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학교앞분식'을 운영하던 김은주 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서울시의 간곡한 요청을 받고 이곳에 들어왔다. 당시 마을은 사람이 거의 없는 유령도시였다. 김 씨는 사비를 털어 인테리어를 꾸미고, 보물찾기·달고나 뽑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마을 곳곳에 레트로 벽화를 그리고 꽃과 조경도 직접 가꿨다. 그 결과 주말 하루 방문객 7천~8천 명이 찾는 명소가 됐고, 서울시로부터 표창까지 받았다.

김 씨는 계약 갱신 여부를 수차례 물었고, 서울시는 "사회적기업으로서 사업계획이 동일하면 갱신이 가능하다"고 공식 메일까지 보냈다. 2024년 3월 서울시가 실시한 공유재산 갱신 평가에서 김 씨는 75점을 받았다. 재계약 기준인 60점을 훌쩍 넘는 점수였다.

그런데 석 달 뒤, 모든 게 뒤집혔다. 2024년 5월 서울시는 김 씨에게 퇴거를 통보했다(서울시의 퇴거 통보는 5월 23일이며, 김 씨 측의 사용허가 갱신 신청은 5월 27일이다. 김 씨는 기자회견에서 "5월 27일 안내문"이라고 발언했으나, 이는 서면 수령일 또는 갱신 신청일과 혼동된 것으로 보인다). 처분서가 아닌 단순 '안내문' 한 장이었다. 계약 만료를 한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이유는 오세훈 시장의 경희궁 일대 녹지화 계획. 서울시는 돈의문박물관마을 내 1970년대 주택 24개 동을 철거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린 것이다. 문제는, 김 씨가 계약할 때 이런 철거 계획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필요할 때는 찾아와서 영업을 해달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 다른 계획이 잡히니 갑자기 나가라고 해요. 심지어 무단점유자 취급까지 하더라고요." 김 씨는 이렇게 한탄했다. "이러면 누가 믿고 공유재산에서 영업을 하려 할까요?"

 

같은 구조, 다른 장소

2026년 2월 2일 국회 소통관. 김은주 씨를 포함한 네 명의 소상공인이 기자회견에 섰다. 서울시공유재산피해 소상공인비상대책위원회와 강남구 민자주차장 전세사기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자리였다. 박홍근·염태영·박희승 의원도 함께했다.

네 사람의 이야기는 장소도 업종도 달랐지만, 구조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공공을 믿고 들어갔고, 투자했고, 성과를 냈고, 그리고 쫓겨났다.

김이경 씨는 2017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1층 A3 알림터에 카페 '드페소니아'를 열며 약 10억 원을 투자했다(투자금 10억 원은 김이경 씨 측 주장으로, 기자회견문·국제뉴스·한국경제 등에서 일관되게 인용된 금액이다). 서울시디자인재단의 요청에 따라 DDP 내 시민 통행로 공간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재단의 요청으로 카페 내에 공공 화장실까지 설치했다(화장실 설치비에 대해 김이경 씨는 기자회견에서 "1억5천만 원"이라고 발언했으나, 한국경제 보도에서는 "1억 원대", 민주당 보도자료에서는 "1억 원 이상"으로 기재돼 정확한 금액에는 출처 간 차이가 있다). 4년간 방치되던 공간이 하루 수천 명이 찾는 명소로 바뀌었다.

그러나 2020년, 서울시는 기존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공유재산으로 전환했다. 같은 조건의 다른 매장들은 공개입찰을 통해 10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김이경 씨의 매장만 입찰 기회조차 박탈됐다. 그리고 2023년, "시장 결재가 났다"는 말 한마디로 퇴거 통보가 날아왔다. 현재 서울디자인재단은 2023년 4월 명도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며, 김 씨 측은 화장실 구축 비용 상환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해 법적 공방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같은 계약, 같은 조건, 같은 공간에서 왜 저만 불법이 되었습니까?" 김이경 씨의 물음에 서울시가 내놓은 답은 없었다. "6년 중 정상적으로 영업한 기간은 고작 1년 반입니다. 그 사이 코로나, 간판 금지, 그리고 끝없는 소송이 있었습니다."

