택” 개념으로, 납세자가 내는 지방소득세 중 일정 비율을 자신의 고향 지자체에 납부하도록 허용하자는 아이디어다. 현재는 중앙정부에 내는 소득세의 10%가 일률적으로 주소지 지방자치단체 몫으로 가지만, 그 일부를 납세자가 지정한 고향에 보내는 방식이다. 이러한 모델이 도입되면 현행 고향사랑기부제의 틀을 넘어 보다 큰 규모의 “세원 이동”을 통해 지방에 재원을 이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중앙 세수 감소나 기부금 편중 문제 등과 연결되므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한 재정확보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회복과 주민 참여 확산에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 자신의 고향이나 응원하고픈 지역을 직접 도울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함으로써, 돈의 흐름뿐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과 관심도 지방으로 향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전문가들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새로운 지역 거버넌스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제도가 성숙하려면 투명성 제고와 성과 평가를 통해 기부 문화가 지속적으로 뿌리내리도록 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액공제 확대와 법인 참여 허용 등의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주민체감형 사업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년 만의 지방교부세율 인상 – 커지는 지방의 재정책임
지방자치단체에 매년 배분되는 지방교부세는 중앙정부의 내국세(국세) 일부를 법정율에 따라 떼어서 재정력 열위 지방에 나누어주는 재원이다. 보통교부세의 경우 “기준 재정수요 > 기준 재정수입”인 지방자치단체에 부족분을 채워주는 돈이고, 특별교부세는 지역현안 수요 등을 고려해 교부된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기본 행정서비스를 수행하고 지역 간 재정격차를 조정하는 핵심 제도인 셈이다. 그런데 이 지방교부세의 법정률(내국세 대비 비율)은 2006년 이후 19.24% 수준에 묶여 거의 20년째 동결 상태다. 그 사이 전국의 지방재정 환경은 크게 변했다. 저출생·고령화로 복지 지출은 폭증하고, 지방자치의 역할이 커지면서 필수 행정수요가 늘어났지만, 중앙정부로부터 배분받는 재원 비율은 제자리걸음이었던 것이다. 실제 지난 20년간 내국세 규모 증가에 따라 보통교부세 총액도 3.4배 늘었지만, 정작 지방재정의 재정부족액(지방필요재원 대비 부족분)은 4배 이상 증가하여 미충족재원이 급격히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교부세율 동결로 인해 지방의 자체 세입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재정수요를 교부세가 충분히 메워주지 못했고, 그 공백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지방교부세율 상향 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논의되는 개혁안은 지방교부세 법정 교부율을 5%p 올려 24.24%로 인상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경우 지방에 추가로 공급되는 재원이 연간 약 16조 3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늘어난 재원은 열악한 지방에 우선 배분되어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완화하고, 전반적인 지방재정의 자립도 제고(재정자주도 80% 수준 달성)에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실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최근 10년 평균 재정자주도는 73.9% 수준인데, 교부세율을 이 정도 인상하면 약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방정부 스스로 쓸 수 있는 재원이 그만큼 늘어나 실질적인 재정분권에 한 발 다가서는 셈이다. 아울러 2006년 이후 변화한 현실을 반영해 교부세율을 현실화함으로써, 복지비 부담 증가 등 지방의 구조적 재정압박에 대응하려는 목적도 있다. 실제로 지방정부들은 새 정부 출범 직후 국정과제 건의를 통해 법정률 5%p 이상 대폭 인상을 요구해왔으며, 정부도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번 교부세율 인상 논의에서는 단순히 비율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재정조정 제도의 촘촘한 개선책들도 함께 거론된다. 예를 들어 “조정률 최소보장제”를 도입해 교부세 재원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미충족분을 최소화하자는 안이 있다. 교부세 재원이 경기에 따라 감소하더라도 전년도 대비 95% 이상은 교부하도록 하여, 지방재정 운용의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또한 현재는 광역자치단체인 특·광역시를 통해서만 교부되는 자치구 교부세를 기초자치단체(구)에도 직접 지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광역시가 독점하는 보통교부세 몫을 구(區) 단위로 내려보내면, 서울 등 대도시 내 취약 자치구들의 재원 부족을 직접 덜어줄 수 있다는 논리다. 이와 더불어 지방교부세 재원 확충을 위해 지금까지는 교부세 산정에서 제외되어 별도로 운영되던 교통·에너지·환경세, 농어촌특별세 등의 국세를 교부세 재원으로 편입하는 아이디어도 거론된다. 이는 지방재정조정제도의 단순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복잡한 특별회계나 교부금 항목을 정리하고,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의 이원체계로 재정조정 방식을 단순화하자는 제언이다.
