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골목을 달린 트럭, 한국의 ‘고령 운전’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지난 11월 15일 오후, 인천지법 부천지원 앞 계단에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달아 터졌다. 손에 수갑을 찬 60대 남성이 검은 모자와 흰 마스크를 쓴 채 천천히 법정으로 올라갔다. 나흘 전, 부천 제일시장에서 1톤 트럭을 몰고 골목을 질주해 수십 명을 다치게 한 운전자였다. 같은 시각, 사고 현장 시장 골목에서는 아직도 찌그러진 셔터와 임시 지지대가 사람들의 동선을 막고 있었다.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은 트럭 바퀴 자국이 남은 좁은 통로를 조심스럽게 돌아 걸어야 했다.
사고는 11월 13일 오전 10시 55분쯤 시작됐다. 부천시 원종동 제일시장 안 인도에서 60대 후반 상인이 몰던 1톤 트럭이 갑자기 속도를 올리더니, 시장 안쪽 골목 100m 안팎을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사고로 시장 안에 있던 여성 2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과 소방은 차량 20여 대와 인력을 급히 투입해 부상자를 이송했고, 트럭은 가게를 들이받은 채 멈춰 섰다.
현장 목격자들이 “트럭이 뒤로 잠깐 움직인 뒤 앞으로 미친 듯이 치고 나갔다”고 증언한 내용은 방송을 통해 반복해서 나갔다. 부천시가 집계한 초기 피해 규모는 사망 2명, 부상 18명 수준이었지만, 이후 중상자 일부가 위중한 상태에 빠지면서 사망자는 4명, 부상자는 17명으로 늘었다. 모두 21명이 참사에 휘말린 셈이다. 피해자 가운데에는 70·80대 고령 보행자가 여러 명 포함됐다. 이 시장에서 오랫동안 장사해 온 상인들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 충격은 더 커졌다.
운전자는 사고 직후 음주나 약물 반응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경찰과 국과수는 차량 결함 가능성을 따로 조사하는 한편, 운전자의 페달 조작 실수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11월 15일, 운전자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자리에서 “희귀 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고 기억이 들쭉날쭉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 등은 이 남성이 모야모야병 등 지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운전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법원은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부천시는 피해 상인 지원과 시장 복구 비용 추산에 들어갔다. 언론 보도마다 “고령 운전자”, “전통시장 골목”, “페달 오조작”이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등장했다. 사건은 한 사람의 실수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층의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 안에서 차량과 보행자가 뒤섞인 구조, 노후한 시장 시설, 고령자와 자영업자에게 의존하는 물류 방식이 하나의 사고 지점에 겹쳐 있었다.
숫자로 보면 이 참사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이미 가속도가 붙은 흐름 위에 놓인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2521명으로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반대로 보행 중 사망자는 전년보다 3.8% 늘어난 920명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을 넘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 중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6.5%로 가장 높은 항목이다.
운전대 잡은 고령층의 비중도 빠르게 올라가는 중이다. 여러 분석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 건수는 2020년 약 3만1000건에서 최근 4만2000건을 넘어섰고, 증가율은 36%를 웃돈다. 2025년 상반기 통계를 보면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 비율이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사고 유형을 세분하면 이번 부천 사고와 닮은 지점이 더 뚜렷하다. 한국소비자원이 2024년 발표한 고령 운전자 안전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페달 오조작 사고는 전체 페달 오조작 사고의 25.7%를 차지한다. 사람들은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액셀을 깊게 밟고 있던 경우가 쌓인 통계다. 그 사고 가운데 상당수가 주차장, 골목, 시장 안 통로처럼 차량과 보행자가 물리적으로 분리되지 않은 공간에서 일어났다.
이번 참사도 그런 공간에서 발생했다. 부천 제일시장 골목은 새벽에는 물류 차량과 상인들이 오가고, 낮에는 손수레와 시민이 뒤섞이는 구조였다. 시장 안 차도와 보행 통로는 낮은 단 차이와 노면 색깔 정도로만 구분됐고, 물리적 방호벽이나 속도 저감 시설은 충분하지 않았다. ‘시장 골목을 관통하는 트럭의 길’이 평소에도 존재했고, 그 경로 위에 어느 날 바퀴가 멈추지 못한 트럭 한 대가 올라탄 셈이다.