 

"대체 공간도 없이 전원 퇴거"

서울혁신파크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가 '지역혁신'과 '주민참여'를 목표로 조성한 이 공간에는 200여 개 시민단체와 사회적경제 단체가 입주해 있었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공간을 가꾸고, 주민과 연결되며 협치가 실제로 작동하던 현장이었다.

기자회견에서 서대문은평시민연대 소속 윤민정 씨는(기자회견문에는 "윤민정"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국제뉴스 보도에서는 "서울혁신파크 매니저 이치우"가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서 윤민정 씨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이치우 씨가 별도 발언했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는 정책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입주자 전원에게 일괄 퇴거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대체 공간도, 단계적 이전도, 최소한의 협의나 대안도 없었습니다. 일부 단체들은 '버티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헬스 트레이너 양치승 씨였다. 2019년 강남구 논현동의 기부채납 민자주차장 건물에 헬스장을 열었다가 15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담당 공무원은 "개발업자에게 관리권을 줬으니 계약해도 문제없다"고 했고, 개발업자는 "10년, 20년 장사해도 된다"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양 씨가 입주할 당시 해당 건물의 기부채납 기간은 이미 4년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이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기부채납 기간이 끝난 뒤 개발업자는 구청에 납부해야 할 비용을 내지 않았고, 그 부담은 임차인들에게 돌아왔다. 더 황당한 것은, 개발업자는 "기부채납 기간이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담당 공무원의 진술 하나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오히려 모든 임차인이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는 점이다. 양치승 씨는 2025년 10월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 사실을 증언했고, 당시 국토부 장관이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행정을 믿은 죄가 이렇게 큰 죄입니까?" 양치승 씨의 이 한마디가 기자회견장을 울렸다.

법이 스스로 방패를 내리는 구조

이 네 사례의 공통점은 단순한 '나쁜 건물주'의 문제가 아니다. 법 자체가 이들을 보호하지 않는 구조라는 데 핵심이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은 2015년 개정을 통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조항(제10조의4)을 신설했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다. 2018년에는 계약갱신 요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 임차인의 영업 안정성을 더 두텁게 보장했다.

그런데 같은 법 제10조의5 제2호는 이렇게 규정한다.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이 「국유재산법」에 따른 국유재산이거나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른 공유재산인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조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건물주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이면, 임차인의 권리금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서울 지하도상가 2,788개 점포가 이 조항의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시는 2018년 7월 지하도상가 관리조례를 개정해 임차권 양수·양도를 전면 금지했다. 을지로·명동·강남·영등포 등 25개 구역의 상인들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씩 투자해 형성한 권리금이 하루아침에 회수 불가능해진 것이다. 인천에서도 15개 지하상가 3,579개 점포의 약 80%가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2020년 7월 헌법재판소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5와 관련한 합헌 결정을 내렸다(2018헌바242·508). 다만 이 결정은 대규모점포, 즉 백화점·쇼핑센터 등에 대한 제1호 조항에 관한 것이었다. 헌재는 "대규모 점포는 임대인이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상권을 형성하고, 임차인이 그 지명도를 이용해 영업하는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국유재산·공유재산에 대한 제2호 조항에 대해서는 아직 별도의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대법원도 공유재산 임차인에게 불리한 방향의 판결을 이어왔다. 2020년 대법원은 학교법인이 경쟁입찰 의무를 이유로 기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부한 것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2019다296172). 같은 해 국유재산 사용허가 취소 사건에서도 임대차 관계의 소멸을 인정했다(2019두43719). 2025년에는 서울 농수산물시장 관련 사건에서 공유재산 권리금 보호 배제를 재확인하면서도, 물리적 부속물에 대해서만 민법상 매수청구권을 인정했다(2024다317332).

