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문박물관마을의 김은주 대표는 서울시의 요청으로 들어가 표창까지 받았지만, 정책이 바뀌자 안내문 한 장에 쫓겨났다. DDP 1층의 김이경 대표는 10억 원을 투자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었지만, "시장 결재가 났다"는 한마디에 무단점유자가 됐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법 조문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5 제2호다. 국유재산이거나 공유재산이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 조항이 만들어낸 공백은 한국에만 존재하는가. 해외도 마찬가지인가. 아니면 다른 길이 있는가.
영국 — "공공이든 민간이든, 내보내려면 보상하라"
영국(잉글랜드·웨일스)의 사업장 임대차 보호 체계는 1954년 임대인·임차인법(Landlord and Tenant Act 1954) 제2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법의 핵심은 명료하다. 사업용 건물의 임차인에게 영업 안정(security of tenure)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임대차 기간이 끝나더라도 임차인은 자동으로 쫓겨나지 않는다. 임대인이 갱신을 거부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를 충족해야 한다.
여기서 한국 쟁점과 직결되는 포인트가 있다. 이 법은 "임대인이 지방자치단체이면 예외"라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영국의 지방의회(로컬 카운슬)도 사업용 건물을 임대할 때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사업장 임차인에게는 같은 수준의 갱신 보호가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임대인이 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법 제30조 제1항은 일곱 가지 사유를 규정하는데, 그 가운데 (e) 임대인이 현재 임대차를 해소해야만 얻을 수 있는 합리적 이점이 있는 경우의 하위 사유로서 적절한 대체 공간 제공, (f) 재건축·재개발, (g) 임대인의 직접 사용이 공공 임대인에게 가장 관련이 깊다.
결정적 차이는 그다음에 있다. 임대인이 이런 사유로 갱신을 거부하면, 임차인은 그냥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법정 보상금(statutory compensation)을 받을 권리가 생긴다. 법 제37조가 규정하는 이 보상금은 해당 점포의 과세평가가치(rateable value)에 법정 승수를 곱한 금액이다. 14년 이상 영업한 경우에는 과세평가가치의 2배가 기준이 된다. 금액 자체가 투자금 전액을 보전하는 수준은 아닐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구조다. 갱신 거부의 대가로 '정형화된 산식에 따른 보상'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한국과 비교하면 구조적 차이가 선명해진다. 한국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민간 상가에서는 10년의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부여하지만, 공유재산이면 이 보호를 통째로 빼버린다. 영국은 공공 임대인에게도 같은 법을 적용하되, 공익적 사유(재개발 등)로 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여지를 두면서 그 대가로 법정 보상을 의무화한다. 분쟁의 핵심이 "보호받느냐 못 받느냐"가 아니라 "얼마를 어떤 기준으로 보상하느냐"로 이동하는 것이다.
영국은 2003년 규제개혁 명령(Regulatory Reform Order 2003)을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하면 이 갱신 보호를 사전에 배제(contracting out)할 수 있는 절차도 정비했다. 공공이 단기·임시 사용을 전제로 민간에 공간을 제공할 때, 처음부터 "이 계약에는 갱신권이 없다"는 사실을 투명하게 고지하고, 임차인도 그 조건을 인지한 상태에서 계약하는 구조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의 김은주 대표가 "갱신이 가능하다"는 서울시의 공식 메일을 믿고 투자했다가 쫓겨난 상황과 정반대되는 설계다.
프랑스 — "쫓아내려면 영업가치를 통째로 갚아라"
프랑스는 '권리금'이라는 개념과 가장 가까운 법적 장치를 갖고 있는 나라다. 프랑스 상법(Code de commerce) 제L145-14조는 이렇게 규정한다. 임대인이 상가 임대차의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 다만, 법정 예외에 해당
하지 않는 한, 퇴거 임차인에게 퇴거보상(indemnité d'éviction)을 지급해야 한다. 이 보상은 갱신 거절로 인한 손해 전부를 커버해야 하며, 특히 영업체(fonds de commerce)의 시장가치, 이사비, 재정착 비용 등을 포함한다.
프랑스 정부의 사업자 안내(entreprendre.service-public.fr)에 따르면, 퇴거보상이 영업체의 소멸을 수반하는 경우에는 영업체의 시장가치가 보상의 중심이 되고, 영업체가 존속하는 경우(다른 곳으로 이전 가능한 경우)에는 이전 비용·매출 감소분 등이 주된 보상 항목이 된다. 핵심은 보상의 범위가 단순한 시설 투자비에 그치지 않고, 고객 기반·영업상 이점·상권 가치까지 아우른다는 점이다. 한국의 '권리금'(영업시설·비품의 유형가치와 거래처·신용·노하우·입지의 무형가치)과 거의 포개지는 개념이다.