이해관계를 나누어 보면 책임이 더 분명해진다. 국가와 지자체는 전통시장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주차장 조성, 진입로 확보, 화물 운송 편의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차량 흐름과 보행 동선을 분리하는 설계, 차량 진입 시간과 동선에 제한을 두는 규칙은 뒷전으로 밀렸다. 시장 상인들은 비좁은 골목이라도 트럭이 바로 점포 앞까지 들어와야 물건을 내리기 편하고, 장사가 끊기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결국 시민과 상인, 고령 운전자 모두가 리스크를 나눠 떠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정책의 초점은 그동안 주로 사람 개개인 쪽에 맞춰져 왔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을 발표하면서 고령 운전자 조건부 면허제와 정기 적성검사 강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법·제도 논의는 지금도 국회와 위원회에서 공회전을 반복한다. 그 사이 고령 운전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지병이 있는 사람도 “운전만큼은 아직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상황이 이어진다. 면허를 반납하면 곧장 생계와 이동이 막히는 현실도 변수다.
노년층 개인에게 “운전대를 놓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특히 생계를 위해 1톤 트럭을 모는 상인과 기사에게 면허 반납은 사실상 직업을 포기하라는 요구와 같다. 부천 사고 운전자 역시 시장 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매일같이 그 골목을 지나다니던 사람이다. 이들에게 선택지를 늘려 주지 않으면, 위험을 알면서도 계속 운전대를 잡게 만든다.
도시 구조 관점에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전통시장 대부분은 오래전에 형성된 골목 위에 임시 주차와 화물차 동선이 뒤엉킨 형태로 남았다. 물류 시스템은 대형 트럭과 택배 차량에 의존하면서도, 마지막 100m는 시장 상인과 손님이 몸으로 감당하는 구조다. 부천 제일시장 골목처럼 차도와 인도의 경계가 희미한 곳은 전국에 수두룩하다. 행정은 사고가 난 뒤에야 현장 조사를 하고, 방호벽과 과속 방지턱을 추가 설치하는 식으로 땜질한다.
이 사건과 통계들을 함께 놓고 보면 몇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는 고령자의 이동권과 생계를 어떤 방식으로 보장하면서, 동시에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할 것인가. 전통시장과 골목길을 여전히 차량과 보행자가 섞이는 공간으로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일정 시간대만이라도 보행자 전용 구역으로 바꾸어야 하는지. 차량 중심 정책과 도시 설계를 언제까지 ‘당연한 전제’로 삼을 것인지도 되묻게 된다.
해법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조정 가능한 규칙과 예산에서 시작해야 한다. 전통시장은 일정 시간대에는 물류 차량만 들어오고, 나머지 시간에는 보행자 전용 공간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차량이 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속도를 강제로 낮추는 물리적 장치와 방호벽, 노면 차별화를 과감하게 설치해야 한다. 지자체는 상인회와 협의해 시장 외곽에 공동 배송 거점을 만들고, 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차량 수를 줄이는 방식을 지원할 수 있다.
고령 운전자 정책도 단순한 단속을 넘어야 한다. 65세 이상 중에서 화물·버스 등 중대형 차량 운전자는 건강검진과 적성검사를 더 촘촘하게 하고, 인지 기능에 이상이 있으면 면허 조건을 조정하는 제도에 속도를 붙일 필요가 있다. 기술적으로는 긴급 제동장치와 페달 오조작 방지 시스템을 일정 연식 이상 차량에 의무 장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런 장치 비용을 개인에게 모두 떠넘기지 않고, 공공 보조와 보험 제도를 통해 나누는 구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가 벌어진 뒤 추모와 분노에서 끝나지 않는 경험이다. 지난 11월 15일 법원 계단을 오르던 한 사람의 뒷모습에만 시선을 고정하면, 또 다른 시장 골목에서 똑같은 바퀴 자국이 남을 가능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누가 어느 속도로 움직이고, 누가 그 속도를 감내하면서 살아가는지 도시의 구조를 다시 그려 보는 일, 이 사건이 남긴 과제는 거기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