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5일,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의 자택에서 스티브 잡스가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췌장암과의 8년간의 투병 끝이었다. 그의 죽음과 함께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1976년 차고에서 시작한 애플은 그의 손을 거쳐 세계 최고의 기술 기업이 됐고, 아이폰은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하지만 그가 남긴 것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었다. 완벽주의의 광기 어린 집착, 직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잔혹한 리더십, 그리고 자신의 비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시킬 수 있다는 냉혹함. 이 모든 것이 뒤섞여 '잡스'라는 신화가 탄생했다.
스티브 잡스의 매킨토시 발표, 1984년 1월 24일. 애플 최초의 GUI 컴퓨터 매킨토시를 세상에 공개하는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 Apple Inc.
잡스의 경영 철학은 극단의 이중성을 띠었다. 그는 애플을 두 번 구원했다. 1985년 자신이 영입한 존 스컬리에 의해 쫓겨났다가, 1997년 파산 직전의 회사로 복귀해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으로 이어지는 혁신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완벽하지 않으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고, 직원들을 공개적으로 모욕했으며, 협력업체들을 극한까지 쥐어짰다. "현실 왜곡장"이라 불리는 그의 설득력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수많은 이들의 영혼을 갉아먹었다. 혁신과 독재는 그에게 있어 동전의 양면이었다.
대니 보일 감독의 Steve Jobs는 2015년 10월에 개봉한 전기 영화다. 마이클 패스벤더가 잡스를 연기했고, 케이트 윈슬렛이 그의 오른팔 조안나 호프먼을 맡았다. 영화는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 1984년 매킨토시, 1988년 넥스트 큐브, 1998년 아이맥 발표회 직전 40분씩을 보여주며, 무대 뒤편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대화들로 인물의 내면을 파헤친다. 아론 소킨의 각본은 날카로운 대사와 빠른 리듬으로 잡스의 강박적 성격을 드러낸다. 패스벤더는 외모보다는 내면의 광기와 상처를 통해 잡스를 재현해냈다.

![[3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와 현실의 잡스는 같은 질문을 던진다](/api/image?url=https%3A%2F%2Fcdn.asia24.co.kr%2Fimages%2Ftmdb%2Fcbb8454283f7024496ecc9f2cb8bac66.jpg)