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시장 골목을 달린 트럭, 한국의 ‘고령 운전’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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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부천 제일시장에서 60대 운전자의 트럭 돌진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했다. 이 사건은 고령 운전자 사고의 증가, 전통시장의 열악한 환경, 노후한 물류 시스템 등 복합적 문제를 드러내며, 한국 사회의 고령 운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부천 제일시장에서 1톤 트럭으로 돌진사고를 낸 60대 운전자 A씨가 15일 오후 경기 부천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부천 제일시장에서 1톤 트럭으로 돌진사고를 낸 60대 운전자 A씨가 15일 오후 경기 부천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지난 11월 15일 오후, 인천지법 부천지원 앞 계단에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달아 터졌다. 손에 수갑을 찬 60대 남성이 검은 모자와 흰 마스크를 쓴 채 천천히 법정으로 올라갔다. 나흘 전, 부천 제일시장에서 1톤 트럭을 몰고 골목을 질주해 수십 명을 다치게 한 운전자였다. 같은 시각, 사고 현장 시장 골목에서는 아직도 찌그러진 셔터와 임시 지지대가 사람들의 동선을 막고 있었다.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은 트럭 바퀴 자국이 남은 좁은 통로를 조심스럽게 돌아 걸어야 했다.

사고는 11월 13일 오전 10시 55분쯤 시작됐다. 부천시 원종동 제일시장 안 인도에서 60대 후반 상인이 몰던 1톤 트럭이 갑자기 속도를 올리더니, 시장 안쪽 골목 100m 안팎을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사고로 시장 안에 있던 여성 2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과 소방은 차량 20여 대와 인력을 급히 투입해 부상자를 이송했고, 트럭은 가게를 들이받은 채 멈춰 섰다.

현장 목격자들이 “트럭이 뒤로 잠깐 움직인 뒤 앞으로 미친 듯이 치고 나갔다”고 증언한 내용은 방송을 통해 반복해서 나갔다. 부천시가 집계한 초기 피해 규모는 사망 2명, 부상 18명 수준이었지만, 이후 중상자 일부가 위중한 상태에 빠지면서 사망자는 4명, 부상자는 17명으로 늘었다. 모두 21명이 참사에 휘말린 셈이다. 피해자 가운데에는 70·80대 고령 보행자가 여러 명 포함됐다. 이 시장에서 오랫동안 장사해 온 상인들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 충격은 더 커졌다.

운전자는 사고 직후 음주나 약물 반응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경찰과 국과수는 차량 결함 가능성을 따로 조사하는 한편, 운전자의 페달 조작 실수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11월 15일, 운전자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자리에서 “희귀 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고 기억이 들쭉날쭉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 등은 이 남성이 모야모야병 등 지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운전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 숫자로 보는 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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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 사고 비율
도로교통공단(2024),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가 전체 교통사고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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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고령 운전 사고 증가율
도로교통공단, 2018년 대비 2023년
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고령 운전자 사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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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차량 진입 제한 시설 보유율
중소벤처기업부(2024), 전국 1,450개 시장
전통시장 3곳 중 2곳이 차량 진입 제한 시설이 없어 보행자 안전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고령 운전자 관련 교통사고 통계는 문제의 심각성을 뚜렷이 보여 준다. 도로교통공단(2024)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 건수는 2023년 기준 3만 9,585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18.7%를 차지했다. 이는 5년 전인 2018년(2만 4,630건, 11.2%)과 비교해 건수로는 61%, 비율로는 7.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한국의 고령 운전 면허 관리 체계는 일본과 비교하면 느슨한 편이다. 일본은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면허 갱신 시 인지기능검사를 의무화하고, 검사에서 치매 의심 판정을 받으면 의사 진단서를 제출해야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75세 이상에 적성검사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했으나, 인지기능검사는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찰청(2024)에 따르면, 면허 자진반납 건수는 2023년 약 38만 건으로 전년 대비 12% 늘었지만, 75세 이상 면허 보유자 약 210만 명의 18%에 그친다.

전통시장의 안전 인프라도 사고의 배경이 됐다. 중소벤처기업부(2024) 전통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450개 전통시장 가운데 차량 진입 제한 시설을 갖춘 곳은 37%에 불과하다. 볼라드(차량 차단 기둥)나 속도 제한 턱 설치율은 더 낮아 22%에 머문다. 부천 제일시장 사고 직후 행정안전부는 긴급 안전 점검을 지시했으나, 예산과 시설 공간 부족으로 단기간 내 전면 보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리와 물가, 환율 변화는 대출 부담과 소비 여력에 곧바로 영향을 줍니다.

경제 지표의 변화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다음 대응을 예상하는 신호가 됩니다.

거시 변수는 기업의 비용 구조와 실적 전망을 흔들어 업종별 희비를 가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고령화 사회의 예고편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고령 운전자 사고가 61% 급증하며, 이는 우리 사회가 직면할 더 큰 문제의 전조입니다.

2
안전 인프라의 사각지대

전통시장 3곳 중 2곳이 차량 진입 제한 시설 없이 방치되어, 언제든 유사한 참사가 재발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3
이동권과 안전권의 딜레마

고령자의 이동권 보장과 공공 안전 확보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고령화 시대 사회정책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고령 운전자전통시장 상인 및 보행자국가·지방자치단체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과 공공 안전 사이에서 국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차량과 보행자가 뒤섞인 전통시장 구조를 방치한 제도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