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차례상에 오르는 고등어와 갈치가 '금(金)등어', '금(金)치'로 불리는 현상은 단순한 일시적 공급 부족이 아니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이 한반도 어족 자원의 지도를 바꾸고, 이것이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를 직접 타격하는 '구조적 리스크'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자연기금(WWF)과 이마트가 최근 공동 발간한 ‘지속가능한 수산물 먹거리 보고서’는 기후위기가 수산물 공급망 전체를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고서는 현재의 수급 불안정을 단순한 작황 부진이 아닌, 기업과 가계 경제를 위협하는 심각한 '공급망 위기'로 규정했다.
- 사라지는 '국민 생선'… 수온 상승의 역습
보고서에 따르면 수산물은 식량 자원 중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가시적으로 맞는 분야다. 최근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이 평년 대비 2~4℃가량 상승하면서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이는 곧바로 '국민 생선'의 실종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대표적인 대중성 어종인 고등어류의 2024년 생산량은 약 13만 4,000톤에 그쳐 최근 3년 평균(15만~16만 톤)을 크게 밑돌았다. 갈치 역시 4만 4,000톤으로 감소했으며, '서민의 안주'였던 오징어는 2021년 6만 톤에서 2022년 3만 6,000톤으로 반토막 난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치어(어린 물고기) 밀도 감소와 서식지 분산이 가속화된 탓이다.
- 양식장도 안전지대 아니다… 식탁 물가 위협
더 큰 문제는 자연산뿐만 아니라 양식 수산물 공급망까지 붕괴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국민 횟감인 광어와 전복이 고수온에 따른 폐사율 급증으로 생산 원가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어의 경우 수온이 30℃를 넘어가면 성장이 멈추고 폐사가 급증한다. 이로 인한 공급 부족은 최근 2년간 도매가격을 30% 이상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수산물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를 밀어 올리는 이른바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이 현실화된 셈이다. 참다랑어 같은 회유성 어종마저 경로를 이탈하며 수급 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 "친환경은 생존 전략"… 공급망 재편 나선 유통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단순한 ESG 경영 활동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WWF와 이마트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원재료 조달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Blue Transition)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핵심은 '리스크 분산'과 '인증'이다. 특정 산지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어종과 산지를 다변화하고, 남획을 방지하는 ASC(수산양식관리협의회)·MSC(해양관리협의회) 등 국제 인증 수산물 비중을 높여 공급망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기후 리스크로 인한 공급 충격을 완화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실제 이마트는 2022년부터 WWF와 함께 ‘상품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PSI)’를 가동하며 수산물뿐만 아니라 축산, 팜유 등 원재료 전반의 소싱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임익순 한국WWF 보전사업본부 국장은 "유통 기업의 공급망 전환은 이제 환경 보호를 넘어 경제적 생존을 위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자연 자원 보전이 곧 안정적인 물가 관리와 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가 불러온 밥상의 변화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기업에게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소비자에게는 식량 안보가 달린 문제인 만큼, 생산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구조적 개혁이 시급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