물론 중앙정부 설득이라는 현실적인 벽도 존재한다. 교부세율을 올리면 그만큼 중앙정부 재정에 부담이 가는 것은 분명하다. 기획재정부 등 중앙 예산당국은 추가 교부세 재원이 중앙정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영향을 면밀히 따져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과거 및 향후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 증대분, 그리고 재정분권 추진계획 등을 종합 고려하여, 교부세율 인상이 중앙정부 살림에 미칠 순(純)부담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부세율 인상이 단순히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지방 기능조정과 재정분담 구조 전반을 건드리는 이슈임을 보여준다. 결국 정부 내 조율과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얼마나 증액할지, 재원 배분 방식은 어떻게 손질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지방교부세 확대만으로는 지방재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반드시 다음에 논의할 보조금 개편과 짝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부세율을 합리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지방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긍정적 방향이지만, 정작 지방재정을 옥죄는 국고보조금 구조를 놔둔 채 돈만 늘리면 왜곡된 재정체계가 그대로 유지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방재정 전문가들은 “지방교부세 확대와 보조금 축소·정비는 상호 대체 관계”라며 두 가지 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비로소 지방정부 재정 건전성과 자율성 회복, 그리고 지속가능한 지방자치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재정분권의 열쇠는 재원(교부세)을 늘리는 것과 더불어 지출 구조(보조금)을 바꾸는 것에 동시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국고보조금을 포괄보조금으로 – “중앙 프로젝트 공화국” 탈피
지방재정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국고보조금 제도다. 국고보조금은 중앙정부가 특정 용도로 써라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내려주는 재원으로, 그동안 지방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커져왔다. 특히 2010년대 후반 이후 중앙정부가 각종 복지사업과 지역사업을 확장하면서 보조금 예산은 급격히 증가했고,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대응 지방비도 덩달아 늘어났다. 2019년 이후 보조금의 급증은 그래프에서도 뚜렷이 나타날 정도다. 반면 지방교부세는 법정율에 따라 비교적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재원으로 증가해온 데 비해, 보조금은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유동적이고 용도지정된 재원이라는 근본 차이가 있다. 결국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자체 노력으로 재원을 확충하기보다는 중앙정부와의 협상, 정치적 연계가 재정 운용의 핵심 요소로 작동해왔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국고보조사업 체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지방재정 자율성의 침해다. 중앙부처별로 세세한 지침까지 통제하는 상황에서, 지방은 주민을 위한 책임행정보다는 “중앙의 집행책임”만 지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부처별 유사·중복 사업이 난립해 비효율을 초래한다. 일례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만 해도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 중소벤처기업부의 전통시장활성화사업, 또 다른 부처와의 협력사업 등이 중첩되어 예산이 비슷한 목적에 나뉘어 투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들은 비슷한 공모사업을 중복 신청하거나, 사업별로 따로 예산을 집행하며 행정력과 자원을 분산시키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나아가 기준보조율 체계의 불투명성(어떤 사업은 국비 50%, 어떤 것은 70% 지원 등 제각각인 기준)과 중앙-지방 간 협업 부족, 과도한 서류작업과 평가 절차 등도 꾸준히 지적되어 온 문제다.
이에 대한 개혁 청사진으로 제시된 것이 “국고보조금의 전면적 포괄보조금化”이다. 한마디로 중앙정부가 용도까지 일일이 지정해 내려보내는 돈을 대폭 줄이고, 그 재원을 지방에 일괄 교부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부처별·부처 간 유사중복한 보조사업을 대대적으로 통폐합하고, 최근 남발되고 있는 공모형 특조건 사업을 과감히 폐지·축소하여 여기서 절감된 재원을 분야별 포괄보조금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하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세세한 중앙 지침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큰 재정재량권을 갖고 지역실정에 맞는 사업들을 꾸릴 수 있게 된다. 가령 개별 부처에서 5개 사업으로 쪼개서 내리던 예산을 하나의 일괄 교부금으로 받으면, 지자체는 이를 자체적으로 종합운용하여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사업에 집중 투입할 수 있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도 부처별로 예산을 쪼개 관리하는 비효율을 줄이고, 국가 차원의 거시적 관점에서 지방재정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박관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센터장은 이러한 포괄보조금 도입을 제안하며, “개별 부처 수준이 아닌 중앙정부 차원에서 종합 관리·운영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을 강조했다.
