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5월,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북서부 툴레 지역에 거주하던 27가구의 이누이트족을 강제로 이주시켰다.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위해 툴레 공군기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덴마크는 원주민들에게 단 4일의 시간만을 주고 100킬로미터 떨어진 카낙으로 이주하도록 명령했다. 수천 년 동안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 이누이트족은 낯선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 했다. 개썰매를 끌던 300여 마리의 개들은 모두 사살됐고, 전통적인 사냥터와 어장을 잃은 원주민들은 덴마크 정부가 제공하는 보조금에 의존하며 살아가야 했다.
그린란드 이누이트 강제 이주, 1953년. 덴마크 정부가 미군 기지 건설을 위해 카나크(툴레) 이누이트 원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킨 사건. ⓒ Arctic Institute
이 강제이주는 냉전 시대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소수민족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였다. 덴마크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위해 자국 영토 내 원주민의 권리를 희생시켰고, 이를 '근대화'와 '문명화'라는 명분으로 포장했다. 1999년 덴마크 대법원은 이 강제이주가 불법이었음을 인정했지만, 원주민들이 원래 거주지로 돌아갈 권리는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개인당 2만 크로네의 보상금을 받는 데 그쳤고, 잃어버린 삶의 터전과 문화적 정체성은 결코 되돌릴 수 없었다.
2012년 마이크 마지드슨 감독의 Inuk는 현대 그린란드에서 살아가는 한 이누이트 청년의 정체성 혼란을 그린다. 주인공 이눅은 덴마크에서 교육받고 돌아온 지식인이지만, 고향에서는 '덴마크화된 이누이트'로, 덴마크에서는 '미개한 원주민'으로 취급받는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연기한 이눅은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버지와 전통을 고수하는 할머니 사이에서 방황하며, 자신이 속한 곳이 어디인지 끊임없이 자문한다. 영화는 북극의 황량한 풍경을 배경으로 한 개인의 내면적 고통이 곧 한 민족의 집단적 트라우마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3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그린란드 원주민 강제이주, 마이크 마지드슨의 시선](/api/image?url=https%3A%2F%2Fcdn.asia24.co.kr%2Fimages%2Ftmdb%2F568f4244e5d3a05a98a4a28ce13c596c.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