더 눈에 띄는 장치가 있다. 프랑스 상법 제L145-28조에 따라, 임차인은 퇴거보상을 전액 지급받기 전까지는 퇴거할 의무가 없다. 돈을 받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보상금 지급 전까지의 기간 동안 임차인은 임대료 대신 '점유보상금(indemnité d'occupation)'을 납부하되, 비즈니스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급 먼저, 퇴거 나중"이라는 순서가 법으로 고정된다.
DDP 카페 드 페소니아의 상황에 이 구조를 대입하면 차이가 극명해진다. 김이경 대표는 10억 원을 투자하고 6년 가운데 1년 반만 정상 영업을 했다. 한국법 아래에서 그가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공유재산이므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가 적용되지 않고, 계약이 끝났으므로 변상금(사용료의 120%)이 부과된다. 프랑스라면 서울시(또는 재단)가 카페를 회수하려면 먼저 영업체의 시장가치와 이전 비용을 보상해야 하고, 보상이 이뤄지기 전까지 강제 퇴거를 집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도 공공 소유 공간은 예외인가. 여기서 이야기가 갈린다.
프랑스법은 공공자산을 크게 공공도메인(domaine public)과 사적 도메인(domaine privé)으로 나눈다. 사적 도메인에 속하는 공공 부동산은 민간 임대차와 유사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공도메인 — 공익 목적에 직접 제공되거나 공공서비스의 운영에 불가결한 자산 — 위의 점유는 사정이 다르다.
프랑스 상원(Sénat)에 게재된 정부 답변에 따르면, 공공도메인의 점유는 '임대차'가 아니라 임시 점용허가(AOT: autorisation d'occupation temporaire)라는 공법적 타이틀로 부여된다. 이 허가는 본질적으로 일시적이고, 불안정(précaire)하며, 언제든 철회 가능(révocable)하다. 갱신에 대한 기득권이 없고, 갱신 거부 자체가 원칙적으로 보상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의 '사용허가' 구조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 불안정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았다. 2014년 피넬법(Loi Pinel, 법률 제2014-626호) 제72조는 공공도메인에서도 점유자가 자체 고객층(clientèle propre)을 보유하고 있다면 영업체(fonds de commerce)를 형성하고 양도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양수인이 사전에 점용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 점유자 사망 시 승계 규칙도 마련됐다. 공공도메인 위의 영업이라도 '완전한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부분적이나마 영업가치의 이전·승계를 법제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또한 프랑스 공공도메인법은 점용허가의 기간을 설정할 때, 점유자의 투자비 감가상각(회수)과 투하 자본에 대한 '공정하고 충분한 보상'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범위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20년짜리 투자를 한 사업자에게 3년짜리 허가를 주면 안 된다는 원칙이다.
프랑스의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사적 영역의 상가 임대차에서는 영업가치를 퇴거보상으로 강하게 보호한다. 공공도메인에서는 회수 재량이 크지만, 그 대신 투자 회수 기간을 고려한 허가 기간 설정, 영업체의 형성·양도 절차 같은 부분적 안전장치를 법으로 보완한다. "공익이니까 보호 없음"이 아니라, "공익이더라도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은 보장"하는 설계다.
일본 — "같은 건물도, 법적 옷이 다르면 운명이 갈린다"
일본은 한국의 '공유재산 사용허가'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비추는 거울이다. 일본의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은 건물 임대차에서 임차인에게 강력한 보호를 제공한다.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려면 '정당한 사유(正当事由)'가 있어야 한다. 법원은 갱신 거절의 정당성을 심사할 때 양 당사자의 건물 사용 필요성, 임대차의 경위, 건물의 현황, 그리고 임대인이 퇴거 대가(이른바 '입퇴료')를 제안했는지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여기에 더해, 민사상 임대차의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설치한 내장재·부속물에 대해서는 임대차 종료 시 매수청구권(부속물매수청구권)이 인정된다. 인테리어와 시설에 대한 투자의 일부를 시가로 회수할 수 있는 장치다.
