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5일 새벽, 미국 4대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158년 역사를 자랑하던 이 거대 금융기관의 몰락은 단 하루 만에 6,130억 달러의 부채와 함께 2만 5천여 명의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리처드 풀드 CEO는 마지막까지 정부 구제금융을 기대했지만,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냉정하게 거절했다. 뉴욕 맨해튼의 리먼브라더스 본사 앞에는 상자를 든 직원들의 행렬이 이어졌고, 월스트리트는 충격에 빠졌다. 이날은 단순한 기업 하나의 파산이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가 맞이한 가장 어두운 순간의 시작이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2008년 9월 15일. 158년 역사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순간. ⓒ Reuters
리먼브라더스의 붕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정점이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 금융기관들은 신용도가 낮은 차용자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을 제공했고, 이를 복잡한 파생상품으로 포장해 전 세계에 판매했다. 리먼브라더스는 특히 이런 고위험 자산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주택시장 붕괴로 이들 자산의 가치가 폭락하자, 리먼의 재무상태는 급속히 악화됐다. 정부는 베어스턴스를 구제했지만 리먼은 버렸다. 이 선택적 구제는 도덕적 해이 논란을 일으켰고, 동시에 시스템 리스크의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J.C. 챈더 감독의 Margin Call은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모티브로 한 가상의 투자은행이 24시간 동안 겪는 위기를 그린다. 제레미 아이언스, 케빈 스페이시, 스탠리 투치가 열연한 이 작품은 한 젊은 분석가가 회사의 파산 위험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영화는 밤새 이어지는 긴급회의와 도덕적 갈등을 통해 금융 엘리트들의 내면을 파헤친다. 특히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한 CEO의 차가운 현실주의와 케빈 스페이시의 인간적 고뇌가 대비되며, 자본주의 시스템의 냉혹함을 드러낸다. 화려한 액션 없이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챈더의 연출은 금융 스릴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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