이미지작업=한송희(툴:나노바나나)
이미지작업=한송희(툴:나노바나나)

'사용허가'라는 이름의 함정

법적 사각지대를 더욱 넓히는 것은 공유재산의 임대 관계가 애초에 '임대차'가 아닌 '사용·수익허가'라는 행정처분의 형태로 시작된다는 점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의 경우, 김은주 씨와 서울시 사이의 관계는 민법상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공유재산법에 근거한 유상 사용허가였다.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민간 임대차라면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10년간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퇴거 시에도 최소 6개월 전 통보와 사전 계획 고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공유재산 사용허가에는 이런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다. 허가 기간이 만료되면 원상복구 후 반환이 원칙이고, 갱신은 관리청의 재량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허가 연장은 가능하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며 "행정상 사정에 따라 계약 종료 시 원상 복구 후 퇴거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논리대로라면, 공유재산에 입주한 소상공인은 아무리 성과를 내고 투자를 하더라도 정책이 바뀌는 순간 아무런 보상 없이 쫓겨날 수 있다.

더스쿠프의 보도(2025.10.20)는 이 모순을 이렇게 짚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도 구제받을 수 없는 '공공의 공간'에서 '건물주'인 지자체를 믿고 장사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입법의 움직임, 그러나 아직 멀다

이 문제를 인식한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2024년 10월 민병덕 의원(경기 안양시)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반재산을 임대받은 소상공인이 신규 임차인을 직접 주선해 권리금을 받을 경우 수의계약을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2025년 10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은 관리비 항목의 투명화만을 담았을 뿐, 권리금 보호 범위의 확대나 공유재산 예외 조항의 수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2025년 12월에는 위성곤 의원이 이른바 '양치승 방지 3법'을 발의했고, 2026년 2월 5일에는 염태영 의원(경기 수원무)이 '양치승 5법'을 대표발의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부동산등기법·공인중개사법·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등 5개 법률의 개정안으로, 공공시설의 귀속 구조와 사용기간을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하고, 불가피한 사용 제한 시 변상금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염태영 의원은 "민간투자시설에 대해 민간의 책임으로만 떠넘기고 나몰라라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직무유기"라며, "공공 활성화를 명분으로 시민의 투자와 노력을 유도한 뒤, 정책 변화나 행정 판단으로 아무런 보상 없이 내쫓고 온갖 소송을 통해 범죄자로 만드는 행태는 명백한 행정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박홍근 의원은 "생계의 터전을 절차도 없이 회수당하고 있다는 소상공인들의 호소에 깊이 공감한다"며, "행정안전부에 서울시의 부당한 행정 처리를 전반적으로 감사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시기는 불투명하다. 제10조의5 제2호, 즉 국공유재산 권리금 보호 배제 조항 자체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개정안은 아직 발의되지 않았다. 공유재산의 '공공성'과 소상공인의 '생존권'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논의는 여전히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진=한송희 작업:나노바나나
사진=한송희 작업:나노바나나

 

공공이 더 나은 건물주가 되어야 한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운영자 입장에서는 재계약 보호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을 것"이라며 "서울시도 자발적인 투자와 운영을 유도해온 만큼 최소한의 보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약이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민간 운영자를 단번에 내쫓는 것은 행정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공공의 계획 변경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퇴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이주 대책이나 보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한 것은 특혜가 아니었다. "법대로, 공정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민간에서도 3개월 전 예고와 10년의 계약 기간은 보장한다. 그런데 공공이, 그것도 서울시가 이보다 못한 대우를 한다면 누가 공유재산에서 장사를 시작하겠는가.

상가임대차법의 제10조의5 제2호는 공유재산의 공익성을 근거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조항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방식은, 정부가 소상공인을 불러들여 투자하게 한 뒤 정책이 바뀌면 아무런 보상 없이 내쫓을 수 있는 면책 조항으로 기능하고 있다. 공공의 건물주라면 민간의 건물주보다 더 나은 건물주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민간 수준의 보호는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국회 소통관에 선 네 사람의 목소리였다.

서울시 지하도상가 2,788곳, 인천 지하상가 3,579곳, 전국의 국유·공유재산에 입주한 수많은 소상공인이 같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법이 스스로 방패를 내린 자리에서, 이들의 생존은 오로지 정책 변경이 없기를 바라는 운에 맡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