그러나 공공자산, 특히 '행정재산(行政財産)'의 사용허가 영역으로 넘어가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1974년 일본 최고재판소(最高裁判所) 판결(昭和49년 2월 5일)은 이 구조를 명확히 보여준다. 도(都) 소유 행정재산 토지에 대한 건물 소유 목적의 사용허가가 행정재산의 본래 목적상 필요에 따라 취소될 경우, 사용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취소로 인한 보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판시의 요지였다. 이 사건에서 핵심적으로 확인된 것은, 해당 법률관계가 '사법상 임대차'가 아니라 조례에 근거한 '행정재산 사용허가'라는 행정처분이었다는 점이다.
이 판례가 한국의 돈의문·DDP 사건과 겹치는 지점은 분명하다. 김은주 대표의 '학교 앞 분식'도, 김이경 대표의 카페 드 페소니아도, 민법상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공유재산법에 근거한 사용허가였다. 그리고 '사용허가'라는 법적 옷을 입는 순간,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갱신권과 권리금 보호는 적용되지 않는다.
일본의 차지차가법은 건물 임대차에서 임차인을 매우 두텁게 보호하기로 유명하다. 한국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이 10년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하는 것과 비교해도, 일본의 '정당사유' 제도는 기간 제한 없이 갱신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강하다. 그런 일본에서조차 행정재산 사용허가에 대해서는 "공익상 필요에 의한 취소에는 보상이 없다"는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공공 소유 부동산에서 임차인 보호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임대인이 공공이냐 민간이냐"가 아니라, "어떤 법적 도구로 점유가 설정되었느냐"다. 같은 건물이라도 민사 임대차로 계약하면 차지차가법의 정당사유 심사와 부속물매수청구권이 작동하고, 행정재산 사용허가로 설정하면 공익상 회수 앞에서 보호가 약해진다. 한국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5 제2호가 만들어내는 사각지대도, 정확히 이 '법적 옷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 — "쫓아내야 하면, 이사비라도 내라"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영업가치(권리금)를 일반적으로 보호하는 상가임대차 단일법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공공사업으로 인해 주거·영업체가 강제로 밀려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회정책적 장치가 있다.
1970년 제정된 통일이전지원법(Uniform Relocation Assistance and Real Property Acquisition Policies Act, URA)과 그 시행규칙(49 CFR Part 24)이 대표적이다. 연방정부 사업 또는 연방 재정지원 사업으로 인해 이주가 발생하면, 밀려나는 사업체에게 이전 비용과 재정착 비용을 제도적으로 지급하도록 한다.
2024년 5월 3일 발효된 최종 규칙(final rule)은 이 보상 한도를 상향했다. 비주거 재정착 비용(reestablishment) 한도는 종전 25,000달러에서 33,200달러로, 비주거 이전비 정액 지급(fixed payment) 한도는 종전 40,000달러에서 53,200달러로 올랐다. 약 20년 만의 개정이었다. 미국 연방교통국(FTA)은 이 제도를 "연방 또는 연방 재정지원 사업으로 인해 이주하는 사람들에게 급부를 제공하는 체계"라고 설명한다.
이 제도의 핵심은 '영업가치 보상'이라기보다 '이전·재정착 비용의 제도화'다. 한국의 공유재산 퇴거와 1대1로 동일한 상황은 아니지만, "정책 변경이나 공공사업으로 사업자를 밀어내야 할 때, 그 비용의 일부를 공공이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전제가 법제에 내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서울시가 돈의문박물관마을을 녹지로 전환하면서 운영자들에게 아무런 이전 비용도 제공하지 않은 것, DDP 카페에 변상금 4억 4,699만 원을 부과하면서 투자비 정산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미국의 또 다른 비교 사례는 국립공원 안의 민간 컨세션(concession) 계약이다. 국립공원관리청(NPS)은 공원 내에서 숙박·식음·레저 시설을 운영할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고 계약한다. 공원은 연방 소유 자산이고, 계약이 끝나면 시설은 정부에 귀속된다. 한국의 기부채납 구조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1998년 제정된 국립공원관리청 컨세션법(16 U.S.C. § 5954, 현행 54 U.S.C. § 101915)은 이 문제에 대해 임차물반환이익(leasehold surrender interest, LSI)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컨세션 사업자가 공원 내 시설에 자본적 개선(인테리어, 설비 등)을 투자하면, 그 투자에 대해 LSI라는 '보상받을 권리'가 발생한다. LSI의 가치는 건설비에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적용해 조정한 뒤 감가상각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이 권리는 계약 종료로 소멸하지 않으며, 공용취득(eminent domain)의 경우 정당보상 없이는 박탈할 수 없다.