또 하나 주목되는 개편 방향은 “지방이 계획을 수립하면, 중앙이 포괄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일부 시도된 지역발전투자협약 방식과 맥을 같이한다. 당시 시범사업으로 지자체가 자체 발전계획을 세우고 관계 부처들과 협의하여 패키지 예산을 지원받는 모델을 운영한 바 있는데, 이러한 접근을 더욱 발전시켜 지역이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국가가 재정을 일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유사한 개념이 포함되어 있는데, 예컨대 국고보조금 개혁과 연계해 지역주도 초광역 프로젝트에 대한 포괄지원계정을 신설하고, 획일적인 중앙사업 대신 지역별 맞춤형 투자협약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모델이 정착되면 중앙-지방 관계도 상당 부분 수평적인 동반자 관계로 바뀔 수 있다는 평가다. 중앙은 큰 방향과 재정지원 원칙만 제시하고, 세부 사업구성은 지방의 창의와 책임에 맡기는 “진정한 자치분권형” 재정 운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국고보조금 제도의 대전환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각 중앙부처가 기득권처럼 운영해온 예산 사업들을 과감히 줄이는 일인 만큼, 중앙 관료사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또한 보조사업마다 목적이 다르고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어 일시에 폐지·통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실성과 실현가능성을 고려하여 단계적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즉, 1단계로 통폐합이 비교적 쉬운 유사사업들부터 묶어 포괄화하고, 관리운영체계를 정비한 뒤, 성과를 보아가며 점진적으로 대상을 넓혀가는 방식이다. 아울러 포괄보조금이 도입되면 책임 소재와 평가 시스템도 재정립해야 한다. 중앙의 사전 통제는 줄어드는 대신, 사후 평가와 투명한 공개를 통해 지방이 책임성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핵심은 “지방정부의 재정자율성 제고를 위해 보조금 중심의 지방재정조정 운영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대원칙에 있다. 이 원칙 아래, 재정운용의 패러다임을 “중앙이 정해준 사업 따라가기”에서 “지방이 계획하고 중앙이 지원하기”로 전환하는 것이 이번 개혁 논의의 목표다.
자치분권과 지역혁신, 무엇이 걸려 있나
이상 살펴본 네 가지 지방재정 개혁안은 각각 별개의 분야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유기적 연결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지방소득세 개편으로 지방세입을 확충하고,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로 민간자본과 주민참여를 유도하며, 지방교부세율 인상으로 지방에 대한 중앙재원의 배분을 확대하고, 국고보조금 개혁으로 지방재정의 쓰임새를 자율화하는 것이 한 세트로 묶여 있는 것이다. 어느 하나만 실행돼서는 절반의 성공에 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재원을 늘리는 조치(지방세 이양이나 교부세 확대)가 지출 구조 개선(보조금 개편)와 맞물리지 않으면, 중앙으로부터 내려온 자금이 다시 비효율적인 용도로 소진되는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 반대로 재정 운용의 자율성을 높이는 조치가 재원 확대 노력 없이 이뤄진다면, 지방에 권한만 주고 실탄은 주지 않는 격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 과제들이 패키지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이러한 변화는 중앙과 지방 모두의 의식 전환을 요구한다. 중앙정부는 과감하게 권한과 자원을 이양하는 결단이 필요하고, 지방정부는 늘어난 재량에 상응하는 책임성과 투명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번 지방재정 개혁 논의에 대한민국 지역혁신의 미래가 달려 있다. 오랫동안 지속된 “말로만 지방자치”를 넘어, 재정적 뒷받침이 있는 성숙한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느냐의 갈림길이라는 뜻이다.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도시들, 경제적 낙후로 청년층 유출에 시달리는 농산어촌 지역들은 실질적인 재정분권 없이는 자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다. 중앙의 지원과 지휘만 바라보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판을 짜는 일이 시급하다. 지방세입 확충과 재원 배분 구조 개편이 병행된다면, 중앙정부도 더는 “모든 지역사업을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에서 벗어나 국가적 차원의 큰 틀과 균형을 잡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중앙의 효율성 제고와 지방의 창의성 발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개혁안들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과 조율이 예상된다. 세제 개편은 국회 입법이 수반되고, 예산 구조의 변화는 중앙부처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각계 전문가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재정 분권은 그 핵심 중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30년 전 지방자치제 부활이 민주주의의 분권적 토대를 놓은 사건이었다면, 이제는 재정 측면에서의 자치분권을 이루어낼 차례다. 이번에 논의되는 지방재정 개혁 과제들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된다면, 이는 곧 중앙-지방 간 새로운 재정 관계 정립을 의미한다. 지방정부가 보다 창의적이고 책임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다. 그 결과는 지방재정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주민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자치분권 기반의 균형성장 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도전이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지역사회가 뜻을 모아 혁신의 문턱을 과감히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