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4월 7일,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시작된 대학살은 100일 동안 약 8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후투족 극단주의자들이 투치족과 온건파 후투족을 조직적으로 살해한 이 비극은 20세기 최악의 제노사이드 중 하나로 기록됐다. 그러나 학살이 끝난 후, 살아남은 여성들이 직면한 고통은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전쟁 중 성폭력의 무기화로 인해 수십만 명의 여성이 강간당했고, 그 중 많은 이들이 HIV에 감염됐다. 생존자 마리 클레르 무카사나는 "우리는 죽지 않았지만, 매일 죽어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르완다 대학살, 1994년 4–7월. 100일간 약 80만 명의 투치족이 학살당한 르완다 제노사이드 당시 난민캠프로 향하는 피란민 행렬. ⓒ UNHCR
르완다 학살 이후 여성들이 겪은 트라우마는 단순한 개인의 상처를 넘어선다. 가족을 잃고, 성폭력을 당하고, 사회적 낙인까지 짊어진 이들은 국가 재건 과정에서도 소외됐다. 국제사회는 가해자 처벌에만 집중했을 뿐, 피해 여성들의 치유와 회복에는 무관심했다. 2000년대 들어서야 르완다 정부는 여성 의회 비율을 높이고 성평등 정책을 추진했지만, 이미 깊이 새겨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고통받던 여성들의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벨기에 감독 필리프 반 류가 연출한 The Day God Walked Away는 르완다 학살 생존자 자클린의 고독한 여정을 따라간다.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남은 그녀는 정글을 헤매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루스 니레레 음바호가 연기한 자클린은 대사 없이도 깊은 내면의 고통을 전달한다. 카메라는 그녀의 얼굴을 오랫동안 응시하며, 침묵 속에서도 울부짖는 영혼의 소리를 포착한다. 영화는 학살의 직접적인 묘사보다는 생존자가 겪는 실존적 고독과 신의 부재라는 철학적 질문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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