양치승 씨가 강남구 논현동 기부채납 민자주차장에서 겪은 사례에 이 구조를 대입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양 씨는 3억 5,000만 원의 보증금과 10억 원이 넘는 시설비를 투자했지만, 기부채납 기간 종료 후 아무런 보상 없이 퇴거당했고, 오히려 기소되어 벌금형을 받았다. 미국의 LSI 제도가 있었다면 적어도 시설 투자에 대한 정산이 계약 구조 안에 박혀 있었을 것이다.
"공공이니까 예외"가 아니라, "공공이니까 더 나은 설계"
해외 사례를 종합하면, "공공이 임대인이면 임차인 보호가 약하다"는 명제는 절반만 맞다. 더 정확한 명제는 이렇다. 공공이 어떤 법적 도구로 점유를 설정했느냐가 보호 수준을 결정한다.
영국처럼 공공도 민사 임대차를 체결하면 갱신권과 법정 보상이 작동한다. 프랑스처럼 사적 영역의 상가에서는 영업가치를 퇴거보상으로 전액 보호할 수 있다. 일본의 행정재산 사용허가처럼, 미국의 국유지 컨세션처럼, 공공이 '허가/점용' 모델을 취하면 회수 재량은 크지만, 프랑스의 투자 회수 고려 기간 설정이나 미국의 LSI처럼 '부분적 안전장치'를 법률과 계약에 내장하는 설계가 가능하다.
한국의 현행 구조는 이 스펙트럼에서 가장 취약한 끝에 서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5 제2호는 국유·공유재산을 권리금 보호에서 아예 배제한다. 공유재산법에 따른 '사용허가'는 갱신이 재량이고, 비갱신에 대한 보상 규정이 없다. 그 결과, 한국에서 공유재산 위의 소상공인은 법이 '처음부터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언한 존재가 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해외 사례는 적어도 세 가지 경로를 보여준다.
첫째, 영국형 접근이다. 공유재산 가운데에서도 장기 상업 운영이 가능한 일반재산 성격의 공간에는 민사 임대차(또는 이에 준하는 갱신·보상 규칙)를 적용한다. 서울 지하도상가 2,788개 점포, 인천 지하상가 3,579개 점포처럼 수십 년간 상인들이 영업해온 공간에 '사용허가'라는 이름을 씌워 권리금 보호를 통째로 빼는 현행 구조를 수정하는 방향이다.
둘째, 프랑스형 접근이다. 공공도메인처럼 공익상 회수가 필수적인 자산에 대해서는 사용허가 모델을 유지하되, 허가 기간을 투자비 감가상각과 연동시키고, 영업체의 형성·양도를 법적으로 인정해 '완전한 사각지대'를 줄인다. 돈의문박물관마을처럼 공공이 민간을 초대해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 최소한 투자 회수에 필요한 기간만큼의 허가 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셋째, 미국형 접근이다. 정책 변경으로 불가피하게 퇴거시키는 경우, 이전·재정착 비용의 지급을 제도화한다. 공공이 회수할 재량은 유지하되, 그 재량의 행사에 따르는 비용을 공공 예산으로 내재화하는 것이다. 시설 투자에 대해서는 미국 국립공원의 LSI처럼 '계약 종료로 소멸하지 않는 보상권'을 법률이나 계약에 명시한다.
법이 스스로 내린 방패, 다시 세울 수 있다
2026년 2월 5일, 염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양치승 5법'은 이 방향의 첫 걸음이다. 공공시설의 귀속 구조와 사용기간을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고지하고, 불가피한 사용 제한 시 변상금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5 제2호 자체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개정안은 아직 발의되지 않았다. 근본적인 구조 — 공유재산이면 권리금 보호 자체가 배제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시리즈가 다룬 네 사람의 이야기는 장소도 업종도 달랐다. DDP의 카페, 돈의문의 분식점, 혁신파크의 시민단체, 강남의 헬스장. 그러나 구조는 같았다. 공공을 믿고 들어갔고, 투자했고, 성과를 냈고, 쫓겨났다.
영국에서는 공공이 쫓아내더라도 법정 보상금을 치른다. 프랑스에서는 영업가치를 먼저 갚아야 퇴거를 집행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 사업으로 밀려나는 소상공인에게 이전·재정착 비용을 예산으로 지급한다. 일본에서도 민사 임대차로 계약하면 정당사유 없이는 갱신을 거부할 수 없다.
한국에서 공유재산 위의 소상공인은 이 모든 안전망 바깥에 서 있다. 법이 스스로 방패를 내린 자리에서, 이들의 생존은 정책이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운에 맡겨져 있다. 해외의 사례는 그 방패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설계도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법을 만들 의지가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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