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6년 7월 1일, 프랑스 솜 강변의 진흙탕은 피로 물들었다. 영국군은 단 하루 만에 5만 7천명의 사상자를 냈고, 독일군의 기관총 앞에서 젊은이들은 밀물처럼 쓰러졌다. 솜 전투가 시작된 이날은 영국 군사 역사상 가장 참혹한 날로 기록됐다. 참호와 철조망, 기관총이 만들어낸 새로운 전장에서 인간은 더 이상 영웅이 아닌 소모품에 불과했다. 4개월간 지속된 이 전투에서 양측은 100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지만, 전선은 겨우 10킬로미터 움직였을 뿐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베르됭 전투, 1916년. 프랑스군과 독일군이 10개월간 70만 명의 사상자를 낸 참호전의 극치. ⓒ Bundesarchiv
1차 대전의 참호전은 인류가 경험한 가장 비인간적인 전쟁 양상이었다. 산업혁명이 낳은 대량살상무기와 19세기적 전술의 충돌은 전례 없는 교착 상태를 만들었다. 프랑스와 벨기에를 가로지르는 700킬로미터의 참호선에서 병사들은 쥐와 이, 질병과 싸우며 죽음을 기다렸다. 지휘부는 안전한 후방에서 지도를 펼치고 공격 명령을 내렸지만, 참호 속 병사들에게 그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전쟁의 목적과 명분은 진흙 속에 묻혔고, 오직 생존만이 유일한 가치가 됐다.
스탠리 큐브릭의 1957년 작품 Paths of Glory는 이러한 1차 대전의 광기를 냉철하게 해부한다. 영화는 1916년 프랑스군의 불가능한 공격 명령과 그 실패, 그리고 희생양 찾기를 그린다. 커크 더글러스가 연기한 닥스 대령은 자신의 부하들을 변호하지만, 군 수뇌부는 사기 진작을 위해 세 명의 병사를 총살하기로 결정한다. 큐브릭은 화려한 장군들의 저택과 진흙투성이 참호를 대비시키며, 전쟁의 계급적 본질을 폭로한다. 특히 총살 장면의 차가운 연출은 관객에게 전쟁의 부조리함을 뼈저리게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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