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1호 테러' 지정 2년…열린 수사, 닫힌 논쟁

김선경
기사 듣기

김민석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2차 국가테러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김민석 국무총리가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주재하며 꺼낸 첫마디다. 이날 정부는 2024년 1월 2일 발생한 '이재명 가덕도 피습 사건'을 '테러'로 공식 지정했다. 2016년 테러방지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이다. 사건 발생 2년, 가해자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징역 15년)이 나온 지 11개월 만이다.

그날의 장면은 이렇다. 2024년 1월 2일 오전 10시 27분,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정지.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현장 시찰을 마치고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이었다. '내가 이재명'이라는 글귀가 적힌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쓴 60대 남성 김모씨가 사인을 요청하는 척 다가왔다. 그리고 품에서 18㎝ 길이의 흉기를 꺼내 이 대통령의 왼쪽 목을 찔렀다. 경동맥이 1㎝ 깊이로 손상됐고, 이 대통령은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

김씨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2월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은 끝났다. 그러나 사건을 둘러싼 또 다른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당시 윤석열 정부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입수한 국가정보원 사건 보고서에는 18㎝ 길이의 개조된 흉기가 '커터칼'로 표현돼 있었다. 보고서에는 '이 사건은 테러에 해당하지 않으며 테러로 지정할 실익이 없다'는 결론도 담겼다. 사건 직후 경찰이 현장을 물청소해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부터 "정치 테러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며 테러 지정과 전면 재수사를 요구해왔다.

정권이 바뀌면서 상황도 바뀌었다. 김민석 총리가 직접 대테러 합동조사팀 재가동을 요청했고, 국정원·경찰청·소방청·군(방첩사령부)·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합동으로 검토한 결과 테러방지법상 '테러' 요건을 충족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날 국가테러대책위원회가 이를 의결하면서 '가덕도 피습 사건'은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 인정한 첫 번째 테러 사건이 됐다.

경찰은 곧바로 '가덕도 테러사건 수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부산경찰청에 45명 규모로 출범한 TF는 배후 공모 세력 축소·은폐 여부, 테러 미지정 경위, 초동 조치 과정의 증거인멸 여부 등을 수사한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부산청장은 지휘·보고 라인에서 배제됐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국가나 지자체 대상 사건이 아닌 개인을 상대로 일어난 것을 테러로 지정한 데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피습(2006년)이나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피습(2015년)부터 소급 적용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테러방지법은 테러를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외국 정부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개인에 대한 공격이 이 요건에 맞는지를 두고 해석이 갈린다. 정부는 당시 이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로서 공적 활동 중이었고, 사건이 선거 정국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계획됐다는 점을 근거로 테러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야당은 "확정 판결까지 난 사건을 2년 만에 재수사하는 건 행정력 낭비"라며 "정치 보복"이라고 맞섰다.

쟁점은 두 갈래로 나뉜다. 사건 자체의 성격과 이전 정부의 대응이다. 전자는 테러방지법의 테러 정의가 얼마나 명확한지, 유사한 피습 사건들에 일관된 기준이 적용됐는지를 묻는다. 후자는 당시 국정원과 경찰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했는지,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이 있었는지를 따진다.

두 번째 쟁점은 수사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수 있다. 그러나 첫 번째 쟁점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피습 사건, 2015년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 모두 테러로 지정되지 않았다. 왜 이번 사건만 '1호 테러'인가. 정부는 "과거 사건들은 테러방지법 제정(2016년) 이전이거나 정부 차원의 지정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하지만, '선별적 적용'이라는 비판을 완전히 걷어내기는 어렵다.

정부는 "가덕도 피습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추가로 실시하고, 선거 기간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 보호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수사 TF는 70명 규모로 확대 검토 중이다.

남은 질문은 무겁다. 정치인에 대한 폭력을 어디까지 '테러'로 볼 것인가. 테러 지정의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가. 이전 정부가 사건을 축소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그리고 이 모든 논쟁이 또 다른 정치적 갈등의 연료가 되지는 않을 것인가.

2년 전 가덕도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건은 이제 '국가 공인 1호 테러'라는 이름을 얻었다. 수사가 열리고, 논쟁도 열렸다. 그러나 '왜 지금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